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가 막내 기자들에게 매년 열리는 그룹사 체육대회 장기자랑을 지시했다가 기자들의 반발로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해야 하는 언론사에서 구태를 지속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미디어오늘 취재결과 아시아경제가 지난해 12월에 입사한 19기 기자들에게 매년 진행되는 그룹사 체육대회에서 그룹사 별 장기자랑을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KMH아경그룹은 지난 25일 ‘한마음 체육대회’를 개최했다. 계열사 중 하나인 아시아경제는 매년 막내 기자들이 장기자랑을 해왔는데 지난해 입사한 19기 기자들은 단체로 하지 않겠다는 뜻을 사측에 공식적으로 밝혔다.

▲ 아시아경제 로고
▲ 아시아경제 로고

아시아경제 기자 A씨는 “편집국장이 막내기자들을 불러 항명 운운하며 거듭 압박했다. 그럼에도 기자들은 장기자랑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회사는 더 강제할 논리를 찾지 못하자 사내에 상금과 휴가를 내걸고 ‘장기자랑 팀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사내에서는 막내들이 제 역할을 하지 않아 불가피하게 장기자랑을 공모해야 한다는 비난이 은근하게 이어졌다고 전했다. 결국 막내 기자들은 체육대회 장기자랑을 하지 않았다.

문제는 체육대회 다음 날인 26일 최영범 아시아경제 대표가 사내회의에서 발언한 내용이다. 최 대표는 “막내 기수들이 사고 냈다. 수습 때 사회부에서 교육 단단히 해라. 전통적으로 그룹사 체육대회 하면 막내기수가 장기자랑을 하는데 19기가 저항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놈이 부당노동행위라고 했는데 뒤통수 맞은 기분이었다. 집안에서도 추석 때 모이면 막내 조카들이 노래 부른다. 막내들 재롱떠는 걸 부당노동행위라고 하면 할 말 없다. 막내기수 대신 장기자랑 나간 B기자와 C기자가 노래 잘 하더라. 이틀 휴가 주고 20만원 줘라. 내년엔 내가 나가겠다”고 발언했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김기림 아시아경제 인사부장은 “대표는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 부장은 “과거에는 장기자랑을 선배들이 했다. 어느 순간 선배들이 막내 기수에게 하라고 해서 최근 4년간 하게 됐다”고 밝혔으며 “(막내기자들에게 장기자랑을) 강압하지 않았다. 안 하겠다고 하면 끝나는 일이었는데 회사와 기자들이 간담회를 했는데 당시 막내기자 중 한 명이 부당노동행위라는 발언을 해 화가 났다”고 덧붙였다. 미디어오늘은 사내 회의 당시 있었던 대표 발언의 진위 확인을 위해 최영범 아시아경제 대표이사에게 수차례 전화와 문자를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이 같은 막내기수의 장기자랑이 언론사에서 사라져야 할 구태라고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해야 할 기자들이 이런 문화에 익숙해진다면 다른 부조리를 고발할 수 없게 된다. 이런 문화는 없어져야 한다”고 비판했으며 “최근 언론 기사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 인권 감수성이다. 앞으로 얼마나 인권적인 보도를 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인데 이 같은 보도는 언론사 조직 자체가 인권친화적인 조직이 돼야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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