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전기에서 갓 나온 따끈한 종이신문이 밀봉된 채 어딘가로 향한다. 새 소식을 전하기 위해 태어났건만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정보가 주로 담겼다. 종이신문은 효용을 잃어가는 시대에도 날마다 운반되고 소비된다. 

신문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다는 조선·중앙·동아일보 발행부수는 되레 늘었다. 지난해 11월 한국ABC협회가 발표한 발행부수를 보면 전국 종합 일간지 11개사 총 발행부수는 476만7648부다. 조선·중앙·동아일보 발행부수는 343만8636부(72%)를 차지하는데 이 수치는 전년도 발표에 비해 1만4436부 늘었다.

그러나 종이신문 모두가 독자를 만나는 건 아니다. 무시할 수 없는 비율이 재활용 신세다. 대표적인 게 종이 계란판이다. ‘종이난좌’라고도 한다. 그날 나온 신문이 종이 계란판의 주 원료가 된다. 다만 독자를 거친 폐신문지는 취급하지 않는다. 오로지 ‘신(新)문’만. 독자 근처도 가보지 못한 운명이다.

▲ 최근 한 누리꾼이 SNS에 게시한 사진이 화제였다. 처량하게 쌓인 신문 더미와 함께 계란판 공정 사진을 올렸다. 사진=익명의 페이스북 유저
▲ 최근 한 누리꾼이 SNS에 게시한 사진이 화제였다. 처량하게 쌓인 신문 더미와 함께 계란판 공정 사진을 올렸다. 사진=익명의 페이스북 유저
최근 한 누리꾼이 SNS에 게시한 사진이 화제였다. 이 누리꾼은 처량하게 쌓인 신문 더미와 함께 계란판 공정 사진을 올렸다. 이 게시물은 페이스북에서 570여회 공유됐다. 그는 “비닐도 벗기지 못하고 폐지로 들어오는 신문이 있다. 매일 트럭으로 수만 부가 들어오는 것 같다”는 관련업계 관계자의 전언도 소개했다.

트럭에 실린 신문은 곧장 계란판이 되는 걸까. 확인 결과 사실이었다. 계란판 생산업계 관계자 말도 들어봤다. 그는 “계란판은 100% 새 신문”으로 만든다고 했다.

계란판 공정은 이렇다. 물 먹인 신문을 기계 원심력으로 분해한다. 신문을 온전히 물에 불리는 건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신문이 물에 닿자마자 회전을 시켜 풀어버린다. 

폐신문지의 경우 이물질이 껴있을 수 있다. 이러면 업체들이 갖고 있는 기계로 신문을 분해하기 어렵다고 한다. 광고지가 끼어 있어서도 안 된다. 제품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다 빼내야 한다. 오롯이 깨끗한 “새 신문”을 선호하는 이유다. 

하루에 매입하는 신문지는 업체 생산력에 따라 차이가 있다. 대략 추산해보면 업계 전체로 120여톤(ton) 규모다. 신문 1부 무게를 평균 300g으로 잡으면 1만부가 3톤 무게다. 하루 40만부가 계란판 생산에 소비된다는 추산이 가능하다. 

▲ 최근 한 누리꾼이 SNS에 게시한 사진이 화제였다. 처량하게 쌓인 신문 더미와 함께 계란판 공정 사진을 올렸다. 사진=익명의 페이스북 유저
▲ 최근 한 누리꾼이 SNS에 게시한 사진이 화제였다. 처량하게 쌓인 신문 더미와 함께 계란판 공정 사진을 올렸다. 사진=익명의 페이스북 유저
업체들은 ‘중간 수집상’을 통해 신문을 매입한다. 중간 수집상은 지국에서 신문을 거둬온다. 요즘은 신문을 동남아에 수출하는 게 인기라 무역상들도 지국을 돌며 신문을 찾는다고 한다. 

폐지 값은 떨어지는데 중간 수집상을 통한 신문 매입비용은 1kg당 220~230원에서 270~280원으로 올랐다고 한다. 중간 수집상들 담합도 가격 인상 요인이다. 국내 계란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중국에서 수입하기도 한다. 

종이신문은 온라인쇼핑몰에서도 거래된다. 10~13kg 무게의 신문더미가 6300원에 팔린다. 판매업체가 설명한 종이신문 용도는 단열, 포장, 청소, 습기제거, 과수원, 과일보관 등이다. 

신문사가 신문 판매 및 배달을 담당하는 신문지국에 무리한 부수를 밀어 넣어 ‘강매’하면 지국에 남는 신문은 이처럼 파지 신세를 면치 못한다. 계란판이든 청소용이든 습기제거용이든 그게 무엇이든 그래도 신문은 소비되고 있단 사실에 안도해야 할까.

▲ 계란난좌. ⓒ gettyimagesbank
▲ 계란난좌. ⓒ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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