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기 치우고 들어와. 왜 녹음을 해. 이건 통비법 위반이야! 아니, 나는 길거리 인터뷰는 안 한다고. 나는 어떠한 청탁을 받아서 기사를 내보낸 적이 없고…아니 만나기 싫어요!”

KBS ‘저널리즘토크쇼J’ 취재진의 질문에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취재를 거부했다. 그는 조선일보 편집국장 시절이던 2015년 정찬우 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한국은행 금리 인하 압박’ 커넥션에 개입된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선 KBS보도에 따르면 금리 인하 직전인 그해 2월 정찬우 부위원장은 안종범 수석에게 “강효상 선배와 논의했다. 기획기사로 세게 도와준다 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 지난 28일자 KBS '저널리즘토크쇼J'의 한 장면.
▲ 지난 28일자 KBS '저널리즘토크쇼J'의 한 장면.
올해 불거진 굵직한 사건마다 강효상 의원이 등장하고 있다. 양승태 사법농단과 관련해 조선일보는 법원행정처와 결탁한 뒤 상고법원 설치에 유리한 여론을 형성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법원행정처 문건 중에는 ‘조선일보 홍보 전략’(150427), ‘조선일보 기사 일정 및 콘텐츠 검토’(150504), ‘조선일보 보도 요청사항’(150920) 등이 있었다. 조선일보 측은 “행정처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본지와는 무관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당시 편집국장은 강효상 의원이었다.

전국언론노조는 두 사안을 가리켜 “강효상 의원과 자유한국당은 더 이상 정치적 공세 운운하면서 진실을 가려선 안 된다. 강효상 의원 스스로 못한다면 국회가 반드시 청문회를 열어 정권에 의한 신문의 편집권 훼손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효상 의원의 경력은 돌아보면 박근혜정부와 ‘야합’의 연속이었다. 2011년 12월1일 종합편성채널 개국 첫날 TV조선은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초대해 그 유명한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라는 표현으로 방송사에 전례 없는 정치인 극찬 방송을 내보냈다. 강효상 의원은 당시 TV조선 보도본부장이었다.

2013년 3월에는 조선일보 편집국장으로 건너가 그해 9월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자’ 보도를 1면 톱에 배치하며 박 대통령을 살렸다. 당시 보도로 검찰총장이 낙마했고, 당시 검찰이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했던 국가정보원의 18대 대통령선거 개입사건은 흐지부지 종결됐다.

조선일보 채동욱 특별취재팀은 2014년 사보에서 “강효상 편집국장은 취재과정에서 결정적 위기마다 해법의 열쇠를 건네주는 해결사 역할을 했다”며 “고비 고비마다 굵직굵직한 정보를 취재팀에 건네주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당시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3년 8월 중순 경 강효상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만나 채동욱 총장과 임씨 모자의 개인정보를 넘겼다”고 주장한 바 있다. 곽상도 전 수석과 강효상 국장은 이 같은 주장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으나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진 않았다.

▲ 뉴스타파 보도화면 갈무리.
▲ 뉴스타파 보도화면 갈무리.
올해 언론과 삼성의 적나라한 커넥션을 드러낸 ‘장충기 문자’에서도 강 의원은 빠지지 않는다. 그는 편집국장 시절이던 2015년 4월20일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보내주신 음악회 티켓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운동은 집사람이 수업이 많아 사양해서요. 한 번 더 얘기해보고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강효상 드림”이란 문자를 보냈다. 강 의원은 당시 상황을 두고 “부정한 접대는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강효상 의원은 9년 전 장자연 사건에도 등장한다. 그는 2009년 사건 당시 조선일보 경영기획실장으로서 ‘장자연 리스트’에 조선일보 방 사장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이종걸 민주당 의원에 대한 첫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이종걸 의원 발언으로) 방 사장은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꼈고, 조선일보는 언론사의 생명인 공신력에 터무니없는 피해를 입었다”며 “술 접대, 성 접대는 근거 없고 인터넷에 허무맹랑하게 올라오는 루머”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이종걸 의원의 고소를 주도했다.

그러나 지난 7월 방송된 MBC PD수첩 ‘장자연’편에서 조현오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은 조선일보에 거친 항의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에 강효상 의원은 PD수첩 취재진에 “방 사장이 결백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2013년 3월부터 2015년 9월까지 2년6개월간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맡았던 그가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16번을 받으며 돌연 정치인으로 변신하자 조선일보 내부에서는 “조선일보 편집국장의 격을 떨어뜨리는 행위”라는 비판 여론이 존재했다. 약점이 많아 정치인으로 힘들 거란 예측도 있었다. 강효상 의원은 국회의원 당선 직후인 2016년 6월 MBC PD수첩을 가리켜 “방송을 흉기처럼 사용했다”고 주장하며 ‘데뷔’했다.

▲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이치열 기자
▲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이치열 기자
그는 언론계 출신이란 전문성을 강조하며 비례대표 의원으로 나섰으나 정작 신문협회조차 강 의원이 발의한 가짜뉴스 법률안을 두고 “반드시 수정해야 한다”며 비판했다. 그는 조선일보 후배들에게도 신망을 잃었다. 강 의원이 지난 5월31일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의 칼럼을 비난하며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에게 ‘주필 파면’을 요구하자 조선일보 기자협회는 “의도적 언론 자유 침해”라며 강 의원을 비판하며 다음과 같이 적었다. “더 이상 국회의사당을 더럽히지 말고 ‘파면’이라는 두 글자를 본인에게 적용하길 바란다.”

그러나 강 의원은 올해 2월 대구 달서병 당협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이변이 없는 한 대구에서 지역구 의원으로 재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적폐의 ‘공범자’를 어찌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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