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5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발언에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 갔을 때 받았던 엄청난 환대에 비하면 그 환대를 훼손하는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리선권 위원장이 평양 남북정상회담 오찬 중 재벌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라고 했다는 발언의 진위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 중인 상황에서 해당 발언을 전제로 하더라도 큰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리선권 위원장 발언에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일단 말이라는 게 앞뒤 맥락을 잘라버리면 그 의미가 전혀 다르게 해석되기도 한다”며 “칭찬이 비난이 되기도 하고, 비난이 칭찬으로 바뀔 수도 있다. 리선권 위원장의 발언 그 내용이 사실관계가 현재로선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설사 그게 우리 남쪽의 예법이나 문화와 다르다할지라도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 갔을 때 받았던 엄청난 환대에 비하면 그 환대를 훼손하는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리선권 위원장의 냉면 발언에 대한 책임으로 조명균 통일부장관의 해임과 청와대의 사과까지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날 예정된 여야정 상설협의체에서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리선권 위원장 냉면 발언 사과와 조명균 장관의 해임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힌 터다.

리선권 위원장은 냉면 발언에 이어 지난달 5일 평양 고려호텔에서 열린 만찬 중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에게 ‘인민을 생각하면 저렇게 배가 나오는 부유한 사람이 예산을 맡으면 안된다’고 말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앞뒤 맥락을 살펴봐야겠지만 독설에 가까운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 자유한국당은 냉면 발언과 더불어 해당 발언도 문제 삼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 대변인의 답변은 리 위원장의 발언을 사실이라 전제하더라도 이에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야정 상설협의체에서 자유한국당이 리선권 위원장의 냉면 발언을 부각시키면서 요구 사항을 관철시키려는 분위기로 몰아가면 협의체 자리가 갈등 증폭의 자리가 될 가능성도 높다. 바른미래당 역시 리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한반도의 말 폭탄”(하태경 최고위원)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협의체 테이블에 리 위원장의 발언이 오를 경우 발언을 둘러싸고 논쟁이 확산될 수 있다.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 연합뉴스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은 또한 대통령 순방 중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비무장지대를 방문해 자기정치 논란을 일으켰다면서 임 실장에 대한 경질도 협의체 자리에서 요구할 예정이다. 여야정 상설협의체 청와대 참석자로 임종석 비서실장도 포함돼 있다.

여야정상설협의체는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참석하고 청와대에선 문 대통령과 임종석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한병도 정무수석 등이 참석한다.

여야정 상설협의체는 지난 8월 여야 5당 원내대표와 문재인 대통령이 만나 협치를 목표로 분기별 1회씩 열기로 합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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