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스스로 △당내 계파가 줄었고 △새로운 가치체계를 형성했으며 △당 운영체계를 바꾸고 △인적쇄신을 하는데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당내 계파는 여전하며, 인적쇄신의 과정 중 부작용이 생겼고, 김병준 위원장이나 김 위원장이 조강특위 위원장으로 데려온 전원책 위원장이 ‘자기 정치’를 하는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24일 취임 100일을 맞은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은 자신이 비대위에 취임한 뒤 꼽은 4가지 과제, 당내 계파·가치체계형성·당 운영체계·인적쇄신에 대한 평가를 내놨다. 김 위원장은 “당 내 계파갈등이 줄고 그 에너지가 새로운 담론을 만들고 새로운 가치체계를 형성하고 정책대안을 만드는 부분에 집중돼고 있다”며 그 예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국민성장’이라는 가치로 바꾸어 내놓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당 운영체계와 관련해서는 “정치개혁소위와 정당개혁소위를 두고 토론하는데 복잡한 사안이라 공개는 못하지만 열심히 토론 중”이라고 말했고, 인적 쇄신에 대해서는 “253개 당협위원장들의 사퇴를 일괄처리하고 조직강화특위를 출범시켰다”고 성과를 꼽았다.

이어 김 위원장은 “최종목표는 정책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이고 국민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한발 더 나아가서는 아주 새로운 단단한 야당으로 수권정당으로서 국민 신뢰를 얻는 것”이라고 밝혔다.

▲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용태 사무총장 전원책 변호사 등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직강화특별위원회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민중의소리 ⓒ김슬찬 기자
▲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용태 사무총장 전원책 변호사 등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직강화특별위원회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민중의소리 ⓒ김슬찬 기자
김병준 위원장이 말한 성과들에 반론도 있다. 특히 계파갈등은 김병준 위원장이 데려온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장이 취임한 뒤부터 다시 불 붙는 모양새라서다. 특히 전원책 위원장이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끝장토론’을 당 지도부에 건의하면서, 만약 토론이 이뤄지면 친박과 비박의 계파갈등이 수면으로 또다시 드러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또한 전원책 위원장이 태극기 부대도 통합 대상이라며 “태극기 부대는 극우가 아닌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가장 영렬한 지지자 그룹인데 그들을 보수세력에서 제외할 것이냐”는 말을 한 후, 이에 한국당 의원들의 의견이 갈리면서 이미 또다시 계파갈등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24일 tbs 라디오에 출연해 “내년 초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탄핵 반대파가 당권을 잡아 탄핵 찬성파가 쫓겨나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까지 점쳤다. 친박과 비박 갈등이 커져 친박계 의원들이 당을 탈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적쇄신이라며 당협위원장들을 일괄 사퇴시킨 상황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당 외부에서 보기에는 ‘한국당의 인적쇄신’이라면 탄핵사태까지 오게 만든 이들에 대한 인적쇄신을 떠올리게 하는데, 당협위원장직을 대상으로 한 쇄신은 와닿지 않는 수준인게 사실이다. 오히려 당협위원장을 사퇴시켜 지역 관리에 차질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당협위원장을 자른 것은 오히려 당을 분열시킨 것”이라며 “당협위원장 중에서는 원외인사들도 많은데, 기초 의원들과의 협업이 중요한데 그렇게 갑자기 자를 수 있는 자리처럼 보이면 사기가 떨어지고, 지역 장악력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한국당 비대위와 조강특위가 신인을 위주로 정치무대에 올리겠다며 홍준표 전 대표나 김무성 의원들을 배제하는 듯한 분위기도 ‘결국 자기 정치를 하려는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국당 의원은 “비대위나 조강특위 측에서 특정인물을 못나오게 하려는 시도를 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것을 위해 당헌당규를 바꾸고 소급적용을 하는데까지 간다면 그것이야말로 위헌이고 독선”이라며 “자신들이 정치를 하러 들어왔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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