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가 양승동 현 KBS 사장을 차기 사장 최종 후보로 임명제청했다. 양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고 문 대통령이 임명제청안을 재가하면 임명이 확정된다. 지난 4월 취임한 양 내정자 임기는 해임된 고대영 전 사장 잔여임기인 11월23일까지로, 연임에 성공할 경우 취임한 날로부터 3년 동안 KBS 사장직을 이어가게 된다.

KBS 이사회는 31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김진수, 양승동, 이정옥 후보에 대한 공개 면접을 가진 뒤, 지난 27일 시민자문단의 정책평가회 평가 점수와 이날 면접 심사 점수를 4대6 비중으로 합산해 양 후보 임명제청을 의결했다. 면접은 오전 9시25분쯤 시작돼 후보 1인당 60분(정책발표 5분, 이사진 질의응답 55분)씩 시간이 주어졌다.

이날 면접에서 이사진은 양 내정자에게 ‘진실과미래위원회(진실미래위)’로 대표되는 과거 청산 정책과 KBS 내부 조직 정비 관련 질의를 집중적으로 던졌다. 김태일 이사(바른미래당 추천)가 ‘혁신과 통합의 균형 있는 전략적 리더십’에 관한 생각을 묻자 양 내정자는 “‘통합 없는 혁신은 공허하다’는 말에 동의한다. 진실미래위 목적은 과거 잘못을 성찰해 되풀이하지 않도록 규범화하고 제도화하는 것”이라며 “내년 3월3일 공사창립일을 기점으로 진상규명 활동을 끝내고 화합 조치까지 마련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밝혔다.

▲ 지난 4월 취임식 당시 양승동 KBS 사장(현 차기 KBS 사장 내정자).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지난 4월 취임식 당시 양승동 KBS 사장(현 차기 KBS 사장 내정자).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문건영(더불어민주당 추천) 이사는 인사 편중 논란에 관한 양 사장 입장을 물었다. KBS 일부 노동조합은 주요 보직에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출신 인사가 집중됐다고 비판해왔다. 양 내정자는 “KBS본부 노조는 다수 노조이기 때문에 수적으로 많은 건 당연하다. 그러나 소속이 아닌 직원들도 상당히 보직을 맡고 있다”며 “과거 10년 동안 공정한 기회를 못 받은 경우를 감안한 측면도 있지만 업무능력‧평판‧전문성이 없거나 공영방송 철학이 잘못된 사람을 인사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다음, 네이버 출신 김경달 이사(더불어민주당 추천)는 미래방송 혁신방안과 관련해 KBS가 뉴미디어 역량과 존재감이 약한 이유를 물었다. 이에 양 사장은 “KBS가 ‘지상파 전성기’ 때의 기억이 있어 지상파 중심으로 생각한다. 공익적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야 하는 건 기본인데 플랫폼이나 유통은 또 다른 문제”라고 밝힌 뒤 연임에 성공할 경우 디지털 전문인력 확충과 이를 위한 예산 증액 계획을 밝혔다.

자유한국당 추천 이사들은 앞서 한국당이 양 사장을 비판해온 지점을 거듭 물었다. 천영식 이사는 KBS 1TV ‘오늘밤 김제동’과 관련해 “김제동씨에게 프로그램을 줬다면 우파에도 기회를 줘야 한다. 예를 들어 ‘내일밤 차명진’을 시킨다든가 이런 노력이 필요한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서재석 이사는 양 사장이 KBS 부산총국 편성제작국장 시절 세월호 참사 당일 노래방에서 양 사장 카드가 결제된 일을 문제 삼았다.

임명제청이 결정된 뒤 양 내정자는 기자들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시민자문단과 이사회에 감사드린다.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KBS가 공영방송 위기를 극복하고 신뢰받는 진정한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구성원과 함께 하는 혁신, 통합의 리더십으로 KBS 조직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수신료 가치에 답하는 경쟁력 있는 KBS로 만들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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