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카제 파리정치대학 경제학과 교수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2018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에서 “온라인 콘텐츠의 33%만이 오리지널”이라며 독창성 있는 고품질 저널리즘으로 언론이 생존할 수 있기 위해 언론사는 비영리재단 모델로 바꾸고 독자는 언론사에 기부하고 정부는 기부자에게 소득공제나 세금감면 혜택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줄리아 카제는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AFP통신 이사다. 한국에선 2015년 출간된 ‘미디어 구하기’의 저자로 유명하다. 이 책은 한국을 비롯한 10개국에서 번역·출간됐다. 카제는 ‘21세기 자본’을 쓴 토마 피케티와 결혼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카제는 30일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컨퍼런스에서 ‘디지털 시대, 고품질 뉴스 펀딩을 위한 제도들’이란 주제의 강연자로 나서 “디지털화와 함께 미디어 경제구조가 달라졌다. 뉴스가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가짜뉴스의 영향력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전하며 “반면 저널리스트 숫자는 세계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 30일 KPF저널리즘 컨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는 줄리아 카제. 사진=언론재단
▲ 30일 KPF저널리즘 컨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는 줄리아 카제. 사진=언론재단
카제는 “민주주의를 위해선 고품질 뉴스가 있어야 한다”며 “양질의 뉴스가 공공재이기 때문에 시장에만 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펀딩을 강조했다. 그는 “뉴스미디어는 점점 개인 펀딩으로 이뤄지고 있다. 프로퍼블리카는 100% 기부로 운영된다. 언론사는 상업적으로 돈을 벌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수익이 뉴스의 품질로 재투자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정보는 공공재”이며 정보가 민주주의사회에서 필수적인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며 “제대로 정보를 갖춘 사람만 1인1투표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잘못된 정보로 무장한 이들이 1인1투표를 행사하면 민주주의의 위기가 찾아온다는 이유에서다.

카제는 “인터넷이 나타나면서 어느 때보다 많은 정보가 우리에게 무작위로 주어지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보급률이 높을수록 정작 정치참여도는 줄어들고 있다. 사방에 뉴스가 있지만 원한다면 뉴스를 무시하고 살 수도 있다”며 저널리즘이 TV와 인터넷과 경쟁하며 양질의 뉴스를 수익으로 연결시키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종이신문은 기사를 내면 적어도 24시간은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동일한 뉴스가 1~3분 안에 등장한다. 장기적으로 평판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더라도 단기적으로는 고품질 뉴스로 수익 창출이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지난해 연구결과를 인용하며 “오직 온라인 콘텐츠의 33%만이 오리지널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3분의2는 (오리지널을) 배껴 쓰는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그럼에도 페이스북의 공유숫자와 기사의 품질 간에는 상관관계가 있다면서 비영리 뉴스룸 모델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비영리저널리즘이 확산되고 있다. 비영리저널리즘은 수익이 나면 저널리즘에 재투자할 수 있다. 언론을 위해선 공공적인 펀딩을 늘려주는 게 바람직하다. 정부는 펀딩에 참여한 독자들에게 소득 공제나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식으로 간접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품질 뉴스의 판단기준을 묻는 청중질문에 “모든 뉴스가 공공재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답한 뒤 “고품질 뉴스의 가장 큰 기준은 정보의 독창성”이라고 답했다. 기부모델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시민에게 일종의 바우처를 줘서 미디어에 기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액수에 맞춰 똑같이 매칭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가난한 사람들도 언론사에 돈을 낼 수 있다”고 답했다.

이날 카제는 한국의 바람직한 언론사 지배구조 모델로 시민주주의 한겨레, 사원주주의 경향신문을 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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