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11월 조직개편을 예고한 가운데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MBC본부)는 30일 노보를 내어 지금의 MBC는 “신뢰의 위기와 산업의 위기를 동시에 맞이하고 있다”며 ‘혁신 전략으로서의 조직 개편’ 중요성을 강조했다.

MBC는 11월20일경 조직 개편안을 시행해 광고, 마케팅, 홍보 기능을 통합하고 통합된 조직과 제작 부서간의 유기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조능희 MBC 기획편성본부장은 앞서 방송문화진흥회 보고에서 이른바 ‘360도 제작시스템’을 본격적으로 적용하는 등 미디어비즈니스를 혁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획과 제작 단계부터 모바일을 비롯한 비지상파 플랫폼까지 고려해 종합적인 마케팅 전략을 세운다는 의미다.

MBC본부는 이를 두고 “위기를 타개하려는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말 그대로 첫걸음일 뿐”이라며 “만약 경영진이 이 조직개편을 단순히 광고와 마케팅 영업력을 통합해 강화하는 의미로 이해한다면 우려된다. 광고 영업력의 강화나 중간광고 도입은 일시적으로 광고 매출 하락을 지연 또는 반등시킬 수는 있어도 근본적 해법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하던 대로 콘텐츠 열심히 만들고, 광고 잘 팔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인식은 순진하다”는 것이다.

▲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MBC본부는 “1998년과 2009년 지상파 매출 감소가 세계 경제의 주기적 변동성에 따른 위기였다면 지금의 위기는 구조적이고 불가역적”이라고 진단했다. “젊은 시청자들은 텔레비전을 이탈하고 있다. 후발 사업자들은 공격적 인수합병을 통해 요소 시장을 장악하고 이종 산업간 협력을 통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며 “2011년 600억 원에 불과했던 모바일 광고 시장은 올해 2조4000억 원대로 급성장했다. 우리의 경쟁 상대는 더 이상 다른 방송사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MBC본부는 “(과거 MBC는) 제작 현장의 창의성과 헌신적 노력만 있으면 독점적 광고 시장이 안정적 수익을 보장했다. 전략이라고 해봐야 지상파 편성 전략 정도가 고작이었다”며 “전문성을 갖춘 젊고 역동적인 조직이, 본부별로 흩어져 있는 실무 부서의 일부 기능과 정보를 통합해 권한과 책임을 갖고 MBC의 리더십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BC 조직의 유연성을 높이려면 보직이 보상이 돼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MBC본부는 “지상파 독과점 시대의 조직 구조가 관성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본부 체제를 중심으로 한 조직도 상의 칸막이 조직이 비대하다”며 “임원들은 각 본부의 대표가 아니다. 관성적으로 구획된 각 본부의 기득권을 과감하게 포기해야 한다“고 전했다.

일부 임원진과 간부들에 대해서는 “전략과 비전이 없어서 일을 잘 할 수 없다는 것은 핑계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MBC본부는 “일부 직원들의 나태함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 역시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리더십의 책임”이라며 “보상과 처벌 등 테일러주의에 입각한 관리와 통제는 이미 정해진 하나의 답을 빠르고 정확하게 산출하는 업무에는 효과를 발휘한다. 그러나 MBC는 콘텐츠 생산 조직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일시적 순응’이 아니라 ‘창의적 성취’”라고 강조했다.

뉴스 제작과 혁신 전략을 위한 전담 조직 필요성도 제기됐다. MBC본부는 “현업 부서는 현재 조직의 업무를 중심으로 한 사고에 갇히기 쉽다. 새로운 청사진을 그리는데 방해 요인”이라며 “독립적이고 상시적인 혁신 조직이 필요하다. MBC 저널리즘의 가치, 보다 강력한 취재와 협업을 위한 지원 방안과 조직 문화, 가치와 이슈에 따라 뉴스 수용자와 소통하는 가장 적합한 전달 방식을 자기 업무의 중심에 놓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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