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 방사선관리 하청노동자들이 “자회사 정규직화되면 20년 기술력 쌓은 업체와 그에 딸린 임직원 300명이 거리에 나앉게 된다”는 자유한국당 제동에 “하청노동자는 안중에도 없느냐”는 원성을 쏟아냈다.

김기선·박맹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가 열린 지난 10월 18일과 29일, ‘방사선관리직 자회사 정규직화를 중단하라’는 취지로 한국수력원자력 측을 질책했다. 기존 방사선관리 용역업체의 생존권이 흔들린다는 지적이었다.

김기선 의원은 “용역업체 직원 1200명 중 현장 직원 900명을 자회사가 고용하면 나머지 기술직 300명이 실직하고 20년 넘게 기술개발에 투자한 회사가 문을 닫는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 경주 월성 원자력발전소(자료사진)ⓒ김철수 기자
▲ 경주 월성 원자력발전소(자료사진)                                                             ⓒ김철수 기자

이들 업체는 원전 폐기물과 오염물질을 처리·제거하는 하청업체다. 입찰 자격을 가진 9곳이 23개 원전 용역을 돌아가며 수주받는다. 3년 기간 계약으로, 수주 업체는 계속 바뀌지만 현장직원은 퇴사하지 않는 한 같은 곳에서 일한다. 업체 변경 때마다 고용계약서를 다시 쓸 뿐이다. 방사선관리 용역업체가 ‘인력파견업체’로 불린 이유다. 이런 방사선관리 하청직원만 900여명이다.

한수원 국감이 열리기 직전, 영광·월성·울진·고리 지역 방사선관리직들은 90~100%의 동의로 자회사 정규직화에 찬성했다. 노동자 측 대표는 10월 초부터 한수원과 자회사 정규직 전환 안을 논의해오던 중이었다.

하청직원들 사이에선 지금 ‘자유한국당이 용역업체 로비를 받았느냐’는 원성이 자자하다. 이들 용역업체는 20년 동안 기술·인력에 제대로 투자한 적도 없고 본사 직원도 업체당 4~5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20년차 하청직원 A씨는 “한 업체당 5명을 잡아도 9를 곱하면 45명이다. 300명이 어디있느냐”고 밝혔다.

▲ 2014년 9월30일 뉴스타파
▲ 2014년 9월30일 뉴스타파

A씨는 “허수 300에 누가 포함됐는진 현장 노동자들은 다 안다”고 했다. 입찰 자격 ‘사전사업수행능력(PQ) 적격자’을 따려면 연구·기술직 등 25명 인력이 등록돼 있어야 한다. 또 다른 하청직원 B씨는 “유관기관 퇴직자 등 명의만 주고 월급을 받아간다는 소문은 20년간 현장에 파다했다”고 밝혔다. A씨가 명단 일부를 확인한 결과 55명 중 21명이 일하지 않는 명의대여자였다.

이들이 쓰는 자재·설비, 소모품 대부분도 한수원 소유다. 교육도 한수원 인재개발원과 국가 인정 교육기관에서 받는다. 업체들은 현장직원들과 본사 직원 4~5명의 인건비만 지출하고 나머지는 이윤으로 챙긴다.

방사선관리업은 진입 장벽이 높아 대표적인 닫힌 시장이다. 낙찰 조건을 충족하는 업체 9곳이 돌아가면서 수주받는 13개 용역사업 규모는 총 2300여억원, 한 사업 당 170억원을 번다. 2014년 뉴스타파 ‘원전묵시록’을 보면 한 용역업체는 2007~2015년 동안 총 810억원을 벌었고, 2013년 매출 150억원 중 120억원이 방사선관리 용역 매출이었다.

한 용역업체 직원 C씨는 “300명 모두 허수라는 건 팩트가 아니다. 생존권이 달린 기술직들도 많다”고 반박했다. 문재인 정부 이후에 입찰 인력에서 제외된 10~20년차 기술직 등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인력이 있는 게 사실이라는 지적이다. 한수원은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2017년 7월 등록된 직원만 정규직 대상으로 정했다.

C씨는 업체 당 적으면 5명, 많으면 10명까지 일자리를 잃는 억울한 기술직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자체처분(오염된 철제 제거), 오버홀(overhaul·기계 완전 분해 후 점검∙수리) 등의 현장업무에 투입되고 있다. 그는 “피폭 기록도 다 남아있는데 정규직에서 배제돼 억울함만 토로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 원자력발전소 하청 노조 관계자는 “9개 업체 본사 인력 50여명, 아랍에미레이트에 파견된 20여명, 그외 5명 정도가 실제 현장에 오래있었음에도 제외됐다. 다같이 일한 동료다. 한수원에 이들에 대한 고용안정 확보 방안을 요구해나갈 것”이라 했다.

※ 기사 수정 : 11월2일 오후 1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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