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지율스님과 관련한 6년 전 기사의 오보로 정정보도문을 냈다. 2012년 9월18일자 ‘도롱뇽 탓에 늦춘 천성산 터널…6조원 넘는 손해’ 란 기사에서 이 신문은 지율 스님의 단식 농성과 환경단체의 가처분 신청을 언급하며 대법원이 2년8개월 만에 공사 재개를 결정했고, 당시 1년간 공사가 중단되면 사회·경제적 손실이 2조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며 천성산 터널 공사가 늦춰져 6조원 넘는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지난 27일 정정보도문에서 “당시 추산된 사회·경제적 손실 2조5000억 원은 공사 중단으로 인하여 개통이 1년간 지연될 것을 전제로 한 것이었으나 실제로 개통은 지연되지 않았고, 가처분 사건이 계속 중인 2년8개월 동안 천성산 구간 공사가 중단된 기간은 6개월이었으므로 6조원 넘는 손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법원의 판결에 따라 이를 바로 잡는다”고 밝혔다. 정정보도문에서 지율스님을 향한 사과는 없었다.

▲ 조선일보 27일자 5면에 실린 정정보도문.
▲ 조선일보 27일자 5면에 실린 정정보도문.
▲ 조선일보 27일자 5면.
▲ 조선일보 27일자 5면.
눈여겨 봐야할 대목은 이날 정정보도문이 실린 5면 톱기사였다. ‘지율이 “말라붙는다”며 단식한 천성산 습지, 살아 숨쉰다’는 제목의 해당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2010년 터널 개통 후 8년이 지났지만 화엄늪은 우려와 달리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도롱뇽 등 양서·파충류는 진동에 아주 민감하다며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역시 기우였다”고 보도했다. 정정보도문을 낸 지면에 ‘지율스님이 거짓말쟁이였다’는 식의 기사를 크게 실은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지율스님이 기거한 곳 근처의 동네 주민 발언을 인용해 “내원사계곡 물이 터널 개통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비가 얼마나 오느냐에 달렸지 터널과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며 “지율이 동네 주민이긴 하지만 쓸데없이 반대해 일만 만든 거지. 전국에 터널이 수천 개일 텐데…”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터널 공사과정에서 환경단체의 비판과 여론의 눈초리 결과 환경피해를 최소화했을 가능성은 염두 하지 않는 대목이었다.

이 같은 조선일보의 지면편집은 앞선 전력을 살펴봤을 때 악의적이다. 조선일보는 2009년 4월24일자 ‘환경운동의 내리막길은 천성산에서 시작됐다’란 제목의 사설 및 ‘고속철 공사 방해 지율 스님 유죄’란 제목의 기사에서 천성산 터널공사가 중단된 기간이 1년이라고 보도했다가 사실과 달라 그해 6월5일 정정보도문을 실었다. 당시 조선일보는 “직접적인 공사 관련 손실은 145억 원”이라고 밝혔다.

▲ 2009년 6월5일자 조선일보 바로잡습니다.
▲ 2009년 6월5일자 조선일보 바로잡습니다.
그로부터 3개월 뒤인 9월26일에도 조선일보는 “본지는 지하수 유출로 인한 습지 등 생태 환경 파괴를 이유로 한 지율 스님의 단식농성으로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원효터널 구간의 공사가 1년 이상 중단돼 2조5000여억 원의 손실을 입게 됐다는 취지의 기사를 여러 차례 보도한 바 있으나 실제 지율 스님의 단식 농성으로 인해 위 공사가 중단된 기간은 6개월이고, 이로 인해 시공사가 직접적으로 입은 손실액은 약 145억 원”이라고 정정 보도했다.

그리고 대법원은 지난 12일 지율스님이 2012년 조선일보 기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지율의 손을 들어줬다. 조선일보는 “본지가 기사를 보도한 2012년 9월은 이미 공사가 끝난 시점이었다는 점에서 실제 공사 중단 기간과 그로 인한 손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 것은 잘못이다”라고 밝히며 세 번째 정정보도문을 내야만 했다. 똑같은 오보로 무려 세 번이나 정정보도문을 낸 초유의 상황에서 낸 사과문 치고는 반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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