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자가 동덕여대 강의실과 화장실에서 발가벗은 채 음란행위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찍은 뒤 트위터에 올렸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그를 붙잡아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일명 ‘동덕여대 알몸남’ 사건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17일자 14면 ‘별난뉴스’ 코너에 “동덕여대 총학 ‘알몸男 앉았을 수 있으니 책상·의자 7000개 바꿔라’”는 긴 제목을 달아 알몸남 사건을 다뤘다.

대학은 16일 학생 300여명이 참여한 공청회를 열었다. 총장은 이 자리에서 학생들 앞에서 사과했다. 공청회에선 여러 의견이 나왔다. ‘외부인 출입 때 신분증을 받자’, ‘학교 내 모든 책상과 의자를 교체하라’, ‘모든 건물 입구와 강의실 문에 학생증을 대야 문이 열리도록 카드 리더기를 설치하라’, ‘건물마다 경비원을 한 명 이상 배치하라’.

외부인 출입신분증에 대학은 배달원과 시간강사의 불편을 들어 난색을 표했다. 학생들은 강사는 어떻게 믿느냐고 했다. 미투 열풍을 생각하면 이해 가는 부분이다.

모든 책걸상 교체 요구에 대학은 약품 소독을 하겠다고 했다. 이에 학생들은 알몸남이 어떤 책상에 앉았는지 확실치 않다며 모든 책걸상 교체를 재차 요구했다. 대학은 7000개의 모든 책걸상을 바꾸면 11억원이 든다며 난색을 표했다. 건물마다 경비원 1명 이상 배치 요구에 대학은 연간 9억6000만원이 든다며 난색을 표했다.

결국 대학은 연간 2억원 가량 드는 카드 리더기 설치 외의 요구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11억, 9억, 2억 가운데 대학은 제일 싼 2억원을 택했다.

모든 대화가 돈으로 계산되는 가운데 정작 알몸남은 다음날 영장실질심사에서 영장이 기각돼 풀려났다. 판사는 피의자가 전부 인정하고 관련 증거가 모두 확보됐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학생들이 느끼는 불안과 끔찍한 불쾌함 따윈 판사에게 고려사항이 되지 못했다.

이런데도 서울의 한 명문사립대가 24시간 하던 경비 근무시간을 줄이겠다고 한다. 이 대학은 심야와 새벽에 8시간 가량은 경비노동자를 세우지 않기로 했다. 학내에 설치한 CCTV 비용을 충당하려고 경비노동자 근무시간과 인원을 줄여야 한다는 거다.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는 시대다. 이 대학 경비노동자는 지난 20일 저녁에 근무지로 찾아온 관리자로부터 “오늘부터 근무체계가 바뀌니 이따가 밤 10시30분에 퇴근하라”는 황당한 지시를 받았다. 일방적 통보였다.

일주일 동안 동덕여대 알몸남에는 화수분처럼 기사를 쏟아냈던 언론이 CCTV에 밀려나는 경비노동자의 황당한 사연 앞엔 침묵한다.

▲ 학교 경비원. ⓒ 연합뉴스
▲ 학교 경비원. ⓒ 연합뉴스
연일 도마에 오르는 서울교통공사(서울지하철) 채용비리도 마찬가지다.

1987년 이전 서울지하철공사는 일반직, 기능직, 고용직, 일용잡급직, 각 기지마다 경비직, 청부(청소직), 매점 여직원 등 고용형태가 제각각이었다. 처지와 조건에 따라 차별이 있었다. 1987년 서울지하철에 노조가 만들어졌다. 노조가 처음 한 일은 ‘차별철폐, 직제개편’ 요구였다. 덕분에 상당부분 차별을 없앴다. 빵 팔던 여직원이 역장이 됐고, 청소하던 직원도 일반직이 됐다. 설사 그들이 더 빨리 진급해도 축하해줬다. 기지창 경비였던 직원이 부역장이 됐다고 아무도 시기하지 않았다. 그땐 언론이 황당한 생떼를 부리진 않았다.

지금까지 팩트가 확인된 채용비리 의심 사례는 모두 공사 임원 등 관리자가 연루됐다. 내노라는 공·사기업 채용비리에 관리자가 개입되지 않은 적은 있던가. 이를 특정노조와 박원순 시장과 엮어 한통속으로 몰아가는 건 시민의 생명안전을 내팽개친 ‘위험의 외주화’를 계속하자는 주장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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