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종합편성채널 비대칭 규제인 광고 수탁수수료 비율을 개선한다. 수탁수수료 제도개선은 2017년 4월에 이뤄졌어야 하지만 방통위는 1년 6개월 후 개선을 추진하고도 그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방통위는 25일 오후 과천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종편의 수탁수수료와 지상파 수탁수수료를 광고판매액의 14~19%로 일원화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보고했다. 방통위 지상파방송정책과 관계자는 “매체별 수탁수수료 차등화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일원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탁수수료는 방송사가 광고거래를 할 때 방송사의 광고업무를 대행하는 미디어렙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말한다. 방송사가 미디어렙에 더 많은 수수료를 지급할수록 미디어렙은 광고주를 대행하는 업체에 더 많은 수수료를 줄 수 있다. 즉, 수수료가 높으면 방송사의 이익은 줄지만 경쟁 방송사 대비 유리한 광고영업이 가능하다. 방통위는 2014년 종합편성채널의 광고업무를 대행하는 미디어렙 설립 허가 준비 과정에서 종편에 지상파와 차별적인 15~19%의 수탁수수료를 정했다. 

▲ 수탁수수료 시행령 개정안.
▲ 수탁수수료 시행령 개정안.

그러나 이날 방통위는 뒷북 행정의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방송법 시행령은 수탁수수료의 범위를 “2014년 4월 1일을 기준으로 3년마다 그 타당성을 검토하여 개선 등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따라서 2017년 4월까지 개선이 이뤄졌어야 하지만 방통위는 현재 개선을 추진하고 있고, 이날 전체회의 때는 개선이 늦어진 사실과 그 이유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기자 브리핑 때 시행령을 위반한 채 뒤늦게 개선하는 이유를 묻자 방통위 방송광고정책과 관계자는 “그 이유는 모르겠다.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답변하기 어렵다. (당시 담당했던) 그분들에게 물어보는 게 정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종훈 민중당 의원실이 방통위에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2017년 방통위에서 수탁수수료와 관련한 개선 논의는 일절 없었다. 당시 업무를 맡았던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당시 상황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며 “통상 시행령에 제도를 도입할 때 3년 주기로 검토하도록 하는데, 특혜 소지가 있다고 보기 힘들어 제도개선할 필요가 없어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5일 논평을 내고 “방통위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위법까지 동원해 밀어붙인 종편을 위한 갖가지 비대칭 규제 특혜를 정당한 행정으로 포장한 과오를 조금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 종편 4사 로고.
▲ 종편 4사 로고.

민언련은 △소유 제한 규정을 위반한 종편 미디어렙에 허가를 내주고, 재허가까지 내준 행정에 대해 내부 감사까지 진행하고도 담당자들에게 구두 경고하고 끝낸 사실 △2014년 3월 종편 재승인 조건에서 선거방송심의 제재를 누락한 것을 두고 ‘종편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았으나 공식 사과나 해명이 없었던 사실 등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넘어가는 사례가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비대칭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입장을 같이 했으나 시장에 대한 전망은 엇갈렸다.

표철수 상임위원은 “종편과 지상파 간 비대칭 규제 개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석진 상임위원도 “수탁수수료는 부동산 ‘복비’와 같다”며 “복비를 많이 주면 수익은 좀 떨어질 수 있지만 광고가 더 팔리면 손해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고삼석 상임위원은 “사업자 간 차별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 비율을 통일하는 건 의미가 있다”면서도 “매체사, 광고대행사, 미디어렙사 등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라 추후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한열 방송기반국장도 “방송사 내부적으로는 수탁수수료만 오르고 광고판매는 정체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을 수 있다”며 “(지상파의 경우) 방송사와 미디어렙 간 충분한 논의와 토론 끝에 수수료율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상황을 예측하기 힘들다고 본다. 이미 수수료가 높은 종편과 비교적 낮은 지상파에 대한 개별 시장이 고착화돼 있고, 종편처럼 1사1미디어렙 체제는 수탁수수료 이익이 계열사로 들어오지만 집단 미디어렙 체제인 지상파는 미디어렙의 이익과 방송사의 이익이 분리돼서다. 침체된 지상파 광고시장을 고려하면 수수료를 올렸는데 광고 판매가 뒤따라주지 않으면 손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지상파 가운데 코바코는 시행령 개정에 찬성하지만 방송사인 KBS와 MBC는 주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근본적으로는 매체별로 차별적인 미디어렙 체제에 대한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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