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임종석 비서실장이 자기 정치를 한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정례브리핑에서 “임종석 실장이 자기 정치를 했나”라고 반문하며 “그(주장에) 자체에 대해서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임종석 실장을 자기 정치를 하는 사람이라고 비난했는데 이에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손학규 대표는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통령의 순방 중 국가정보원장, 국방부장관, 통일부장관을 대동하고 비무장지대를 사찰하더니 청와대 공식 홈페이지 첫장에 임 실장의 화살머리 고지 방문 영상이 방영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손 대표는 “자기 정치를 하려거든 비서실장 자리에서 내려오라”며 “국민들은 또 하나의 차지철, 또 하나의 최순실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박정희 정부에서 차지철은 직책이 청와대 경호실장이었지만 박 전 대통령의 신임을 얻어 막강한 힘을 휘두르며 민주화 시위를 탄압한 인물이다. 임종석 비서실장을 차지철과 비교한 것은 비서실장 권한을 뛰어넘어 자기정치를 위한 행보를 이어간다고 비난하려는 정치적 수사다.

특히 지난 17일 임종석 실장이 철원의 화살머리고지 남북공동 유해발굴 현장에 다녀온 뒤 청와대가 제작한 영상에서 내레이션을 하자 손학규 대표는 자기정치라고 규정했다.

이에 김의겸 대변인은 “철원 화살머리고지를 방문하는 것은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상황을 점검하고 어느 정도 이행됐는지 파악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한 것”이라며 “돌아온 뒤에 동영상 내레이션을 한 것은 임 실장께서 본인이 주도적으로 한 게 아니라 화살머리고지 그 부분에 대해서 널리 알리는 게 좋겠다고 해서 제작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종석 실장이 자기정치를 한다는 설은 지난 28일자 뉴스핌의 보도로도 한차례 증폭됐다.

뉴스핌은 지난 17일 이낙연 국무총리와 만찬을 함께 했던 야권 한 의원의 말을 통해 임 실장이 비무장지대를 방문한 것을 두고 이 총리가 크게 화를 냈다고 보도했다.

임 실장이 비무장지대를 방문했을 때 선글라스를 끼고 부대를 시찰하는 모습이 보도됐는데 이에 이낙연 총리가 불편해했다는 것이다. 서훈 국정원장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임종석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현장을 방문했다. 손학규 대표의 발언에서 나온 ‘차지철’이라는 말도 야권 관계자의 말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야권 관계자는 “군 지휘관들 사이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의전을 받는 모습이 아무래도 (임 실장보다) 연배가 많고 동아일보 기자생활을 했던 이 총리가 보기에 썩 좋지 않았던 것 같다”며 “예전으로 치면 박정희 대통령 시절 차지철 경호실장이나 했을 법한 위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고 뉴스핌은 보도했다.

▲ 임종석 비서실장이 지난 17일 철원 화살머리 고지를 방문한 모습. 사진=청와대 제작 영상
▲ 임종석 비서실장이 지난 17일 철원 화살머리 고지를 방문한 모습. 사진=청와대 제작 영상

더욱이 손학규 대표는 임종석 실장으로부터 ‘꽃할배’라는 얘기를 들은 터라 임 실장의 행보가 곱게 보일리가 없다.

임 실장은 지난 9월 11일 평양정상회담 방문을 요청했는데도 야당이 협조하지 않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리당략과 정쟁으로 어지로운 한국 정치에 꽃할배같은 신선함으로 우리에게 오셨으면 한다”고 써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에도 손학규 대표는 라디오에 출연해 “에스엔에스로 꽃할배가 어쩌고 저렇게 해서는 안된다”며 “비서실장이 자기 정치를 하면 안된다”고 비판했다. 손 대표는 “비서실장은 대통령을 도와 대통령 일이 잘 되도록 자신은 숨어서 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역시 9월 국회 대정부질의에 출석해 적절한 표현이 아니라고 밝혔다.

임 실장이 꽃할배 발언을 한 게 일부러 자기정치를 위해 지나친 표현을 쓴 게 아니냐는 시선이 있었는데 임 실장의 비무장지대 방문과 내레이션 영상을 접하고 자기정치를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낙연 총리가 임 실장의 방문에 과잉된 행동이라고 한 보도가 있는데 파악된 게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뉴스핌은 지난 17일 야권의 한 의원과 자유한국당 현역 의원이 이낙연 국무총리와 만찬 자리를 갖고 임종석 비서실장의 자기정치를 비난한 것으로 보도했는데 17일 만찬 성격의 자리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 총리는 17일 오후 6시 30분부터 밤 9시까지 창덕궁 달빛기행 문화행사에 참석해 야권 인사와는 접촉이 없었다는 것이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이낙연 총리는 평소에도 임종석 비서실장에 대한 비난성 평가를 한 적이 없고, 특히 야권 인사, 자유한국당 의원을 만나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한 비난을 할리가 없다며 뉴스핌 보도에 유감을 표했다.

임종석 실장은 지난 2008년부터 전문가 조사를 통해 차세대 리더 명단을 뽑은 시사저널 연중 기획에서 정치부문 3위에 올랐다. 시사저널 조사에서 지난해 임 실장의 순위는 8위였다. 시사저널은 “(임 실장은) 정권 출범부터 줄곧 청와대 내 실세 중 실세로 꼽혀왔다”며 “조기 대선으로 인수위 없이 정부를 출범해야 했던 상황에서 가장 주도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틀을 완성한 인물도 그였다는 얘기가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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