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국회 동의 없이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를 비준 의결한 것은 위헌이라는 언론과 야당의 주장에 대해 “위헌 주장 자체가 위헌적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4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남북합의서 비준에 대해서 헌법 60조를 근거로 위헌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례에 명백히 위반되는 것”이라며 “위헌이라고 주장한다면 북한을 엄연한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3조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조선일보는 9·19 남북 군사 합의는 헌법 60조 1항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에 적용을 받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동의 없이 비준 의결한 것은 위헌이라는 학계의 평가를 인용해 보도했다.

자유한국당도 같은 논리를 들어 이번 대통령 서명이 들어간 남북군사 합의서에 대한 비준은 위헌이라고 규정하고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소송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24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서도 “평양공동선언과 판문점선언 부속 남북군사합의서는 국가 안전보장, 국가 안보에 심대한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이라면서 헌법 60조 1항을 들어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에 대해 김의겸 대변인은 “근본적인 법리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헌법 60조 1항에 대해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조약의 요건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조약이라고 돼 있는데, 여기 말한 조약이라고 하는 것은 문서에 의한 국가 간 합의를 말한다. 주체가 국가다. 하지만 북한은 헌법 법률 체계에서 국가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 대변인은 “따라서 북한과 맺은 어떤 합의 약속은 조약의 대상이 아니다. 조약이 아니다. 위헌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지나 2005년 제정된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북한을 정의했다. 해당 법률 3조(남한과 북한의 관계) 1항과 2항에 따르면 “남한과 북한의 관계는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이다”, “남한과 북한간의 거래는 국가 간의 거래가 아닌 민족내부의 거래로 본다”고 돼 있다. 또한 해당법률 4조 3항엔 “남북합의서라 함은 정부와 북한 당국 간에 문서의 형식으로 체결된 모든 합의를 말한다”고 돼 있다.

김 대변인은 “조약이 아니라 남북합의서라는 용어를 쓰고 있음을 주의해주길 바란다”면서 “우리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남북합의서에 대해) 헌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남북합의서는 한민족 공동체 내부 특수 관계를 바탕으로 한 당국간 합의로 봐서 헌법상 조약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헌법 60조 1항을 들어 남북군사합의는 국가안전보장과 관련돼 있어 조약 대상이 되고 그렇기 때문에 국회 비준을 받아야 한다는 게 야당의 논리인데 북한은 우리와 특수한 관계에 놓여 있어 조약 대상이 아니라는 점, 헌재와 대법원의 판례에 따라 남북합의는 조약 규정을 따르지 않고 특수한 관계에서의 합의로 본다는 점에서 위헌이라는 지적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김 대변인은 4·27 판문점 선언에 대해서는 남북관계발전에관한법률상 중대한 재정적 부담이 발생하고 입법 사항에 해당하는 내용이 있기 때문에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남북관계발전에관한법률 21조에 따르면 국회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남북합의서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청와대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남북 간 합의가 구속력을 갖기 위해서는 국회에 비준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는데 판문점 선언은 이에 해당하지만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는 법률 해석을 거쳐 국회 동의를 필요치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청와대는 부속 합의서 등에 대해 일일이 국회 동의를 받게 될 경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이행 속도가 급격히 느려지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를 견인하는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보고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에 대해 발빠르게 법률 해석을 맡기고 비준 의결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국무회의에서 평양공동선언과 남북 군사 분야 합의서를 심의 의결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국무회의에서 평양공동선언과 남북 군사 분야 합의서를 심의 의결했다. 사진=청와대.
다만, 청와대의 설명에 모순적인 점도 발견된다. 평양공동선언은 판문점선언의 이행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판문점선언이 국회에 제출돼 비준 동의 절차를 밟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평양공동선언은 국회의 비준 동의를 얻을 필요가 없다는 법률 해석을 받았다.

하지만 김의겸 대변인은 23일 브리핑에서 “평양공동선언은 판문점선언을 이행하는 성격도 있지만, 그 자체로 독자적인 선언”이라고 말했다. 평양공동선언도 국회 동의 절차를 필요로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판문점선언의 이행 성격이 강하고 선언적 합의이기 때문에 국회 동의가 필요없다고 해놓고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왜 평양공동선언을 비준 의결했느냐’는 질문에는 “독자적인 선언”이라는 설명을 내놓은 것이다.

청와대는 남북군사합의서의 비준 문제에 대해 북한이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조약 대상이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국회 비준 동의 절차가 필요치 않다고 했는데 이런 논리라고 하면 북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비준 자체가 무효라는 반박도 가능하다. 조선일보는 서울대 최대권 명예교수를 인용해 “헌법에서 언급하는 조약은 정상적인 국가 간의 조약을 의미하는 우리에게 북한은 그런 존재가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남북관계발전에관한법률 21조는 국회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에 대한 체결 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규정돼 있는데 ‘중대한 재정적 부담’이라는 말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도 이번 비준 문제가 논란이 될 수 있다.

청와대는 판문점선언의 경우 철도‧도로 연결에 대한 합의 사항이 있기 때문에 국민에 재정적 부담이 지울 수 있다고 보고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도로‧철도 연결 착공식 합의 내용이 있는 평양공동선언은 재정적 부담 내용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김의겸 대변인은 “중대한 재정적 부담이라는 판단은 일차적으로 정부가 판단을 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법정공방에 돌입하면 헌법 60조 1항, 그리고 헌법 3조, 남북관계발전에관한법률 등을 놓고 치열한 법리 싸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법적 공방과 별개로 자유한국당이 이번 비준 의결에 대해 초헌법적 행위라고 반발한 것에 대해 여론은 싸늘하다.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에 대해선 퇴짜를 놓고 있는 마당에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는 국회 동의를 받지 않았다고 생떼를 부리는 모습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한반도 비핵화가 가시화되지 않은 시점에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를 해줄 수 없다며 반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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