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경찰의날 기념식에서 “불법 촬영자의 유포자 1천여 명을 검거하고 해외 서버 음란사이트 50여 곳을 단속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청과 여성가족부,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 19일 해외 음란사이트 150개의 접속 차단 등 불법촬영물 단속 방안을 내놓자 문 대통령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경찰의 강력 대응을 치하하고 앞으로도 적극 단속을 주문한 것이다.

경찰 등 관계부처는 도메인네임서비스(DNS) 차단 방식을 적용키로 했다. 해당 방식을 적용해 차단하기로 한 150개 사이트는 경찰청 사이버성폭력 특별단속 과정에서 시민단체로부터 제보 받은 주요 음란사이트 216개 가운데 현재까지 폐쇄되지 않았던 곳이다.

도메인네임서비스(DNS) 차단 방식은 접속을 하면 DNS 서버에서 허위 IP주소로 응답해 불법정보 차단 안내문으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경찰은 기존 보안 프로토콜(HTTPS)을 통한 차단 방식은 특정 게시물을 걸러야 하기 때문에 단속에 많은 시간이 소요돼 사이트 전체를 차단하는 도메인네임서비스(DNS) 차단 방식으로 변경했다. 이에 일부에서 과한 조치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지만 불법촬영물 배포‧확산의 심각성을 고려했을 때 관계부처와 협의해 도입하기로 했다. 경찰은 이 같은 방식을 도입했을 때 국내에서 사실상 사이트 접속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도메인네임서비스(DNS) 차단을 우회해 접속이 가능한 앱을 다운로드 받으면 무용지물이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정부 조치 이후 DNS 차단 시 사이트 접속을 우회해 연결하는 앱이 성행한다고 밝혔다.

정부 조치 이후 오히려 해당 앱이 성행해 100만 다운로드를 넘어서기도 했다. 실제 앱을 통하면 DNS 차단 사이트를 정상 접속할 수 있다. 앱 게시판에는 경찰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라는 내용도 올라와 있다.

▲ DNS 차단을 우회해 접속할 수 있는 앱의 한 게시판.
▲ DNS 차단을 우회해 접속할 수 있는 앱의 한 게시판.

박선숙 의원실은 “관계부처들은 이번 조치로 해외 불법 음란사이트 접속은 어려울 것이라고 자화자찬한다”며 “그러나 앱 관련 주무부처인 방통위는 이 같은 DNS 우회 방식의 앱 현황조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실은 “DNS 우회 방식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실효성 없는 대책을 내놓자 DNS 우회앱 시장의 활성화를 이끌었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실은 “구글,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DNS 우회 등의 검색을 하면 지난 20일 차단 조치 이후 사용자의 환경(안드로이드, 애플, 일반 웹상) 별로 차단 조치를 피할 수 있는 우회방법, 앱 등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결국 요란하게 성과만 홍보하고 실적은 없는 셈”이라며 “정부 관계부처는 요란하게 서버 차단 성과를 홍보했지만 이미 DNS 우회를 통한 사이트 접속은 일반인들에게 대중화된 방법이었다. 정부가 ‘리벤지 영상’ 등에 진정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려고 했다면 이미 해당 방법에 대한 대책도 준비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불법촬영물 피해가 커 경찰과 관계부처가 내놓은 방식이긴 하지만 인터넷 공간상 우회해 접속하는 방안이 널리 유통돼 있고, 해외사이트를 폐쇄할 수 없기에 아무리 강한 차단 방식을 도입하더라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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