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국회의원 5명이 정책연구용역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다. 5명의 국회의원은 입법 및 정책개발비로 쓰라고 준 정책연구용역을 보좌관의 지인에게 맡기거나 용역비를 다시 돌려받는 등 비위 혐의가 포착됐다.

세금도둑잡아라·좋은예산센터·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24일 백재현(더불어민주당)·이은재(자유한국당)·강석진(자유한국당)·황주홍(민주평화당) 의원 4명을 형법상 사기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아울러 전문성 없는 건설·토목회사 임직원에게 ‘북핵 위기’, ‘인사청문회 제도’ 관련 연구용역을 맡긴 의혹이 불거진 서청원 무소속 의원에게도 수사를 의뢰했다.

▲ 지난 17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 지난 17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고발장에 따르면 이은재·황주홍 의원은 보좌관의 지인에게 여러 건의 정책연구 용역을 발주했다가 각각 1220만원, 600만원을 다시 돌려받았다. 백재현 의원은 입법보조원에게 500만원의 정책연구용역을 발주하고 돌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백 의원은 정체불명의 단체(한국경영기술포럼)에 8건 4000만원의 연구용역을 발주했는데 그중 2건이 표절로 드러났고, 한국조세선진화포럼에 발주한 용역에서도 3건의 명의도용 또는 표절이 드러났다.

강석진 의원은 허위 서류를 꾸며 아르바이트 대학생에게 250만원의 정책연구용역과 발제를 의뢰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이 대학생은 국회에 제출한 용역보고서를 직접 쓰지도 않았고, 발제비를 받은 사실도 없었다. 강 의원은 비공식 보좌진의 배우자와 형에게 4건(850만원)의 용역을 발주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서청원 의원은 지난해 ‘북핵 위기를 반영한 대북 정책 개선 방안 연구’를 진행해 모 토목 엔지니어링 업체 임원에게 정책개발비 500만원을 지급했다. 2016년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 용역도 모 토목회사 직원에게 맡겼는데 두 보고서 모두 원문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세금도둑잡아라 등은 “이런 연구용역들은 도저히 전문성을 인정할 수 없는 용역수행자에게 용역을 맡긴 경우이며 실제로 용역이 수행됐다고 믿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17일 뉴스타파 리포트 “‘세금도둑’ 국회의원 추적① 이은재, 보좌관 친구 명의 계좌 이용 비자금 조성 의혹” 갈무리.
지난 17일 뉴스타파 리포트 “‘세금도둑’ 국회의원 추적① 이은재, 보좌관 친구 명의 계좌 이용 비자금 조성 의혹” 갈무리.
고발된 의원 중 이은재·백재현·황주홍·강석진 의원은 연구용역비를 국회에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들 단체는 연구용역비를 반납했다고 해도 이미 저지른 불법 사실이 면책되는 것은 아니므로 검찰 수사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불과 1년(2016년 6~2017년 5월) 치의 입법및정책개발비 서류를 수사권도 없는 시민단체와 언론이 분석했을 때에도 이렇게 많은 비리가 발견됐기 때문에 지난 10년간 국회의원들이 사용한 소규모 정책연구용역비 전체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를 검찰에 요청했다”며 “사기죄의 공소시효가 10년이므로 최소한 2009년 이후에 사용된 국회의원 소규모 정책연구용역에 대해서는 수사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1년에 86억 원가량 국회 예산에 편성된 입법및정책개발비를 활용해 국회의원들은 건당 500만 원 이내에서 소규모 정책연구용역을 발주할 수 있다. 20대 국회 1년간 151명의 국회의원이 발주한 정책연구용역만 해도 총 338건에 12억여 원이 쓰였다.

이들은 “국회의원들이 입법과 정책개발 활동에 쓰라고 배정한 국민 세금을 불법으로 빼먹은 행위는 심각한 범죄행위”라며 “헌법 제46조 제1항이 정한 국회의원의 청렴의무를 정면으로 배신한 행위로서 국회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 기반을 뒤흔드는 행위이므로 검찰이 전면적인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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