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 한국당 반대 넘을까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사법농단 사건 재판을 담당할 특별재판부를 설치에 합의하면서 언론의 관심도 국회의 특별재판부 설치법 처리 가능성에 쏠린다.

25일 4당 원내대표가 “초유의 사법농단 사태를 공정히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부를 설치해야 한다”며 뜻을 모았지만, 한국당이 “특별재판부는 법리적으로는 위헌, 정치적으로는 야권 분열 공작”이라며 반대하고,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려면 거쳐야 하는 법제사법위원회의 위원장도 특별재판부 도입에 부정적인 여상규 한국당 의원이어서 통과가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동아일보는 “법사위를 우회하려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야 하지만 이 또한 한국당이 반대하면 쉽지 않다. 여야 4당의 의석수는 178석으로 신속처리안건 지정에 필요한 재적 의원 5분의 3(180명)에 못 미친다”며 “민중당(1명)과 친여 성향 무소속 의원(4명)이 찬성표를 던지더라도 이탈표가 나오면 법안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만 해도 김관영 원내대표가 특별재판부 도입에 합의하긴 했지만 같은 당 지상욱 의원은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당내 논의도 안 하고 원내대표가 이런 식으로 발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특별재판부 법안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동아일보는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 등 관련자들을 올해 안에 기소하려 하는 점도 변수로 꼽았다. 여야 4당으로서는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을 통과하려면 시간과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동아일보는 “다만 협상 과정에서 한국당이 요구하는 공공기관 채용비리 국정조사를 여당이 수용하면 특별재판부 도입에 찬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 국민일보 26일자 8면
▲ 국민일보 26일자 8면
박근혜 사법부 ‘재판 거래’에 연루된 조선일보의 몸부림

박근혜 정권 양승태 사법부와 재판거래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조선일보는 여야 4당의 특별재판부 설치 입법 추진에 사활을 걸고 반대하는 모양새다.

지금까지 공개된 사법농단 문건 가운데 조선일보가 연루된 것만 △(150128)상고법원 기고문 조선일보 버전(김◎◎) △(150203)조선일보 상고법원 기고문(김◎◎) △ (150203)조선일보 칼럼(이○○ 스타일) △(150330)조선일보 첩보 보고 △(150331)조선일보 기고문 △(150427)조선일보 홍보 전략 △(150504)조선일보 기사 일정 및 콘텐츠 검토 △(150506) 조선일보 방문 설명 자료 △(150920)조선일보 보도 요청 사항 등 9건이다.

조선일보는 26일자 “‘특별재판부’라니 이 나라에 혁명이라도 났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검찰이 청구한 구속 영장이 ‘죄가 안 된다’는 이유 등으로 기각되자 이번엔 정권과 여당이 앞장서서 판사를 교체하고 자기들 마음에 맞는 사람들에게 재판을 맡기겠다고 한다”면서 “삼권이 분립돼 있고, 사법부가 독립돼 있는 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선례가 돼 권력이 입맛에 맞는 재판부를 만들 수 있게 되면 더 이상 민주주의라고 부를 수 없다. 이야말로 진짜 사법 농단”이라고까지 했다.

하지만 민주당 박주민 의원의 대표발의로 민주당과 평화당, 정의당 소속 의원 57명이 이름을 올린 법안을 보면 법원 내·외부 인사 9명(대한변호사협회·전국법원판사회의·시민사회 각각 3명)으로 특별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를 꾸려 특별영장전담법관과 1·2심 특별재판부에 참여할 법관 후보자를 2배수로 추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친정권 판사들이 재판을 맡게 된다’는 조선일보의 주장 자체가 과장이고 사실 왜곡이다.

▲ 조선일보 26일자 사설
▲ 조선일보 26일자 사설
또 조선일보는 “현 정권 출범 후 새 대법원장 주도 아래 전 정권 당시 재판 거래가 있었는지 조사한 결과,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이 주어진 업무 범위를 벗어나 일부 권한을 남용한 일은 있었지만 재판 거래는 없었다고 결론 냈다”며 “다른 사람도 아닌 현 정권 측 판사들이 내린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이 현재 특별재판부 설치에 압도적으로 찬성하는 이유는 지금의 사법부가 ‘제 식구 감싸기’를 하며 사법농단 사건 수사를 가로막고 있고, 향후 공정한 재판도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된 압수수색 영장은 208건 중 185건이 기각돼 기각률은 90%였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이 발간한 사법연감을 분석한 결과, 지난 7월20일부터 10월4일까지 검찰이 사법농단 수사를 위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의 27.3%가 기각됐고, 일부 기각률은 72.7%를 기록했다.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이 법원에서 온전히 발부된 건수는 0건이었다.

임종헌 구속영장을 기각되면 특별재판부 도입 압박 더 커질듯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여야 4당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 규명을 위한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로 한 것에 “바닥에 떨어진 사법부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초유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한국당도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일보는 “물론 국회가 법원의 재판 구성에 간섭하는 것이 삼권분립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있다. 1·2심을 특별재판부가 진행해도 최종심을 대법원이 맡기 때문에 실익이 없을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헌정 사상 초유의 사법농단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하려면 특별재판부 설치는 불가피하다. 한국당도 공정한 재판이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에는 반대할 명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김성태 원내대표가 “김명수 대법원장이 자진사퇴하거나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사법부 수장 문제를 정리한 후 특별재판부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법원장 진퇴 문제를 꺼내는 건 불참을 위한 변명으로 들릴 뿐”이라고 꼬집었다.

한겨레는 “일반 사건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이 90%지만, 사법농단의 경우 단 한건도 온전히 발부된 적이 없다는 점도 사법부 불신을 키웠다”면서 “사법부 태도가 지금과 같다면 특별재판부 설치는 불가피하다. 한국당은 대승적 차원에서 특별재판부 구성에 동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동아일보 26일자 6면
▲ 동아일보 26일자 6면
한편 법원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구속 여부를 이르면 26일 밤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농단 의혹’ 수사 130일 만에 검찰이 첫 피의자 신병 확보 여부가 주목을 받으면서 여야 4당의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 처리 합의에 법원은 더 큰 압박을 느끼게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민일보는 “앞서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 90%,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현재 변호사)에 대한 ‘사법농단 1호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에 대한 여론은 악화됐고 정치권은 국정조사, 법관 탄핵, 특별재판부 도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며 “임 전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결정을 내릴 경우 쏟아질 ‘제 식구 감싸기’ 비판도 법원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대목”이라고 짚었다.

이어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원내대표가 특별재판부 설치를 위한 법안을 11월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키로 합의하면서 법원이 느끼는 압박감은 더 커졌다는 시각이 많다”면서 “법원이 임 전 차장에 대한 영장을 기각하면 특별재판부 도입 주장은 더 힘을 받게 된다. 한국당의 태도 변화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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