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한민족센터의 이희용 기자가 새책 ‘세계시민교과서’를 냈다. 다문화사회 진입을 앞둔 한국 사회가 갖춰야 할 ‘지구촌 인문교양서’에 해당한다. 저자는 어릴 적 까만 피부 때문에 ‘깜둥이’란 별명을 달고 살았던 기억을 소환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자는 다문화에 매우 개방적인 우리 역사부터 풀어냈다. 저자는 단군신화에 나오는 웅녀와 환웅의 혼인과 아들 단군왕검 탄생까지를 소개하며 “단군은 문헌상 최초의 다문화가정 자녀”라고 소개했다. 가야국 시조 김수로왕도 인도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을 왕비로 맞을 맞아 다문화가정을 꾸렸다. 허황옥은 우리나라 최초의 결혼이주여성인 셈이다.

진시황의 제노포비아를 막은 이사

제노포비아는 그리스어 ‘낯선 사람’인 제노스와 ‘공포’를 뜻하는 포비아가 합친 단어다. 2016년 국내 체류 외국인이 200만명을 넘어 전 인구의 4%에 달했다. 이런 증가세라면 2021년 외국인 주민이 300만명을 넘어 전 인구의 5.82%에 이를 걸로 예상된다. 외국인 비율이 5%를 넘으면 다문화사회에 진입한 걸로 본다. 그러나 법과 제도, 국민인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전국시대 진나라 재상 ‘이사’의 얘기로 이주민 포옹을 주문한다. 이사는 초나라 출신이었는데 진나라 왕이 외국 출신 공무원을 내쫓으라는 명을 내렸다. 이사는 “태산은 한 줌의 흙도 사양하지 않아 그렇게 커졌다”는 글을 진왕에게 바쳤다. 이사의 글을 읽은 진왕은 추방령을 거두고 이사를 불러 그의 부국강병책대로 중국 최초의 통일왕조를 세웠다. 그가 진시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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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몰린 예멘 난민… 법무부 인식전환 필요

지난해 11월25일 서울 강북구 신일고 체육관에 레게 머리의 검은 복서가 일에 올랐다. 겉모습은 아프리카계 흑인이었지만 그의 경기복엔 ‘이흑산’이란 한국 이름이 달렸다. 이흑산은 폴 비야가 35년째 장기집권중인 카메룬 출신이다. 거기서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배고픔을 면하려고 복싱선수가 됐다가 군대에 스카우트됐다. 카메룬 군은 그에게 월급을 제대로 주지도 않고 연일 때렸다. 그는 2015년 한국에서 열린 세계군인선수권대회에 참가했다가 선수단을 이탈해 난민신청을 냈다.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는 그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이의신청을 내고 프로로 전향해 승승장구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7월 재심 끝에 난민지위를 인정했다. 법무부가 이흑산처럼 유명인이 돼야만 난민으로 인정 하는 건 아니겠지만, 이름 없는 신청자들도 꼼꼼히 챙겼으면 좋겠다.

예멘을 이탈하는 난민이 많은 건 오랜 내전에 콜레라까지 창궐해서다. 동족에게 총부리를 겨누기 싫어 강제징집을 피해 예멘을 떠난 사람도 많다. 말레이시아와 제주 사이 저가항공 직항편도 생겨서다.

우리는 2012년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해 2013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난민 인정률은 4.1%에 불과하다. 심사가 끝난 2만1064명 중 난민 지위를 인정방은 이는 861명에 그쳤다. 세계 평균 난민 인정률 38%에 한참 못 미친다. 일본 식민지와 한국전쟁 중 많은 난민이 생겨 여러 나라의 도움을 받았던 역사를 생각하면 법무부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기성용과 영화 ‘국제시장’, 우리 안의 이중 잣대

지난해 11월 한국과 콜롬비아 축구 대표팀 평가전에서 콜롬비아 선수가 한국 기성용에게 두 손가락으로 자신의 눈을 양옆으로 당기는 제스처를 취했다. 기성용은 경기 뒤 “인종차별 행동을 용납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팬들도 콜롬비아 선수에게 항의를 쏟아냈다.

영화 ‘국제시장’에는 우리 고등학생들이 동남아 출신 노동자를 놀리는 장면이 나온다. 오랫동안 인종차별 피해자로 살아온 한국인이 이주노동자에겐 쉽게 가해자로 둔갑한다. 독일 탄광과 베트남 전장에서 돈을 벌고 귀국한 주인공 덕수(황정민)처럼 우리 고등학생을 나무라는 시민이 얼마나 될까.

저자는 서문에서 “19세기 말부터 우리 선조들은 굶주림을 면하거나 국권을 되찾기 위해 조국을 등졌”다고 말한다. 역지사지는 바로 이를 때 쓰는 말이다.

저자는 2016년부터 2년여 자신의 이름을 걸고 연합뉴스에 연재한 칼럼 ‘이희용의 글로벌시대’ 100여편 가운데 뽑은 20여편을 다시 손질하고, 새로 10여편을 추가해 이 책을 내놨다. 저자는 “이주민과 재외동포를 이해하고 다문화 사회에 걸맞는 인식개선에 보탬이 되고자 책을 냈다”고 했다.

저자 이희용 기자는 지난 5월부터 이달까지 연합뉴스 혁신위원장을 맡아 잠시 외도했다가 연합뉴스 한민족센터로 복귀했다.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KBS와 세계일보를 거쳐 연합뉴스에서 줄곧 기자생활을 한 저자는 정년을 2년 남짓 남겼다.

▲ 이희용 연합뉴스 기자
▲ 이희용 연합뉴스 기자(한민족센터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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