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은 지난 23일 체육계를 감시해야 할 스포츠 기자들이 서울특별시체육회(회장 박원순, 이하 서울시체육회)이사로 갔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체육계 주요 인사를 옹호한 전력이 있다는 내용도 지적했다. 이에 서울시체육회 측은 각계 추천을 받아 해당 전·현직 스포츠 기자들의 능력 등을 반영해 이사로 선임했고, 과거에도 다수 언론인이 서울시체육회 이사로 활동했다고 했다. 또한 해당 기자들이 스포츠 유력인사를 옹호한 뒤 이사로 선임된 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지난 2016년부터 이사로 활동한 김아무개 경향신문 기자는 지난 2016년 11월 한 칼럼에서 박근혜 정권 당시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주도해 전명규 한국체육대학교 교수(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을 강도 높게 감사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문체부는 문재인 정부 들어 전 교수를 감사했고, 문체부 측은 ‘당시 스포츠4대악신고센터에 들어온 신고를 중심으로 감사보다 낮은 수준인 조사를 했고 전 교수 관련 조사는 없었다’고 했다. 미디어오늘은 김 기자가 사실관계를 왜곡하며 전 교수를 옹호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기자는 지난 2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문체부에 기록이 없다고 해서 전 교수 관련 조사가 없었던 건 아니”라며 “전 교수 본인을 부른 적이 없지만 주변인을 조사했다”고 말했다. 주변인의 계좌내역 등을 강도 높게 조사했고, 신고 온 것을 조사하는데 문제가 없자 무기명투서까지 다 조사했다는 걸 확인했다고 김 기자는 설명했다.

▲ 대한빙상경기연맹 로고
▲ 대한빙상경기연맹 로고

전 교수는 문체부 감사가 진행되던 지난 4월 빙상연맹 부회장 자리에서 사임했다. 문체부는 감사 결과 전 부회장이 지난 2014년 빙상연맹 부회장에서 사임한 뒤 지난해 1월 복귀했는데 그 사이에 정당한 권한 없이 업무에 개입했다고 밝혔다.

이에 김 기자는 문체부가 밝히지 않은 내용을 더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직에 없는 상임이사회에서 결정을 한 게 문제가 됐는데 지금은 이게 인정되고 있다”며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문체부는 빙상연맹에 금메달 6개를 주문했고 빙상계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 중에 전 교수가 있으니 자문을 부탁해서 전 교수가 조언을 했는데 이제 와서 전횡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점의 차이일 수 있다는 뜻이다.

문체부가 공개하지 않았지만 박근혜 정부 당시 조사에서 장명희 전 빙상연맹 회장의 비위 사실이 드러났다. 장 전 회장은 김 기자를 비롯해 다수 스포츠 기자들이 전 교수의 반대파벌로 분류하는 세력이다. 장 전 회장은 빙상계에서 물러났지만 체육계엔 여전히 그의 세력이 남아있고 이들이 전 교수를 흔들고 있다는 게 김 기자를 비롯해 다수 스포츠 기자들의 취재내용이다.

김 기자는 취재기자로서 이런 내용을 보도하자 전 교수 옹호자라는 비난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옹호론자라면 술 먹고 밥 먹고 ‘형동생’하는 사이여야 하는데 사적으로는 밥을 먹은 적도 없다”며 “전 교수의 나쁜 짓까지 옹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3년 전 교수 등 스포츠 감독을 소개한 책 ‘대한민국 승부사들-우리시대 최고 감독 10인의 불꽃 리더십’ 공저자로 참여한 부분에 대해 김 기자와 고아무개 스포츠서울 기자는 자신들이 전 교수 파트를 쓰지 않았는데 전 교수 옹호한 기자로 몰려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여러 명의 저자들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각 분야의 유능한 감독을 다뤘을 뿐이라고 했다. 해당 책에서 김 기자는 양궁감독, 고 기자는 야구감독 등에 대해 썼다.

또한 빙상연맹을 둘러싼 논란이 있기 전에는 전 교수가 국제대회에서 낸 성적이 뛰어났기 때문에 스포츠 기자로서 당연히 전 교수를 인터뷰하거나 전 교수 관련 글을 썼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 서울시체육회 로고
▲ 서울시체육회 로고

김 기자가 한체대에서 대학원을 다닌 것만으로 전 교수와 연결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스포츠기자들이 공부하고 싶을 때 스포츠 경력을 인정받으며 공부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데 한체대는 언론인을 특별전형으로 뽑아서 공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기자의 지도교수는 전 교수가 아니다.

기자들이 서울시체육회 이사에 간 것은 특혜가 아니라 감시차원이라고 주장했다. 고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언론인이 들어가는 건 대한민국 정부가 만들어놓은 것”이라며 “회의비도 안 나오고 자비로 참석한다”고 말했다. 김 기자 역시 “정관에 언론계·학계 등 비체육인 비율이 정해져있고 이는 감시차원”이라며 “기자가 앉아있기만 해도 관계자들이 발언도 조심한다”고 말했다.

성아무개 전 기자 역시 3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도움을 청해서 바쁜 시간을 냈을 뿐이지 서울시체육회는 유급기관도 아니고 자원봉사 차원”이라고 말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맡은 역할이 자신의 주 업무일 뿐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와 전 교수의 관계는 국회에서도 거론됐다. 지난달 29일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선수들과 빙상 관련자들이 성아무개 빙상연맹 관리위원 등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보내왔다”며 “전명규 한체대 교수랑 굉장히 가깝다는 제보가 왔으니 다시 검토하라”고 말했다.

이에 성 전 기자는 “빙상기자를 20여년 하면서 누가 도둑놈인지 잘 안다. (지난 정부 당시) 김종 차관 등의 스토리를 다 알고 부역한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기 때문에 껄끄러워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회의원이라면 체육계 적폐가 무엇인지 밝혀야지 자율로 움직이는 체육계까지 정치권이 따질 만큼 할 일이 없느냐”고 말했다.

빙상연맹이 한국 스포츠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최근 사고단체가 되면서 권력을 노리는 소위 ‘적폐’세력이 손 의원을 통해 자신 등을 흔들고 있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빙상연맹 관리위원 역시 명예직일 뿐이고, 관리위원 자격으로는 최근 문체부 감사가 제대로 진행됐는지 등을 확인하겠다고 그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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