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24일 3개월 만에 가동된 가운데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개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헌법 개정 국민주권회의 주최로 열린 ‘촛불정신과 정치개혁’ 토론회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한 촛불집회의 정신을 이어 받은 선거제도 개혁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2020년 총선에 표의 비례성을 살리려면 올 연말까지는 선거제도 개혁이 마무리돼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은 축사로 “선거제도 개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현행 선거제도에서는 실제 얻는 표심을 왜곡하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한 선거제도 개편은 반드시 이룩해야 할 국회의 소임”이라고 말했다.

▲ 문희상 국회의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촛불정신과 정치개혁:헌법개정과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국회 제공
▲ 문희상 국회의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촛불정신과 정치개혁:헌법개정과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국회 제공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나는 지금도 여전히 국회의원 선거구제를 바꾸는 것이 권력을 한 번 잡는 것보다 훨씬 큰 정치 발전을 가져온다고 믿는다”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며 선거제도 “개혁부터 풀어야 개헌도 풀린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현행 선거제도는 ‘혼합형 다수제’로 국회의원 300명 중 253명은 ‘승자독식제’로 지역구에서 1명씩 당선이 되고 47명만 비례대표로 선출된다. 현 선거제도는 사표가 대량 발생하고, 각 정당의 득표율과 의석비율이 일치하지 않는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33.5%의 정당득표율을 얻었으나 의석비율은 40.67%였고 더불어민주당은 25.54%의 정당득표율을 얻었으나 41%의 의석을 차지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26.74%의 정당득표율을 얻었으나 의석비율은 12.67%였고 정의당은 7.23%의 정당득표율을 얻었으나 실제 의석비율은 2%에 불과했다. 이런 선거제도는 거대 양당만 유리하다.

때문에 선거제도 개혁은 거대 양당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그러나 거대 양당도 선거 때마다 이득을 보는 정당이 바뀐다. 2016년 이전엔 대부분 민주당이 손해봤다. 역대 총선의 1당 득표율과 의석을 보면 2008년 한나라당은 37.5%의 득표율을 얻었으나 153석을 가져 과반 의석을 확보했고 2012년 새누리당도 42.8%의 득표율을 얻었으나 152석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지금까지 자유한국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올해 6·13 지방선거에선 자유한국당이 큰 손해를 봤다. 거의 모든 지역에서 자유한국당은 정당득표에 훨씬 못 미치는 의석을 차지했고 특히 서울시의회에는 더불어민주당이 50.92%의 정당득표율로 92.73%의 의석을 차지했다. 절반의 득표율로 의석 대부분을 차지한 것이다. 이 때문에 자유한국당도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했을 거라는 예상이 나온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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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하승수 대표는 현행 선거제도는 정당뿐 아니라 세대대표성, 계층대표성도 깨지게 만든다고 말했다. 여성국회의원의 비율은 17%로 세계평균 23%보다 낮고(2016년 기준) 2030세대 국회의원 당선자는 2016년 총선에서 3명뿐이었다. 세계평균은 13.52%다.

하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여러 이익이 생긴다고 말했다. 우선 △표의 등가성을 확보하고 △정당득표율을 올리려고 정책경쟁에 몰입하고 △다양한 정당이 원내로 진입하고 △여성, 청년, 소수자 등이 정치에 더 많이 나오고 △지역주의도 완화되고 △특정정당이 단독 과반수를 차지하기 어려워 자연스럽게 협치가 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가장 큰 쟁점은 국회의원 증원이다. 지역구 의석을 줄이기가 어려운 현실이기에 253명의 지역구 의원을 그대로 둔 채 100석 이상의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해야 하고 그러면 국회의원이 총 360석 정도로 증원해야 한다. 하 대표는 국회의원 증원 반대여론 설득을 위해 하 대표는 국회 특권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예는 △특수활동비 폐지 △업무추진비, 특정업무비 대폭 삭감 △연봉과 각종 지원예산에 대한 독립적인 감독기구 설치 △현재 9명인 개인 보좌진 감축 △국회 예산사용내역 및 지출증빙서류의 전면공개가 필요하다.

또 하나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 때 쟁점이 될 부분은 ‘공천’이다. 여론이 비례대표에 부정적인 이유 중 하나가 비민주적인 공천방식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때문에 하 대표는 이를 타파하기 위해 밀실공천을 금지하고 당원과 지지자 등이 참여하는 민주적 공천을 각 당의 당헌당규에 명시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하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빠른 행동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하 대표는 “2020년 총선을 위한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이 1년 전인 2019년 4월15일까지 마무리되도록 공직선거법이 개정됐기에 적어도 2018년 연말까지는 반드시 결론이 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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