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가짜뉴스’ 문제에 적극 대응하면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지난 8일 범정부 합동으로 허위조작정보 근절 대책을 발표하려 했으나 국무회의에서 보완 요구를 받으면서 발표가 연기됐습니다. 국회에서 당시 국무회의 때 보고된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으나 방송통신위원회는 최종 결론이 아니며 내부 자료라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방통위의 자료제출 거부는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미디어오늘은 정부가 세운 대책 초안이 사회적으로 견제를 받는 등 공론화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해당 문건을 입수해 공개합니다. <편집자주>

미디어오늘이 ‘범정부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방안’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자율규제에 방점을 찍으면서도 오남용될 소지가 큰 정책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 8일 관련 대책을 발표하려 했으나 보완 요구를 받으면서 발표가 연기된 상황이다. 

사회적 소수자·약자 아닌 ‘정부정책 신뢰’위한 대응

정부의 허위조작정보 근절 대책 ‘추진배경’을 보면 사회적 소수자·약자에 대한 보호 차원의 언급은 한 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대신 정부 정책의 신뢰성 제고를 위한 대응을 시사하는 대목이 여러차례 등장한다.

문건은 “사생활 음해수준을 넘어 민감한 정책이나 국가안보까지 확대되는 등 민주주의 공론장을 위협한다”며 대응 배경을 밝혔다. 또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 제고 및 건전한 국민여론 형성” “정부정책에 대한 악의적인 허위조작정보” 등을 강조했다. 정부가 한겨레 기사를 통해 인용한 사례도 19대 대선 부정선거, 개헌 후 고려연방제 추진 등 정부 정책과 관련한 현안에 대한 내용이 다수다. 

▲ 허위조작정보 정부 대응 문건. '정부 정책'에 대한 '가짜뉴스' 문제가 대책 마련의 계기가 됐다.
▲ 허위조작정보 정부 대응 문건. '정부 정책'에 대한 '가짜뉴스' 문제가 대책 마련의 계기가 됐다.

문건은 “특단의 강력한 범정부 종합대책 TF수립”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2일 발표한 “가짜뉴스는 국론을 분열시키고 민주주의를 교란한다”는 내용을 인용하기도 했다.

허위조작정보 심각성 근거는 엉터리 보고서

정부는 허위조작정보의 심각성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고 있었다. 문건은 “허위조작정보 확산은 올바른 정보의 유통을 방해하고 사실을 왜곡, 언론과 사회 전반의 신뢰저해 및 정치경제적 피해 야기”를 언급하며 민간 보고서를 인용해 허위조작정보로 인한 피해금액이 약 30조 원(당사자 피해 22조7000억 원, 사회적 피해 7조 3000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용한 자료는 엉터리 통계다. 해당 자료를 작성한 현대경제연구원은 가짜뉴스가 전체 기사의 1%라고 가정하고, 전체 기사 가운데 정치 기사 비율이 곧 정치 가짜뉴스의 비율이라고 계산했다. 정치적 피해액은 정치인이 받는 임금, 사회적 피해액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에 따른 벌금형 액수와 징역형을 돈으로 환산해 계산했다. 이처럼 가정에 가정을 더하는 방식으로 근거가 부족하다. 특히,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은 사실도 처벌한다는 점에서 관련 근거로 쓰기 힘들다. 보고서조차 “정확한 현황파악이 현재로서는 어려운 상황” “과대 추정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시인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정책과 상반되는 과도한 조치

문건은 규제방안으로 △허위조작정보 제정법 △허위조작정보를 정보통신망법상 임시조치 또는 불법정보로 규정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명예훼손성 허위조작정보 등 불법유해정보에 대한 통신심의 강화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보통신망법상 임시조치와 불법정보 규정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과제와 상충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문재인 정부는 당사자 신고만 있으면 인터넷 게시글 차단이 되는 임시조치 제도를 개선하고, 방통심의위에는 인터넷상 정치적 표현물 자율규제 전환을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물론 문건은 “명백한 허위조작정보”를 전제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사안의 진위가 명확하게 판단되지 않는 사안이 많고, 심의 판단의 주체가 정부여당에서 위원 다수를 추천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라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

더구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정부여당에서 다수 위원을 추천하기는 하지만 ‘민간 독립기구’이기 때문에 방통위가 일방적으로 세부적인 정책 방향을 정할 수 없다. 방통심의위에서 관련 사안이 논의된 적도 없었다.

▲ 정부의 허위조작정보 대응 문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한 통신심의 강화, 임시조치 대상에 허위조작정보 추가하는 방안 등이 담겨 있다.
▲ 정부의 허위조작정보 대응 문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한 통신심의 강화, 임시조치 대상에 허위조작정보 추가하는 방안 등이 담겨 있다.

정부가 정하는 자율규제?

방통위가 제시한 자율규제 방안 역시 자율규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정부가 구체적 방안까지 언급하며 지나치게 관여하고 있었다.

문건은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등 사업자 단체를 통해 자율규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허위조작정보와는 무관한 포털 제휴언론을 대상으로 심의하는 기구다.

또한 세부 자율규제 방안으로 △허위조작정보의 광고 수익배분 제한 △신뢰성 높은 정보가 SNS 사업자의 플랫폼 상단에 노출될 수 있도록 유도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허위조작정보 판별 기술개발 추진 △언론 등에서 운영하는 민간 팩트체크 활성화 및 공정성, 정당성이 확보되도록 지원 추진 △제3의 공신력 있는 민간 팩트체크 센터의 팩트체크 결과를 주요 포털 등에 게시하여 확산 유도 등이 제시했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에서 유사한 방식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미국의 경우 정부가 아닌 사업자의 판단으로 이뤄지는 조치라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다.

▲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건물. 사진=금준경 기자.
▲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건물. 사진=금준경 기자.

특히, 팩트체크와 관련한 정책은 방통위가 입장을 ‘재번복’했다. 앞서 방통위는 2018년 정책과제로 민간 팩트체크 지원 방안을 넣은 후 이효성 위원장이 부적절하다며 ‘철회’했으나 이번에 다시 등장한 것이다. 지난 3월14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효성 위원장은 “민간 전문기구를 (방통위가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은 국가가 언론에 개입하는 것이 될 수 있어 그런 지원을 하지 말라고 했다. ‘이게 진실이다 아니다’ 여부를 우리가 말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범정부 TF구성에 민간협의회, 부처별 대응팀 신설

문건에는 허위조작정보 대응을 위해 기구를 신설하는 등 조직을 개편하는 방안도 담겼다. 우선 방통위를 중심으로 ‘허위조작정보 대응 민간협의회’ 설립을 추진한다. 이 기구는 정부, 학계, 언론계, 시민사회 등 전문가로 구성한다. 또한 국무총리실 주재로 범정부 TF를 운영해 관련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 다만, 정책 발표 연기 및 사회적 논란에 대한 우려 등으로 범정부 TF 구성은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개별 부처들은 ‘허위조작정보 모니터링 담당관’을 지정해 운영한다. 모니터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총괄하고 각 부처에서 공동대응하는 방식이다. 또한 부처별로 조직을 보완해 ‘디지털 소통팀’을 신설해 허위조작정보 관련 업무를 맡도록 한다.

홍보도 강화된다. 수사기관은 “보도자료 등을 통해 주요 검거사례를 적극 홍보하여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 고취”등의 역할을 맡는다. 문체부를 중심으로 공익광고, 포털을 통해 대국민 홍보를 추진하고 ‘아름다운 인터넷세상 만들기’등 캠페인을 추진한다. 또한 뉴스 리터러시에 대한 흥미유발을 위한 시리즈형 캠페인을 추진한다. 참고할만한 우수 사례로 대도서관이 출연한 ‘대도박스’ CBS ‘세바시’ 등을 언급했다.

미디어교육 강화 내용은?

문건은 미디어 교육 강화 차원의 대응도 제시했다. 교육부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과제 가운데 교육부 업무로 국어, 도덕 등 교과 교육과정 및 실생활과 연계한 체계적인 미디어교육이 가능하도록 하고 범교과 학습활동을 지원하도록 했다. 방통위와 문체부는 정보취약계층 상대 교육훈련을 지원하게 된다.

또한 인프라 구축 차원에서 전문강사 확대 및 연수체계 정비, 교재개발 및 보급확대를 언급했다. 청소년, 학부모 대상 학습용 동영상 제작 및 각급 학교 배포도 추진한다.

미디어 교육 관련 협업 강화도 추진한다. 정부는 방통위, 문체부 등 부처별로 협업을 강화하고, 민간 기구와 함께 MOU를 체결하고 교육 및 캠페인을 비롯해 국제 컨퍼런스 등을 공동으로 추진한다.

아래는 문건 원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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