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고용이 안정되면 프로그램 질이 떨어진다”
“매일 보는 얼굴, 작가 물갈이 하는 게 프로그램 개편이다”
“작가가 가장 잘되는 케이스가 정규직 PD랑 결혼하는 거 아니냐”

1일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민생실천위원회가 주최한 ‘서울시 방송노동환경 혁신정책 중간점검 토론회’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지부장 이미지)가 전한 방송작가들이 사내에서 들은 말 중 일부다. 사내 권력구조에서 방송작가들이 얼마나 열악한 위치에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발언들이다.

현재 tbs 교통방송(대표 이강택)은 사내 프리랜서·파견용역 등 비정규직을 직접 고용하는 과정에 있고 내년에는 tbs가 서울시 소속에서 벗어나 법인으로 분리될 예정이다. 법인화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서울시 측도 tbs 내 임기제공무원(사실상 정규직에 준하는 위치) PD 등이 비정규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일부 확인했다고 밝혔다. 

▲ 지난해 11월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출범식.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지난해 11월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출범식.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조성주 서울시 노동협력관은 tbs 내 PD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한 간부가 “작가는 해고 위협이 있어야 크리에이티브(creative)해진다”고 말한 사실을 전했다. 조 협력관이 “PD는 창의적인 직업이 아니냐”고 했더니 “‘창의적일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조성주 협력관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보다 중요한 건 조직 내에서 권력관계·위계구조, 승진·직급·인사체계”라고 지적했다. 조 협력관은 “작가·PD 직군에 대해 왜곡된 시각이 들어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미지 방송작가지부장은 tbs 간판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만든 장본인이다. 이 지부장은 “진행자의 진행료가 올라가고 담당PD가 승진하는 동안 작가들의 보상은 없었다”고 말했다.

“PD가 ‘개편할 거니까 아이디어를 좀 내봐’하면 작가들은 아이디어를 내야만 한다. 우리는 식구니까. 개편 아이디어를 내고 나서 ‘기획료는요’라고 물으면 식구가 아니라 객이 된다. 책무가 주어질 땐 식구이고 돈 달라고 했을 땐 객이 된다. 10년간 고료가 동결됐다. 담당 국장이라는 분이 ‘요구가 오지 않았다’고 하더라. 왜 말을 안했겠느냐. 담당PD가 ‘너희 임금은 제작비의 일부니까 못 올린다’고 한 거다.”

▲ 1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서울시 방송노동환경 혁신정책 중간점검 토론회'에서 tbs 비정규직의 열악한 노동현실을 논의했다. 사진=장슬기 기자
▲ 1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서울시 방송노동환경 혁신정책 중간점검 토론회'에서 tbs 비정규직의 열악한 노동현실을 논의했다. 사진=장슬기 기자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구조에선 부당한 일이 이어졌다. 유급휴가가 없는 작가들은 몸이 아파도 무급으로 쉬어야 했다. 그는 “한 작가가 무급휴가를 다녀왔는데 놀러갔다 왔다고 핀잔을 들었다”고 말했고 “한 작가는 PD가 집어던진 군만두에 맞은 이야기를 웃으면서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12년간 tbs에서 일했던 구성작가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작가에겐 출산휴가가 없기 때문에 내가 작가를 사서 돈 주고 세금처리까지 해서 아이를 낳는 날 새벽 4시까지 일해 원고를 넘기고 애를 낳았다”며 자신의 사례를 털어놨다. A씨는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작가들은 섭외·자료조사 뿐 아니라 차량등록·개인정보취합·로고제작 업무도 하고 PD가 미팅에 오지 않으면 게스트에게 밥을 사주는 것까지 담당한다”고 말했다.

tbs 비정규직 언론인들은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와 언론노조 tbs지부(지부장 이강훈) 등에 노동현실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강훈 tbs지부장은 “1차로 비정규직들이 tbs에 직접고용된 날 한 간부가 축하가 아니라 ‘PD들 말 잘 들어, PD보다 잘난 사람 없어’와 같은 위협발언을 했다”며 “tbs의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이강택 tbs신임 대표는 “일의 해결속도를 늦추기 위해 누군가가 갈등을 인위적으로 조장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며 “고통 받는 사람을 위한다는 큰 방향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어떤 조직이든 구성원들이 전체 현안을 충분히 이해하기 쉽지는 않고 자신의 경험에 국한해 이해하는데 경영진이 전체적인 상을 가지고 제대로 진단해 공통의 인식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런 일을 앞으로 열심히 해보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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