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 폐기물을 무단 폐기해 과징금을 부과받은 원자력연구원(원장 하재주)이 이에 불복하는 절차를 진행하는데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착수금 5500만원에 성공보수 최대 2억원의 선임계약을 체결했다.

원자력연구원은 자신이 제공한 연구과제를 받아 결격사유로 적발돼 사퇴한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들이 회의에서 과징금 부과에 문제제기한 것을 불복의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24일 원자력연구원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종훈 의원(민중당‧울산동구)에 제출한 답변자료를 보면, 원자력연구원은 지난해 4월28일 원안위가 방사성폐기물 무단 유출에 과징금 및 과태료 20억원과 형사고발을 의결하자 대국민 사과를 통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재발방지를 위해 후속조치 방안을 제출했다. 원자력연구원은 그러나 같은해 7월3일과 25일 각각 과태료 처분 이의신청과 과징금 처분에 대한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원자력연구원은 그 근거로 원안위원 일부가 회의에서 문제제기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 원안위원은 원자력연구원이 제공한 연구과제와 용역비를 받은 이유로 위원 결격사유에 걸렸던 사람들이다.

원자력연구원은 답변서에서 “원안(위) 전체회의(17.4.28)에서 일부 위원의 원안법 특정조항 적용 타당성 및 양형기준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며 “연구원 소명내용 반영사항 전무했다”고 설명했다.

원자력연구원은 복수의 법무법인을 통해 원안위 처분의 하자 가능성에 합리적 판단근거를 확인했다며 근거로 당시 원안위 처분 의결 회의록을 제시하기도 했다.

원자력연구원은 소송도 아닌 행정심판 청구를 하는데에도 법률대리인을 선임했다. 김앤장에 사건을 위임했다. 원자력연구원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착수금 5500만원(부가세 포함시 5750만 원), 성공보수 취소 또는 감액된 금액의 10%(최대 2억원)를 지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 하재주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이 지난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등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하재주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이 지난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등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지난 22일 국정감사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 4인은 원자력연구원으로부터 7억원의 연구비 받아 원안위법 위반했다는 감사원 지적에 따라 사퇴했다. 연구원에 돈받은 위원이 (회의에서 과징금 부과에 문제제기한 것은) 행정처분 받은 사람(원자력연구원)에 대한 감싸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사건은 끝난 게 아니라 올해도 절취 무단유출등 굴비 엮이듯 계속 나오고 있다. 일부 방사성폐기물은 재활용돼 국민들에게 노출돼 있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 최근 4년 원자력 연구원 연구용역 375억원 중 81억원을 58명의 탈원전 반대 앞장선 교수에게 지급된 것도 의아하기도 하다. 정부출연연이 방사성 폐기물 무단폐기 사실을 은폐하고 바깥에 팔아먹었으면서도 원자력연구원이 위법한 원안위원의 주장을 근거로 행정심판을 하는 것이 옳은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앤장 선임과 수임료를 두고 “착수금 5750만원, 성공보수 2억원에 가장 잘 나가는 김앤장에 사건을 맡겼다. 이렇게 많은 국고 들여 행정심판 청구까지 할 사안이었는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개인돈이라면 이렇게 쓸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에 하재주 원자력연구원장은 “그 때 과징금이 한 20억 정도 됐다. 돈 문제를 떠나 재심의를 해주십사 하자는 의미이지 꼭 소송해서 이기려한 개념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김종훈 의원은 “연구원의 합리화를 위해 많은 국고손실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청구를 철회하는 것이 맞다”고 촉구했다.

탈핵변호사모임 해바라기 대표를 맡고 있는 김영희 변호사는 24일 “원자력연구원이 원안위의 처분에 굳이 변호사까지 선임해 불복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방사능 불법폐기 계속 들통나고 있는데 반성하고 재발방지해도 모자라는 판에 변호사비용까지 써가면서 마치 부당하다는 듯이 다투는 모양새 자체가 시민 입장에서 참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더구나 가장 수임료가 비싼 로펌인 김앤장까지 선임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해 한 토론회에서 원자력연구원이 자신들이 연구비나 돈이 부족해 인센터브로 못줄 정도라고 어려움을 토로해놓고 정작 하지 말아야 할 사건에 5500만원이나 줬다는 것이냐. 사기업도 아닌 공공연구기관이 행정심판에 수임료를 그렇게 쓴 것도 과다하다”고 지적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핵재처리실험저지30㎞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8월18일 오전 대전지방검찰청 앞에서 '원자력연구원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대전충남녹색연합, 핵재처리실험저지30㎞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8월18일 오전 대전지방검찰청 앞에서 '원자력연구원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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