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경찰의날 기념식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강력한 공권력을 행사하라고 주문했다.

경찰은 지난 8월 ‘여성대상 범죄근절 추진단’을 설치해 사이버 성폭력 특별단속을 실시하고 불법촬영자와 유포자 1000여명을 검거했다.

문 대통령은 이 같은 내용을 언급하면서 “그러나 아직 여성들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불안과 공포가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다”면서 “여성의 삶과 인격을 파괴하는 범죄들을 철저히 예방하고, 발생한 범죄는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세워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경찰에 특별 주문사항으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 근절을 내세운 건 의미가 적지 않다. 경찰의날에 보통 경찰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인권 수사의 원칙을 주문했던 게 일반적이었는데 여성 대상 범죄를 따로 떼서 강도 높은 공권력 행사를 주문한 것은 그동안 공권력이 한국사회 여성 범죄에 대한 수사를 차별적으로 해왔다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 10월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제73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 10월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제73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문 대통령이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주문한 뒤 공감 여론이 확산되고 음주운전 처벌 기준 강화 방안을 마련한 것처럼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에 이어 여성 대상 범죄 행위에 대해 강도 높은 단속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정부 출범 후 경찰의 변화상도 적극 소개했다. 특히 집회 시위 대응에 “완전히 바뀌었다. 시민의 기본권과 인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면서 “집회 시위 참가자들의 목소리와 요구를 현장에서 경청하는 한국형 대화경찰관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더 이상 공권력의 무리한 집행으로 국민과 경찰이 함께 피해자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경찰관 한명 한명이 국민이 내민 손을 굳게 잡을 때  민주주의와 평화는 더 굳건해질 것이다. 국민의 경찰로 완전히 거듭나려는 경찰의 노력에 아낌없는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정원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한 것에 따라 경찰의 안보 수사 중요성이 커졌음을 강조하고 “특별히 안보 수사의 전 과정에서 인권 보호 장치를 마련할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안보사건의 피의자ㆍ피해자ㆍ참고인 등 수사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인권이 보호돼야 한다. 안보수사를 통해 평화를 지키는 일과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는 일은 하나라는 것을 끊임없이 되새겨 주길 바랍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경찰이 수사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날 경찰의날 기념식은 백범 김구 기념관에서 열려 의미를 되새겼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99년 전인 1919년 8얼 12일 김구 선생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경무국장에 취임한 날이다. 김구 선생이 초대 경찰청장인 셈이다”라며 “오늘 경찰의날 기념식을 백범 김구 기념관에서 치르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유념해달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99년 전인 1919년 8월 12일, 김구 선생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경무국장에 취임했다. “임시정부의 문지기”가 되겠다는 각오로 대한민국 경찰의 출범을 알렸다“며 ”‘매사에 자주독립의 정신과 애국안민의 척도로 임하라’는, ‘민주경찰’ 창간호에 기고한 선생의 당부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경찰 정신의 뿌리가 되었다“고 강조했다.

민갑룡 경찰청장도 백범 선생께서 남긴 가르침에 따라, 국민과 함께 나아가는 ‘민주경찰’,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인권경찰’, 국민의 평온한 삶을 지키는 ‘민생경찰’로 새롭게 태어나 국민의 인권과 안전을 책임질 것을 약속했다.

기념식에는 순직경찰 유가족, 임시정부 경찰 제3대 경무과장 권준 선생의 외순자 최재황 경사, 독립유공자 박동희 선생의 손자 독도경비대장 박연호 경감, 도산 안창호 선생의 조카딸이자 독립운동가 출신인 안맥결 제3대 서울여자경찰서장의 아들 김선영 씨 등 경찰관계자 740여명이 참석했다.

올해 경찰 영웅으로는 신흥무관학교·국민부 중앙호위대장 등을 거친 독립군 출신으로 제주 4.3 사건 당시 부당한 총살명령을 거부하여 제주도민 수백 명의 생명을 지킨 故문형순 경찰서장과 신고출동 현장에서 피의자로부터 칼로 피습당한 가운데도 끝까지 추격해 검거 후 순직한 故김학재 경사가 선정돼 현양행사를 진행했다.

유공자 포상으로 경찰청 자치경찰추진단장 김남현 경무관이 홍조근정훈장을, 충북지방경찰청 경비교통과 이태건 경위가 근정포장을, 전북지방경찰청 전주완산서 김완근 경감이 대통령 표창을, 부산지방경찰청과 인천지방경찰청 삼산경찰서 중앙지구대가 대통령 단체표창을 수상하는 등 무두 439명이 포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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