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웹하드 업계 1·2위 업체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 실소유주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전직 직원을 무차별 폭행하고, 직원들에게 일본도와 석궁으로 생닭을 죽이라고 강요하는 장면을 담은 보도 영상이 충격을 주고 있다.

양 회장의 반인륜적 행각이 언론에 첫 공개된 지난 30일부터 31일까지 ‘양진호’ 이름 석 자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단을 차지했다. 사회적 비난 여론이 들끓자 경찰은 31일 양 회장 수사에 광역수사대를 투입해 전면 수사에 나섰다.

이 보도는 탐사보도 매체 ‘셜록’이 ‘뉴스타파’와 협업해 탄생했다. 셜록 대표 박상규 기자는 2년 전 제보를 받고 사건을 추적했다. 2년의 취재 노동과 국내에서 보기 드문 비영리 탐사보도 매체 간 협업 산물이지만, 출처를 밝히지 않고 보도하는 매체도 적지 않다.

▲ 탐사보도 매체 셜록과 뉴스타파가 공개한 양진호 회장의 폭행 영상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뉴스타파 영상 갈무리
▲ 탐사보도 매체 셜록과 뉴스타파가 공개한 양진호 회장의 폭행 영상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뉴스타파 영상 갈무리
31일자 주요 종합 일간지와 경제지 가운데 ‘양진호’ 실명으로 이 사건을 보도한 매체는 10곳(경향신문, 국민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서울경제)이었다. 주류 매체 대다수가 보도한 것이다. 

이 가운데 뉴스타파를 언급하지 않고 보도한 매체는 조선일보와 한국경제다. 조선일보는 이날 12면 “직원 폭행 ‘위디스크’ 양진호 회장 ‘기념하게 영상 찍어라’”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이날(30일) 한 온라인 매체는 양 회장이 2015년 4월 경기도 분당의 위디스크 사무실에서 전직 직원 A씨를 무차별 폭행하는 영상을 공개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뉴스타파와 셜록을 ‘한 온라인 매체’라고 명명했을 뿐더러 이 매체들의 영상 화면을 실으면서 사진 설명도 덧붙이지 않았다.

한국경제도 같은 날 31면 “양진호 위디스크 회장, 직원 폭행 영상 파문”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날(30일) 한 탐사보도 전문 매체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이라고 한 뒤 양 회장의 직원 폭행 사건을 보도했다.

반면 중앙일보는 12면 “‘뒤져XX’ 전 직원 뺨 때리며 폭행 영상 기념품 만든 회장”이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뉴스타파와 ‘진실탐사그룹 셜록’이 입수해 보도한 2분47초 분량의 영상”이라고 출처를 분명히 했다. 경향신문도 뉴스타파와 셜록이 협업한 사실을 전했으나 두 매체 외 ‘셜록’을 따로 언급한 곳은 없었다.

인용 보도 시 출처를 명확히 밝히는 건 보도 윤리와 직결된 문제다. 타사 취재 성과에 대한 존중의 의미도 있다. 그러나 언론계에서 출처를 밝히지 않는 보도 행태는 ‘으레 그런 것’으로 여겨져 왔다. 

▲ 조선일보 31일자 12면. 조선일보는 이 보도에서 뉴스타파와 셜록을 ‘한 온라인 매체’라고 명명했을 뿐더러 이 매체들 영상 화면을 실으면서 사진 설명도 덧붙이지 않았다.
▲ 조선일보 31일자 12면. 조선일보는 이 보도에서 뉴스타파와 셜록을 ‘한 온라인 매체’라고 명명했을 뿐더러 이 매체들 영상 화면을 실으면서 사진 설명도 덧붙이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조선일보 기사를 쓴 기자는 31일 “회사 방침은 아니다. 다른 매체에서 보도한 것을 실명으로 거론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별도의 이유는 없다”고 했다.

이명선 ‘셜록’ 기자는 31일 페이스북에 “연합뉴스를 비롯한 주요 매체에서는 셜록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뉴스타파 기자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셜록을 언급해준다”며 “사실 타사에서 뉴스타파라도 언급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몇 년 전까지 ‘한 온라인 매체에 따르면’이라는 말로 출처를 밝히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지적했다.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도 “과거 뉴스타파의 조세피난처 보도 때와 비교하면 출처 표기를 제대로 하는 언론들이 늘었다”면서도 “이 보도는 영상 자체가 중요한 뉴스인데 지상파를 포함해 여러 방송사들이 ‘뉴스타파’, ‘셜록’ 로고를 블러 처리한 채 말미에 자막으로 언급하는 건 여전히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