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준씨를 직접 만날 수 없으니 대신 말씀을 전해달라. 앞으로 절대 다른 방송에서 기봉이 묘사를 하지 말아달라.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해서 웃음을 주는 건 진정한 웃음이 아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5일 오후 2시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MBC ‘전지적참견시점(전참시)’ 7월7일 방영분과 SBS ‘8뉴스’ 5월24일 방영분에 각각 행정지도인 ‘권고’와 ‘의견제시’를 결정했다. 행정지도는 방송사 재허가에 반영되지 않는다.

▲ 사진=MBC 전지적참견시점 화면 갈무리
▲ 사진=MBC 전지적참견시점 화면 갈무리

MBC ‘전지적참견시점’ 출연자들은 지난 7월7일 방영분에서 새로운 패널이 된 신현준씨에게 기봉이 인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신현준씨는 영화 속 캐릭터처럼 인사했고 출연자들이 즐거워하며 웃는 모습이 방송됐다.

SBS ‘8뉴스’는 지난 5월24일 “전국 돌며 ‘여성 몰카’ 6천장 찍었다” 리포트에서 지하철역 등의 장소에서 여성 몰카 6000장을 찍은 30대 구청직원이 적발됐다고 보도했다. SBS는 자료화면으로 사건과 관계없는 여성들의 다리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여성의 뒷모습이 담긴 영상을 사용했다.

전진수 MBC 예능본부 부국장 겸 예능 1부장은 “그동안 MBC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예능프로에서 장애인을 묘사하는 소재를 다뤄왔다. 상처받으실 분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에 윤정주 위원은 전참시가 이미 세월호 희화화로 사회적 질타를 받았음에도 왜 고쳐지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윤 위원은 “세월호 희화화로 의견진술을 하러 왔을 당시 장애인과 성소수자에 대한 사내 교육을 하겠다며 프로그램을 나열했다. 생방송이 아닌 녹화방송인데 제작진은 편집과정에서 뭐했나. 인권교육을 진짜 하는 건가”라고 물었다.

정부여당 추천 심의위원 3인(허미숙·심영섭·윤정주)은 행정지도 ‘권고’ 의견을 냈고 바른미래당 추천 박상수 위원은 법정제재 ‘주의’ 의견을 냈다.

▲ 사진=SBS 뉴스8 화면 갈무리
▲ 사진=SBS 뉴스8 화면 갈무리

허미숙 소위원장은 SBS ‘8뉴스’를 시작부터 비판했다. 허 위원장은 “SBS는 서면 의견진술서에서 몰카범죄가 빈번하다는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보도한 거라고 했다. 그런데 정작 SBS뉴스는 범죄와 유사한 형태로 찍은 사진을 내보냈다. 어떻게 그런 실수를 하냐”고 물었다.

김민표 SBS 보도국 취재총괄부장은 “화면이 너무 부족했고 어떻게 하면 설명이 잘 되게 전달할까 고민하다가 취재기자가 촬영기자와 같이 영상을 만든 거 같다. 성인지 감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 사내에서도 지적이 있었다. 오늘 제가 이 자리에 온 이유도 (젠더감수성) 그거 때문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윤 위원은 “그동안 많은 방송사가 인권과 관련해 다른 사람에 대한 초상권을 고려하지 않고 무자비하게 영상을 썼다. 감수성을 기르는 교육 등 사내에서 많은 교육을 해달라. 기자뿐만 아니라 데스크, 촬영기자, 편집기자 모두가 의식을 갖추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해당 안건은 다수의견으로 ‘의견제시’ 결정이 났다.

이날 MBC와 SBS 관계자들은 인권 감수성을 키울 사내교육을 약속했다. 방송소위 위원들은 이번에는 행정지도에 그쳤지만, 다음에 같은 안건이 올라오면 엄중히 제재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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