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위기를 맞았다. 정권 편향 불공정 보도는 물론 핵심 간부의 삼성 유착 의혹에서 알 수 있듯 매체 신뢰도는 바닥을 기었고, 회사 폭주에 제동을 걸 비판적 기자들은 한직으로 좌천됐다.

KBS·MBC 양대 공영방송이 지난한 ‘정상화’ 작업에 돌입한 것처럼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의 무너진 공영성이 회복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가 연합뉴스에 지원하는 연 330여억원을 환수해야 한다는 여론은 여전하다.

지난 29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회 ‘디지털 환경에서 공영 통신사의 정체성과 방향성 및 미래 경쟁력 제고방안’은 현재 연합뉴스가 직면한 위기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한국방송학회가 주최한 이 토론회는 뉴스통신진흥회(진흥회)가 후원했다. 진흥회는 연합뉴스 지분 30.77%를 가진 대주주로 연합뉴스 대표이사 추천 권한을 갖고 있다. 과거 정부 진흥회는 연합뉴스 경영진을 제대로 감독하지 않았다. 반면 지난 2월 선임된 강기석 진흥회 이사장은 알을 깨려는 ‘어미닭’ 역할을 하고 있다.

▲ 지난 29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회 ‘디지털 환경에서 공영 통신사의 정체성과 방향성 및 미래 경쟁력 제고방안’은 현재 연합뉴스가 직면한 위기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사진=김도연 미디어오늘 기자
▲ 지난 29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회 ‘디지털 환경에서 공영 통신사의 정체성과 방향성 및 미래 경쟁력 제고방안’은 현재 연합뉴스가 직면한 위기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사진=김도연 미디어오늘 기자
발제를 맡은 임종섭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연합뉴스가 추구해야 할 역할로 △소유 구조 투명성과 보도 독립성 △가짜 정보 검증 시스템과 균형 보도 및 롱폼(Long form) 멀티미디어 저널리즘을 바탕으로 한 보도 윤리성 △국제적 뉴스 통신사 △주제별 심화 콘텐츠와 지구적 관심사 △콘텐츠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소셜 미디어 활용 △학교 및 지역 사회와 연대 등 6가지를 꼽았다.

그의 발제문 가운데 눈길을 끄는 대목은 AP(미국), 로이터(영국), AFP(프랑스), 신화통신(중국), 타스(러시아), DPA(독일) 등 주요 뉴스 통신사들과의 비교였다. 63개국을 취재하는 타스를 제외하면 이들 언론이 커버하는 취재 국가는 기본 100곳이 넘는다. 로이터나 DPA의 경우 200곳에 달했다. 반면 연합뉴스가 취재하는 국가는 25곳에 불과했다. 세계적 뉴스 통신사들이 보유한 취재 기자 수는 1000명을 넘고도 남는 수준이지만 연합뉴스의 경우 640명을 조금 넘는다. 

국내 시장에서 ‘거대 공룡’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는 연합뉴스지만 해외 통신사들과 비교하면 규모나 위상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하다. 이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을 위해 국가가 연합뉴스를 지원해야 한다는 명분이 될 수 있다.

토론자로 참석한 남광식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 정책실장은 “연합뉴스가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 정체성을 확고히 할 방안은 국제 뉴스 시장에서 발신자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10월 연합뉴스지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23%가 ‘글로벌 10대 뉴스통신사’를 연합뉴스 비전으로 꼽았다.

남 실장은 “이제까지 국제 뉴스 시장에서 연합은 주로 해외 뉴스를 국내로 들여오는 역할을 했다”며 “남북한 교류와 같은 ‘지구적 관심사’에 대한 우리 시각을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도 해야 한다. 우리 운명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문제를 외국 언론 손에 맡겨놓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말한 유수의 뉴스 통신사들과 경쟁하기 위해 ‘더 많은 인력’이 충원되는 등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합뉴스를 둘러싼 국내 뉴스 시장에서의 갈등은 여전하다. 뉴스통신사로서 계약을 맺은 회원사(언론사)에 뉴스와 사진을 공급하고 전재료를 받아온 ‘도매상’ 연합뉴스는 미디어 시장이 급변하면서 그 위상과 역할이 달라졌다.

미디어오늘이 지난 2014년 5월 포털사이트 네이버·다음 뉴스 섹션에 오른 기사 77만여 건을 분석한 결과 연합뉴스와 뉴시스, 뉴스1 등 통신 3사 기사 비중이 네이버는 39.1%, 다음은 37.1%에 이르렀다. 연합뉴스는 각각 23.6%와 23.2%라는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2017년 1월 언론진흥재단 분석에서도 연합뉴스 점유율이 네이버 PC 서비스에서는 28.8%, 네이버 모바일 서비스에서는 24.7%로 나타났다. 다음에서는 PC와 모바일을 합산해 31.2%로 집계됐다. 연합뉴스가 포털 사이트에서 받는 전재료가 전체의 3분의 1이상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도매상 연합뉴스가 고객 회원사들과 포털에서 경쟁하는 게 합당하느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신문협회의 경우 연합뉴스가 포털에서 빠져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다수의 언론사는 연합뉴스 보도를 무단 인용하거나 조금 수정해 자기것인양 노출한다. ‘언론의 하향 평준화’다.

▲ AP(미국), 로이터(영국), AFP(프랑스), 신화통신(중국), 타스(러시아), DPA(독일) 등 주요 뉴스 통신사들과 연합뉴스(YNA)를 비교한 통계. 사진=임종섭 서강대 교수
▲ AP(미국), 로이터(영국), AFP(프랑스), 신화통신(중국), 타스(러시아), DPA(독일) 등 주요 뉴스 통신사들과 연합뉴스(YNA)를 비교한 통계. 사진=임종섭 서강대 교수
또 다른 토론자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는 사견을 전제로 “연합뉴스가 포털에서 빠지면 뉴시스와 뉴스1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며 “통신사의 포털 진입을 배제하는 건 불가능할 뿐더러 명분도 없고 실현 가능성도 없다. 다만 정부 지원의 범위와 형평성을 고려해 뉴스통신진흥회가 가이드라인을 잡거나 국회 차원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연합뉴스의 공적 역할을 주문했다. 뉴스 원본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데이터 검색과 인용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거나 공공 콘텐츠로서 뉴스의 새로운 영역과 역할을 개발해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퍼블릭 서비스를 계속 가져가되 회원사들에게만 제공되는 별도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며 “연합뉴스만의 기획 콘텐츠를 만들어 내야 함과 동시에 뉴스 다양성, 이를 테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콘텐츠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적 지원을 받는 만큼 국민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콘텐츠를 확대할 필요가 있고, 고유의 영역인 도매상으로서의 역할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 기자들의 책임 의식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두 번째 발제자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보도 정확성과 공정성을 위해선 제작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면서도 “편집위원회와 편집규약이 근거가 될 수 있지만 이를 내부적으로 실천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불명예스러운 대기업과의 유착 의혹이 발생해도 언론사 스스로 자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근본적 윤리 의식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제작 실무자가 수습 기자로 입사해 책임자가 될 때까지 스스로 언론 자유를 실천하면서 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관행을 개혁해야 한다. 스스로의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연합뉴스는 정부 지원금에 좌우되는 정권 유지 수단으로 기능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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