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노동조합이 지난해 10월13일 노·사·대주주가 합의한 내용 중 ‘SBS 수익구조 정상화’에 미온적인 대주주를 비판했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SBS가 유통 기능을 가져와 콘텐츠 수익을 SBS에 재투자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윤창현, 이하 SBS본부)는 지난 24일 노보에서 “SBS 아래 콘텐츠 유통 기능을 복원해 기획-생산-유통-수익의 순환구로를 확립하자”며 “사측이 핵심 생산 기능인 드라마 본부를 통째로 분사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는 수직계열화의 중요성·필요성은 더 중요해졌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합의에서 3자는 수익구조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자고 합의했다. SBS본부는 “지주회사 체제 10년 간 SBS로 귀속돼야 할 콘텐츠 수익이 부당하게 타 계열사로 유출됐다는 문제의식 아래 SBS 수익 구조를 정상화하기 위한 방안을 노사가 협의해 정하도록 했다”고 했다.

현재 SBS는 지주회사인 SBS 미디어홀딩스 아래에 있다. SBS 콘텐츠허브와 플러스가 유통 기능을 담당하는데 이 회사들의 이익이 SBS가 아닌 미디어홀딩스로 흘러가는 구조다. 이 구조를 바로잡지 않은 채 드라마본부를 분사해 허브와 플러스가 유통 기능을 담당할 경우 SBS의 수익성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 현 SBS 구조. SBS 미디어홀딩스를 지주회사로 하는 체계로 10여년간 지속해왔다. 자료=SBS노조
▲ 현 SBS 구조. SBS 미디어홀딩스를 지주회사로 하는 체계로 10여년간 지속해왔다. 자료=SBS노조

▲ SBS노조가 제안한 드라마분사 이후 계열사구조. 자료=SBS노조
▲ SBS노조가 제안한 드라마분사 이후 계열사구조. 자료=SBS노조
▲ SBS노조가 제안한 SBS 중심의 수직계열화 구조. 자료=SBS노조
▲ SBS노조가 제안한 SBS 중심의 수직계열화 구조. 자료=SBS노조
SBS본부는 “지상파 광고 위축으로 적자가 만성화될 위기인데, 스튜디오 독립으로 스튜디오-콘텐츠허브, 스튜디오-플러스간 직거래 구조가 되면 SBS의 매출급감, 고용불안이 머지않아 눈앞의 현실로 닥쳐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CJ E&M 등도 모두 이런 콘텐츠 비즈니스의 집합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며 “지주회사 구조의 근본적 개혁이 선행되지 않으면 드라마 분사는 남아있는 SBS 구성원들에게 시한부 선고를 내리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3자 합의 1년이 지났지만 대주주가 10·13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SBS노조는 최근 창립 20년을 맞았다. 윤창현 본부장은 노보 ‘본부장 편지’에서 “10·13 합의는 20년간 조합원 땀과 눈물이 서린 결정체”라고 평가했지만 “논의는 진전없이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고 했다.

윤 본부장은 “SBS에서 이익을 유출해 갈 때는 온갖 편-탈법을 서슴지 않더니 이익 환수 과정에서는 법적·현실적 한계를 방패로 이익 환수가 아닌 타 계열사가 SBS 콘텐츠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논의가 변질돼 버리고 말았다”며 “박정훈 경영진과 대주주는 1년이 넘도록 현상 유지 외에 책임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SBS는 지주회사 내 다른 계열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SBS 중심의 수직계열화는 지주회사의 대주주(태영건설)의 결단이 필요하다. 윤 본부장은 “3자 가운데 가장 중요한 한 축이 대화의사 조차 없는 상태에서 더 이상 소모적 논의는 무의미하다”며 “책임있는 구조개혁 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합의 이행의 의지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중대결단을 내리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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