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는 서울시 소속이라 관료제의 성격이 있다. 게다가 방송사 소속 정규직 PD가 프리랜서·파견 등 비정규직 언론인을 지휘·통제하는 방송계 특유의 수직구조도 있다. 지난 1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tbs를 재단법인화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이 과정에서 tbs가 이 두 차원의 경직성을 극복하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일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민생실천위원회가 주최한 ‘서울시 방송노동환경 혁신정책 중간점검 토론회’에서는 tbs의 문제점과 개혁 방안이 나왔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아나운서·기자·PD·카메라 감독·교통리포터 등 대부분 프리랜서의 업무종속성이 높게 나왔지만 방송작가의 경우 종속성이 낮게 나왔다. 종속성은 노동법상 노동자로 인정받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다. tbs 방송작가를 정규직화하면 △고용경직성으로 콘텐츠 질 하락 △내·외부 경쟁시스템으로 우수한 작가 수시채용·프로그램 발전 저해 등의 문제가 있다고 봤다.

▲ tbs 방송작가 정규직화, 전속계약제 기능 의견 종합 정리. 자료=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발제 자료
▲ tbs 방송작가 정규직화, 전속계약제 기능 의견 종합 정리. 자료=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발제 자료

작가들이 낮은 종속성을 보인다는 분석에 비판이 나왔다. 이미지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장은 “작가들이 프리랜서 신분이기 때문에 이를 개선해달라고 한 건데 프리랜서 신분이라 (종속성이 낮아) 안 된다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김동원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은 “기본적으로 한국 방송계의 특징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 tbs작가 “새벽 4시까지 원고쓰고 애 낳으러 갔다”]

김 정책위원은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영미권 작품을 보면 크레딧에 크리에이터(Creator)라고 나온다. 프로듀서(PD)와 디렉터(Director)의 구분이 명확하고 그 사이에 PD와 동일한 권한을 가진 라이터(writer)·크리에이터가 있다. 콘텐츠에 대해 전면 권한을 가지고 시리즈 전체 기획을 한다.” PD가 모든 권한을 가지고 보조로 작가를 두는 한국의 시스템에 비해 좀 더 효율적이고 콘텐츠 중심의 구조로 볼 수 있다.

함께 일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정체성이 다른 점도 지적했다. 김 정책위원은 “정규직 PD들은 ‘어디 방송사에서 왔다’고 소개하는데 비정규직들은 ‘무슨 프로그램을 한다’고 소개한다”며 “방송사들이 편성을 임의로 할 때마다 콘텐츠에 정체성을 둔 프리랜서들이 고용불안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할 때 우려점이라고 지적한 부분들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김 정책위원은 “정규직화하면 콘텐츠 질이 하락한다는 우려는 현재 정규직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비정규직에게 투영한 것”이라며 “우려가 아니라 자신들의 문제를 고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월 tbs 교통방송을 재단법인화 하고 사내 비정규직을 직접고용, 정규직화 하겠다고 밝혔다. 사진=tbs 홈페이지
▲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월 tbs 교통방송을 재단법인화 하고 사내 비정규직을 직접고용, 정규직화 하겠다고 밝혔다. 사진=tbs 홈페이지

또한 “우수한 작가인력이 고착화되면 장점이 없어진다는 건 비정규직을 쉽게 해고하겠다는 경영진의 관점”이라며 “tbs는 재원 특성상 다른 방송사와 경쟁을 신경 쓰지 않고 내부에서도 스스로 경쟁하지 않아 오히려 관료제의 특성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tbs 재단법인화과 비정규직을 직접고용·정규직화하는 건 방송사 최초다. 김 부소장은 tbs가 혁신적인 고용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며 방송작가들에게 최소 6개월에서 23개월 계약기간을 보장하고, 당사자와 사전에 계약만료를 통보해주는 안을 제안했다.

이미지 지부장은 “tbs의 작은 걸음이 대한민국 방송계 전체의 불공정 노동실태를 바꾸는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협상과정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23개월 뒤에 tbs를 떠나야 하는 직접고용이라면 받아들일 수 없다”며 “프리랜서 체계 속에서 껍데기만 바꿀 게 아니라 사측이 제대로 진단해 노무 전반을 관장해달라”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