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자들은 2018년 한반도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그 순간의 의미를 애써 풀어낸 기자도 있었고, 애써 폄훼한 기자도 있었다. 남·북·미관계가 진전되며 평화체제가 구축되는 가운데 평화 정착을 위해 기자들이 평화저널리즘에 대한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간 ‘신뢰·기술·독자’를 주제로 한 2018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했다. 이날 특별 세션으로 진행된 ‘평화저널리즘’(Peace Journalism)에서 연사로 나선 제이크 린치 시드니대 평화-분쟁학과 교수(전 BBC앵커)는 평화저널리즘을 가리켜 “독자들이 분쟁에 대해 비폭력 해결방안을 고려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뒤 “팩트를 지지하지만 의도적으로 폭력이 아닌 평화적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라크 전쟁처럼 주류 저널리즘은 전쟁과 분쟁을 보도할 때 폭력을 정당화시키는 경우가 있다”고 우려한 뒤 “평화저널리즘은 국가 정상들의 발언을 벗어나 독자들이 비폭력 대응을 할 수 있게 고려해야 한다. 언론은 평화이니셔티브가 여러 곳에서 진행되는 걸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분쟁지역에서 평화저널리즘에 대한 다양한 교육이 언론인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한 뒤 “(기자들이) 평화에 대한 기준을 갖고 팩트를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누구에게 가서 정보를 받을 건지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언론을 향해서는 “언제까지 주한미군 주둔을 받아들일지 고민해야 한다. 제주해군기지 반대운동의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들려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언론재단
▲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언론재단
두 번째 연사로 나선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북한을 너무 사악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 물론 북한은 잘못한 게 많지만 우리는 전쟁을 피해야 한다. 북한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야 한다. 협상의 목표는 변하는 상황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 CVID를 추구하면서도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정인 특보는 “북한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건 인내심, 신중함, 객관성이다. 언론보도도 마찬가지다. 인내심을 가지고, 북한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언론보도가) 외교와 평화를 진척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언론은 전쟁과 평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인식하고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파울라 핸콕스 미국 CNN 서울지국 특파원은 “우리는 절대적으로 팩트 체크가 중요하다. 특히 북한보도에서는 확인이 안 될 경우 확인이 안 된다고 말해야 한다. 그래도 시청자가 이해해준다”며 “(북한보도에선) 맥락이 중요하다. 항상 전문가를 취재하고 맥락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간 ‘신뢰·기술·독자’를 주제로 한 2018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 특별세션 '평화저널리즘' 연사 및 토론자들. ⓒ언론재단
▲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간 ‘신뢰·기술·독자’를 주제로 한 2018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 특별세션 '평화저널리즘' 연사 및 토론자들. ⓒ언론재단
스타니슬라브 바리보다 러시아 타스통신 한국특파원은 “평양지국장 시절 북한 보도의 상당수가 편향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내가 본 북한은 정상국가처럼 느껴졌다”고 전한 뒤 “북한에 확인할 방법이 없어 북한 관련 가짜뉴스가 많다. 언론은 맹목적으로 보도하지 말고 취재를 해야 한다. 러시아에도 많은 북한 전문가가 있다”고 밝혔다.

호리야마 아키코 일본 마이니치신문 서울지국장은 “일본이 전쟁을 원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일본에는 집단 트라우마가 있다. 일본에 피폭자들이 많기 때문에 일본은 비핵화를 진짜 원하는 나라다. 북한의 비핵화 약속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고 전했으며 “또 하나는 납치문제다. 인권문제 부분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 대한 불신이 있다”며 일본의 분위기를 전했다. 김금철 중국국제방송 한국특파원은 “지금 한반도 국면은 중국에도 도움이 된다”며 “이 전환점을 (남북이) 놓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하는 이번 컨퍼런스에선 API 사무총장이자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저자인 톰 로젠스틸, 독일 공영방송 ARD 저널리스트 안톤 슐츠, 프로퍼블리카 탐사보도기자 아리아나 토빈, 파리정치대학 경제학과 교수이자 AFP이사인 줄리아 카제 등이 연사로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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