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한국기원 총재(중앙홀딩스 회장)가 2일 총재직을 사임했다. 송필호·송광수 부총재와 유창혁 사무총장도 동반 사퇴했다.

홍석현 총재와 한국기원 집행부 퇴진은 그들이 보인 행정 난맥상에 프로 바둑기사들이 반발하면서 벌어졌다. 

바둑계 미투 사건 부실 조사와 미흡한 결론, 직원 해고 등 기원 집행부의 독단과 중앙일보 출신 인사들의 전횡 등 곪을 대로 곪은 갈등이 집행부 퇴진 요구로 이어졌다.

홍 총재는 2일 사임 글에서 “한국기원 총재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며 “5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한국 바둑 발전이라는 소임을 맡아 바라던 성과를 적잖이 이룬 이 시점이 자리를 비울 때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홍 총재는 “바둑은 역사가 긴 만큼 의견이 다양한 곳이라 이를 수렴해 원만히 끌고 나갈 분이 필요하다”며 “한국기원을 이끌 새 집행부 구성은 5일로 예정된 한국기원 임시이사회에서 논의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홍 총재는 “한국기원 지도부 인선, 향후 바둑 정책 수립에 프로기사와 바둑인의 의견도 충분히 반영되기를 바란다”며 “한국 바둑과 한국기원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 홍석현 한국기원 총재(중앙홀딩스 회장)가 2일 총재직을 사임했다. 송필호·송광수 부총재와 유창혁 사무총장도 동반 사퇴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 홍석현 한국기원 총재(중앙홀딩스 회장)가 2일 총재직을 사임했다. 송필호·송광수 부총재와 유창혁 사무총장도 동반 사퇴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프로바둑 기사들은 지난달 29일 기사총회에서 기원 집행부인 송필호 부총재(전 중앙일보 부회장)와 프로 기사 출신 유창혁 사무총장 해임 건의안을 통과시켰다. 잘못된 행정에 책임을 물은 거다. 바둑 역사상 집행부 해임 찬반 투표는 처음이다.

앞서 원로기사 노영하 9단은 홍 총재에게 공개서한을 통해 송필호 부총재와 유창혁 총장이 바둑계 혼란을 가져왔다며 조처해달라고 호소했다. 바둑 역사상 최초로 바둑 팬들이 한국기원 앞에서 ‘집행부 퇴진’ 집회도 열었다.

홍 총재는 2014년 3월 한국기원 총재에 취임해 지난 5년 동안 프로바둑 행정을 대표했다.

그가 시니어 및 여자 프로바둑리그 등 기전을 창설하고 바둑 관련 정부 예산을 늘려 바둑 보급 사업과 교육아카데미 설립 등을 활성화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노영하 9단은 지난달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홍 총재는 취임 후 총재사(중앙일보)가 주최하던 기전을 부활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기전을 확충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으니 바둑에 대한 애정이 없다고 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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