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를 폭로한 이후, 사립유치원에 국민 분노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정감사에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관계자들이 출석해 “‘비리’라는 언어를 바꿔달라”, “일부 잘못도 있었지만 저처럼 열심히 일하는 원장들도 있다”, “제도가 미비해 불법인지 몰랐다”는 등 핑계와 변명으로 일관했다. 

앞서 한유총은 28일 제도가 미비해 일어난 일이었다며 국공립 유치원과 같은 지원을 요구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한유총이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입장을 고수하자 이찬열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바른미래당)은 “제도의 문제를 지적하기 이전에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며 질타했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의 교욱부 등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서는 최근 수많은 비리가 드러난 사립유치원에 대한 질의가 있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차례로 한유총 관계자들을 불러 질의하는 도중 김용임 한유총 비대위 대외협력부장 겸 전북지회장은 헤드랜턴을 머리에 쓰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김용임 대외협력부장에게 “최근 사립유치원 비리로 국민의 지탄을 받는 내용은 알고 있지 않느냐. 한유총의 입장은 무엇이냐”고 묻자 김 부장은 “사립학교법보다, 재무회계법보다 국민정서법이 이렇게 크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학부모에게 죄송하고 그 무엇보다 현장에서 그 어려운 여건 속에서 교육하는 교사들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세금이 유치원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몰랐다는 식으로 해명했다. 김 부장은 “유아교육법에 보니 학부모에게 (돈을) 직접 지원한다고 돼있었는데 저희 유치원 통장으로 들어오면서 이게 국가 돈이구나, 학부모가 내는 돈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저희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서 모든 걸 변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장은 답변 중에 갑자기 머리에 헤드랜턴을 끼면서 “아침마다 눈뜨면 일하려고 이렇게 일한다”며 “아이들 30명 데리고 인건비도 못 받고 저는 아파트도 팔고 차도 팔았다”고 울면서 말했다. 김 부장은 “어려운 유치원들은 그럼에도 정부의 지원이 있을 줄 알고 구원의 손길이 있을 줄 알고 (일했다) 봉급도 못 받고 저 역시 제 자식에게 봉급도 못 주고 저도 봉급도 못 받고 일하고 있다. 이런 원장도 많다”고 호소했다.

▲ 김용임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비대위원장 전북지회장 겸 대외협력부장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부 및 소관 공공·유관기관 종합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해 의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 김용임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비대위원장 전북지회장 겸 대외협력부장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부 및 소관 공공·유관기관 종합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해 의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홍문종 의원이 “지금 벌어지는 사립유치원의 비리가 잘못됐다는 것은 알고 있냐”라고 물으니 김 부장은 “일부 잘못된 점을 시인한다”고 했다. 홍 의원이 “일부가 아니라 굉장히 많다. 거의 모든 유치원이 그렇다”고 하니 김 부장은 “그런 곳은 미리 규정을 정해주시고,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혼내 달라”고 말했다. 이는 마치 규정이 없어서 이런 비리가 벌어졌다는 입장이다.

홍 의원이 “법이 잘못돼서 계속해서 비리가 터져왔던 상황은 인정하느냐”고 다시 물었다. 김 부장은 “비리보다는 언어를 바꿔달라. 감사결과를 저희가 수정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비리라는 단어를 쓰는 것도 맞지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유총 비상대책위원회의는 28일 공식입장에서도 제도 때문에 비리가 일어났다는 논리를 펼쳤다. 한유총은 “공적 요인과 사적 요인이 혼재하며 제도적 구분이 되지 않은 가운데서 누리과정 지원은 오늘날 ‘공공재의 사적 유용’이라는 부작용을 탄생시켰고, 그 결과 ‘사립유치원의 비리’로 규정하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한유총은 “작금의 상황에 대해 경위와 원인을 소명하는 것에서 벗어나 스스로 정치권이나 정부가 요구하는 것보다 더 높은 도덕성으로 재탄생하는 계기로 삼고자한다”면서도 △국공립 유치원과 동일한 정부 지원금 △사립유치원 설립자에 대한 사적 재산권 보장 △사립유치원발전재단 설립 등을 제안했다.

김용임 한유총 대외협력부장 외에도 이덕선 한유총 비대위원장도 박용진 의원의 질의에 “사립유치원 재무회계 규정이 없어 (비리가) 발생했다고 본다”며 “박 의원은 유치원 설립자가 다 범죄인이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반문했다. 또한 김 부장은 “정부지원은 유치원 운영비의 45% 정도 차지하는데 그것은 교직원 급여를 주고 조세공과금을 내면 남지 않아서 정부 지원은 전부 목적대로 사용됐다”고 강조했다. 정부세금이 아니라 학부모가 낸 원비로 비리를 저질렀지, 세금으로 비리를 저질렀다는 게 아니라는 논리다.

이에 이찬열 교육위원회 위원장은 “제도적 문제보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지금 국민들은 도덕적 문제 때문에 질타 하시는 거고, 일을 다 저질러 놓고 제도가 미비하다고 말하는 무책임한 발언이 어디 있느냐”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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