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언론사를 구걸하게 만들고 있다.”(김양순 KBS 디지털뉴스부 팀장)

전국언론노동조합이 3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 언론사 관계자들이 네이버의 앞선 모바일 개편에 입을 모아 우려했다.

지난 10일 네이버는 모바일 서비스 베타버전을 공개했다. 네이버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를 빼고, 오른쪽으로 한번 넘기면 구독 중인 언론사 뉴스 ‘채널’이 나오고, 한 번 더 넘기면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뉴스를 개인 취향에 맞게 배열하는 ‘에어스 뉴스’를 볼 수 있다. ‘채널’은 네이버 사이트 내에서 기사를 보여주는 ‘인링크’ 방식으로 제공한다.

▲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가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네이버 뉴스 개편, 언론노동자의 평가는’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제공
▲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가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네이버 뉴스 개편, 언론노동자의 평가는’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제공

네이버 개편 후 언론사들이 ‘채널’ 구독자 확보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네이버가 첫 화면에서 뉴스를 뺀 대신 언론사 구독 서비스를 내세웠고, 채널 구독자 등 지표를 바탕으로 수익을 배분하기 때문에 언론이 구독자 수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박선영 한국일보 웹뉴스 팀장은 “일부 언론사는 생각하지도 못한 경품을 내걸면서 구독자들을 모은다. 기자들에게 채널 구독을 독려하도록 하는 회사도 있다”고 말했다. 적지 않은 언론사의 홈페이지 하단에는 네이버 채널 구독을 권유하며 홈페이지에 직접 접속하는 독자들마저 네이버를 통한 ‘인링크’ 구독을 유도하고 있다. 에어팟(한국경제), 갤럭시워치(이데일리), 모두투어 100만원 기프트 카드(조선일보) 등 고가의 경품도 등장했다.

김양순 KBS 팀장은 “성적표를 보는 기분으로 채널에 들어가 구독자 수를 비교한다. 구독자가 적어 언론이 구독자 수를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며 구독자수가 대표 지표가 된다면 언론이 독자가 좋아하는 뉴스를 쏟아내는 식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네이버 채널 구독자 수 공개 여부는 언론이 선택할 수 있는데 다수 매체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네이버가 도입한 알고리즘 뉴스 편집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박선영 팀장은 “알고리즘 추천 뉴스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저널리즘 가치가 있는 보도가 부각되는지 등 제대로 답을 듣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양순 팀장은 네이버 기사배열공론화포럼 논의 결과 ‘사람에 의한 편집 병행’ 결론이 났는데 네이버가 이를 수용하지 않는 문제도 지적했다.

이용자가 정작 맞춤형 뉴스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조사도 언급됐다.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는 “미국 나이트재단이 내놓은 인식조사 결과, 음악 등에는 자동화된 추천을 선호하면서도 뉴스추천은 다수 이용자가 반대했다”며 “이용자들이 현명하다. 플랫폼 사업자가 광고 수익을 위해 이러는 것 아니냐고 본다”고 지적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개인 선호에 따른 맞춤형 뉴스보다는 모두가 똑같은 뉴스를 접해야 한다”는 응답이 73%에 달한 반면 맞춤형 뉴스를 선호하는 입장은 17%에 불과했다.

이 같은 지적과 관련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원윤식 네이버 상무는 “기존의 뉴스 서비스가 너무 협소했다는 반성에서 나온 개편”이라며 “이용자들이 뉴스 서비스의 다양성을 충분히 즐기시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동원 강사는 “네이버는 인공지능 추천으로 이용자에게 선택지를 넓혀줬다고 볼 게 아니라 이용자가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효과를 받게 되는지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원 강사는 언론사의 독자편집위원회 같은 제도가 네이버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네이버와 관련한 언론의 논의 전반이 ‘주류매체’에 한정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네이버 구독 서비스 및 알고리즘 기사배열 대상인 언론사는 40여 곳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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