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28일 산에 올랐다. 이날 산행에는 외신 기자를 포함해 107개사 147명이 참석하고 청와대에서는 국가안보실장, 비서실장, 수석 등 비서관 이상 참모진 20여 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과 기자들은 홍련사 방면 쪽으로 올라 숙정문을 거쳐 부암동으로 방면으로 내려오는 3.37킬로미터 코스의 북악산 산책길을 걸었다. 산책길은 지난 1968년 1월 21일 북한 124군부대 김신조 등 31명이 침투한 길이기도 하다. 지난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일반에 개방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산을 오른 것은 처음이다. 지난 2017년 5월 13일 대통령 취임 후 기자들과 산행을 하긴 했지만 당시 기자들은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마크맨’들이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춘추관을 출입하는 매체 소속의 문재인 후보 담당 기자들의 신청을 접수받아 산행을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진행된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산행은 언론 접촉면을 늘리려는 소통 방안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이 직접 기자들을 대면한 자리는 청와대 오픈행사, 100일 취임 기자회견, 신년 기자회견, 2차 남북정상회담 기자회견, 지난 5월 춘추관 깜짝 방문, 3차 남북정상회담 보고 발표 등이 있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청와대 춘추관을 수시로 찾아 기자들과 만남을 갖겠다고 약속했지만 남북미 관계가 급속도로 발전해 정상회담이 줄을 이으면서 물리적인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국내 언론과 단독 인터뷰를 하는 대신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반도 평화 구상을 밝혀오며 국내 언론사 내부에서 홀대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28일 오전 북악산 산책길을 올랐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28일 오전 북악산 산책길을 올랐다. 사진=청와대.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이번 산행에 기대를 걸었던 것도 대통령과 직접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소통의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 산행은 우여곡절도 많았다. 지난 7일 산행이 잡혀 있었지만 태풍으로 인해 한차례 취소됐고 이날 오전까지도 날씨가 좋지 않아 춘추관 관계자는 산행이 가능할지 미리 탐방에 나서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기자들과 소통하려는 의지를 피력하며 이번 산행에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북악산 정상 백악마루에서 “우리 기자님들 자주봐야 된다고 생각했고 만나는 방법 중 하나로 1년에 한 두번 정도 산행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런데 작년 취임 초에 한번 산행을 했었고 올해 들어와선 봄 이후로 상황들이 빠르게 전개되고 해서 제가 여유가 없어서 산행 기회를 마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 북악산 정상인 백악마루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대화하는 모습. 사진=청와대
▲ 북악산 정상인 백악마루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대화하는 모습.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기자들과 거리를 좁히려 농담을 건네는 모습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오늘 정치적인 이야기는 가급적 안 했으면 좋겠다. 저도 기사될만한 내용은 별로 말하지 않을 결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 웃음이 터져 나왔다. 문 대통령은 체력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것은 좀 국가 기밀에 해당하는 질문인데”라고 답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 답방시 어느 곳을 보여줄 것인가’라는 BBC 로라 비커 특파원의 질문을 받고 “지난번에 제가 (북한에) 올라갔을 때 워낙 따듯한 환대를 받아서 실제 김정은 위원장이 답방할 때 어디로 가야하는지 걱정이 된다”면서 “아직 일정이 구체화 안돼 계획을 세우고 있진 않다. 일정 잡히면 (김 위원장이) 얼마나 시간을 보낼지 모르니 맞춰서 잡아야 한다. (우리 속담에) ‘백두에서 한라까지’라는 말도 있으니 원한다면 한라산 구경도 시켜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 서울 답방시 한라산 등정을 유력한 방문 일정으로 고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산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이 시민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산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이 시민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향후 국정운영 구상에 대해서도 “지금 진행되고 있는 평화 프로세스가 결코 실패하지 않도록 정말 이 기회를 제대로 살려내도록 우리가 한편으로는 북한과, 또 한편으로는 미국과 이렇게 노력들을 해야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께서는 민생 면에서는 다들 어려워하시기 때문에 민생의 어려움을 덜면서, 그러나 우리의 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힘차게 이렇게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는 것, 그러려면 이제 이번 정기국회 마무리가 중요하다”며 흔들림 없이 경제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대통령 산행길엔 시민과 기자들이 구분이 안될 정도로 사진 요청이 쏟아졌다. 기자들이 줄을 서서 대통령과 사진을 찍는 장면도 연출됐다. 계속해서 사진 요청이 쏟아지자 한 출입기자는 “사진을 찍었으면 빠져주는 게 예의 아니냐”고도 말했다. 산행을 마친 한 기자는 “이번 산행을 계기로 청와대와 출입기자단 간 거리감을 좁히고, 소통하는 계기들이 자주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