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경제 전문 미디어에서 종합뉴스통신사로 전환한 ‘뉴스핌’이 기자들에게 기사 유형별로 점수를 매기는 제도를 도입했다. 사측은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내세우지만, 오히려 회사의 평판이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핌은 지난 25일 기자들에게 사내 메신저로 ‘뉴스핌 콘텐츠경쟁력 강화 실천방안’이라는 제목의 A4용지 2장 분량의 문건을 보내 기사의 종류별로 ‘포인트’를 매기는 ‘1일 5포인트제’ 평가시스템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보도자료(단순 이슈대응 포함)와 기타(부고, 인사, 속보)기사는 1포인트, 발제(주요 보도자료에 대한 분석박스 포함)와 이슈 대응(이슈 종합박스)은 2포인트, 유료 안다(단독기사 포함)와 영상은 3포인트가 주어진다. ‘안다’는 몽골어로 ‘친구’라는 의미로 뉴스핌의 유료기사 제공서비스를 뜻한다.

▲ 사진=뉴스핌 홈페이지 갈무리
▲ 사진=뉴스핌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핌 내부에서는 여러 우려가 나온다. 뉴스핌 기자 A씨는 29일 미디어오늘에 “타사의 이슈 대응은 다 따라가면서 속보도 써야 하고, 발제도 하고, 기획기사와 같은 단독기사도 가져와야 한다”며 “말은 좋지만, 통신사 방향에 얼마나 맞는지도 모르겠다. 기사 수만 늘리려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뉴스핌 기자 B씨는 “월급은 그대로인데 기사량을 늘리라면 노동강도만 늘어난다.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높은 성과지점을 요구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뉴스핌 기자 C씨는 “상한선이 아니라 하한선을 둔 거 같다. 평소처럼 일하면 카운트를 굳이 따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기자들이 불만을 가지는 것은 (평가가) ‘정량화’된다는 것에 기분이 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핌 사측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이라며 문제 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박승윤 뉴스핌 편집국장은 “정량·정성평가 모두 하겠다. 사각지대 없이 모든 기사를 커버해 최상의 콘텐츠를 만들 거다. ‘1일 5포인트’는 하루에 해야 하는 평균량이다.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고심 끝에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했다. 그는 노동강도가 높아질 것이란 지적에 “항상 기사 생각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 사진=뉴스핌 콘텐츠경쟁력 강화 실천방안
▲ 사진=뉴스핌 콘텐츠경쟁력 강화 실천방안

뉴스핌 경영진이 기자들에게 전한 문건에는 이번 평가가 연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유추가 가능한 대목도 있다. 이 문건을 보면 1일 5포인트제 평가와 관련해 “포인트제 및 콘텐츠평가 보고서는 연봉 등 신상필벌 핵심자료 활용”, “개인별 부서별 평가 전산화 자료 11월 중순부터 노출(누적 집계)”이란 대목이 명시돼 있다.

박승윤 편집국장은 “연봉하고는 연결짓지 말라”며 “연봉에 영향을 미치는 건 여러 평가 요소가 있어 포인트제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런 문제는 회사의 문제지 미디어오늘이 물어볼 사안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민병복 뉴스핌 대표이사는 “노코멘트 하겠다. 전화하지 말라”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른 뉴스통신사들 사정은 어떨까. 뉴스1은 지난 7월 기자들 기사를 조회·기사수 등으로 정량평가하려던 방침을 세웠다가 내부 반발에 철회했다. 뉴스1 한 기자는 “통신사 기사가 적을 땐 적고 많을 땐 많은 것 아니냐. 윗선 말로는 팀장들이 일을 안 해서 밑에만 업무부담이 가중돼 무임승차 하는 기자를 걸러내려는 방안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다수의 퇴사자들이 이러한 평가 시스템 때문에 당시 회사를 떠난 것 같다는 추측도 전했다.

다만 강호병 뉴스1 편집국장은 미디어오늘 보도 이후 반론을 요청하며 “뉴스1은 기자를 조회·기사수로 정량평가 하려던 방침을 세운 적도 시도한 적도 말한 적도 없다. 인용된 뉴스1 기자 멘트는 사실무근이고 오해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평가제가 없는 연합뉴스의 한 기자는 “(포인트제로) 양 채우기식의 무의미한 기사들만 나올 것 같다. 회사의 압박 때문에 기자들이 위축돼 책상에 앉아 기사량을 채울 생각으로 시간을 보낼 것 같다. 취재원이나 정보원을 만날 시간은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포인트 평가제를 두고 “회사의 평판과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뉴스핌의 평가 기준은 사회적으로 유의미하고 가치 있는 기사로 자사를 평가하는 게 아니라 건수를 높이기 위함이 우선”이라고 전한 뒤 “기자들 스스로도 노동환경이 악화하는 데 저항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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