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장자연 리스트’ 사건 수사 당시 경찰이 고(故) 장자연씨의 통신기록에 등장하는 5만명가량을 분석하고도 전체 기록을 검찰에 송치하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성남지청에 따르면 2009년 당시 경찰이 (장자연의) 통신내역을 분석했는데 대상자가 5만명 정도였다”며 “모두 출력해 기록에 첨부하기 어려워 14명 정도만 기록에 첨부하고 (나머지는) CD로 별첨해야 하는데 안 했다”고 밝혔다.

최근 장자연 사건을 재조사 중인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이 검찰 수사기록에서 빠진 장씨의 통화기록을 당시 수사 검사에게 제출받아 분석하던 중 그동안 등장하지 않았던 유력 인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의혹이 더욱 커졌다.

특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위였던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이 장씨가 숨지기 전 35차례나 연락한 사실이 확인돼 검·경의 고의적 은폐 의혹이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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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 지난 11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박주민 의원은 “통신내역은 굉장히 중요한 증거여서 실제 이를 인식해 사건 송치 전에 담당 검사가 미리 데이터를 받아 수사지휘를 했다”며 “이런 자료가 첨부가 안 돼 검찰로 왔는데 아무도 말을 안 했다면 정상적인 수사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고 검·경이 뭔가 은폐하려 했던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일반적으로 수사에서 통신내역을 받아 분석할 때 매우 많은 사람이 등장하면 통신내역을 다 출력해 첨부하기보다 피의자나 목격자 등 주요 대상자만 첨부하고 나머지 데이터는 USB나 CD에 저장해 별첨하게 돼 있지 않으냐”고 물었다. 이에 문 총장은 “방식이 규정에 명확히 돼 있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모든 기록은 수시기록에 편철하게 돼 있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모든 기록은 수사기록에 편철돼야 하는데 14명의 통화기록 말고는 전혀 첨부가 안 돼 있었는데 그 상태로 경찰이 송치하고, 검찰은 이미 5만명의 통화 데이터를 분석했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수사기록에 편철 안 된 것을 전혀 문제 삼지 않아 그게 재판까지 이어져 재판이 끝났다”고 꼬집었다.

문 총장은 “검찰이 (장자연) 통화내역을 찾게 된 계기는 (진상조사단에서) 우리에게 의뢰가 온 다음에 대검 전체 사무실을 뒤져보고 해당 검사실도 알아보고 보고서를 다 뒤져본 결과 담당 검사(현재 변호사)에게 물어보니 본인이 나중에 찾아서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사건수사를 담당했던 박진현 전 검사가 갖고 있던 장씨의 통화내역 사본과 관련해 문 총장에게 “통화내역이 엑셀로 작성돼 있는데 현재 검사가 들고 나간 사본만 존재해 검사가 갖고 있던 기록이 원본과 동일하다고 증명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문 총장은 “현재 열람이 수차례 이뤄져 (동일성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원래 엑셀로 작성된 통화기록 원본은 현재 존재하지 않고 복사본만 남아 있는데 이 복사본이 원본과 동일한 것인지, 중간에 여러 번 수정·누락 됐는지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박 의원은 “누군가를 보호하려고 통화내역을 제출 안 했고, 그 사이 누가 손댔을 수 있는데 확인할 수 없다. 그래서 국민이 수사 과정에 의혹을 품는 것”이라며 “이후 과정에라도 투명하게 조사해 제발 국민이 10년 넘게 제기한 의혹을 없애 달라”고 당부했다.

문 총장은 “업무처리 절차가 불투명하게 되면 의혹이 남는다. 유념해서 업무를 처리하도록 하겠다”며 “수사기록에 편철할 것과 요령에 관해 검찰의 사건처리 절차에 관한 지침에 명확히 규정이 안 돼 있어 이번에 전체적으로 점검해 손보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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