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 편이 인천 중구청 홍보예산 2억원을 받아 4회분의 방송을 제작했다. 시민단체는 시민세금으로 공공재인 지상파의 방송시간을 산 것 아니냐며 예산을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했다. 경찰도 예산 사용경위를 두고 내사에 착수했다.

SBS는 지난 7월27일부터 8월17일까지 네차례에 걸쳐 ‘인천 신포시장 청년몰’의 상권살리기를 주제로 방송을 내보냈다.

문제는 이 방송을 제작하는데 드는 비용 일체를 인천 중구청이 제공한 데서 불거졌다. 인천 중구청은 2억원의 구청 ‘시책홍보비’ 예산으로 SBS에 협찬했다. 중구청과 SBS는 지난 4월9일 체결한 계약서에서 ‘7~8월 총 4회 방송을 하며, 촬영기간은 6월20일 이후 4주간’으로 하고, 제작협찬금은 총 2억원으로 한다고 밝혔다. SBS에 따르면, 골목식당은 이 방송 이전에는 특정 지자체 등으로부터 제작협찬을 받고 방송한 적이 없었다.

또한 ‘청년몰’ 사업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원하는 국가사업이므로 전체 15억원 가운데 홍보비가 1억원 배정이 돼 있으나 중구청은 이 예산 대신 자체 사무관리비(홍보체육진흥실 예산)인 구정시책홍보비 2억원을 썼다. 중구청은 방송 직전까지 두차례에 걸쳐 2억원을 SBS에 송금했다고 밝혔다.

중구청은 상권을 살리려고 처음부터 SBS 제작진에 접촉해 방송제작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중구청은 방송프로그램과 청년몰 사업을 지역 상권을 위한 ‘수단’이라고도 평가했다.

인천 중구청 관계자는 2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신포시장은 과거 번성한 상권이었으나 신도시로 많이 빠져나가 침체되고 유동인구가 거의 없는 죽은 상권이 됐다. 상권 활성화를 위해 여러 사업을 하다 청년몰 조성사업을 국비로 유치하기로 했다. 사업 성공을 위해 홍보가 필요하다고 파악해 눈꽃마을 경관 조성과 홍보마케팅 차원에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마침 당시 ‘백종원의 푸드트럭’이라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어서 우리와 취지와 맞다고 보고 컨텍했으나 SBS는 그 방송을 종영하고 ‘골목식당’으로 바꾸려 했다. 골목식당 제작진은 지방촬영 제작비가 많이 들어 굳이 인천까지 와서 찍을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홍보를 위해 이 프로그램이 필요했다. 제작지원을 하는 형식으로 협의가 돼 계약서 맺고 방영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 지난 7월27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인천신포시장 청년몰' 편. 사진=방송동영상 갈무리
▲ 지난 7월27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인천신포시장 청년몰' 편. 사진=방송동영상 갈무리
중구청은 정부광고성 예산집행이었는데도 언론진흥재단을 통하지 않고 직접 계약 체결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구두상 주의도 받았다. 이 관계자는 “언론진흥재단의 경우 거치는 것은 의무사항은 아니고, 권고사항이다. 첫 시도한 업무이다 보니 그 부분을 빠뜨렸다. 우리도 인정한다. 방송 나간 뒤 8~9월쯤 유선상으로 ‘앞으로 나갈 때는 주의 좀 해달라’고 구두 주의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무너져가는 상권살리기인데 ‘청년몰’의 경우 협찬 협의한지 한 달 후에 조성돼 방송취지와 맞지 않다는 지적에 “청년몰도 수단이었고, 백종원 골목식당도 (상권살리기를 위한) 수단이었다. 이 권역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우리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홍보비 예산 2억원 사용을 파헤친 시민단체 ‘주민참여’의 최동길 대표는 23일 “이 사업을 위해 사전에 편성된 예산을 지출했다면 몰라도 방송 제작지원을 위해 1년간 써야할 홍보체육진흥실에 책정된 돈을 ‘전용’해서 썼다”며 “SBS 쪽도 CF에서 제작비를 충당해야지 방송광고도 받고, 협찬까지 받는 이중지원 문제가 생긴다”고 비판했다.

최동길 대표는 인천 신포시장 상권을 살리자는 취지는 옳지만 방송사에 2억원을 꼭 줘야 하느냐며 “죽어가는 골목상권 소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새로 조성된 사업의 광고를 찍어준 것이다. 공공재인 지상파 프라임타임을 사서 홍보수단으로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낭비성 예산이며, 추후에라도 환수해야 할 예산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방송제작비 지원 경위와 과정을 두고 인천 중구청에 자료요청을 하는 등 내사에 들어갔다.

골목식당 인천 청년몰 편은 협찬고지도 위반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골목식당의 방송에서 협찬고지 위반 사례를 발견해 과태료 처분할 계획이다. 방통위 담당서기관은 이날 “협찬고지는 협찬주나 상품명만 하게 돼 있는데 인천중구청 로고에 홈페이지 주소까지 들어간 것은 협찬 고지 위반이어서 행정처분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지난 7월27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인천신포시장 청년몰' 편. 사진=방송동영상 갈무리
▲ 지난 7월27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인천신포시장 청년몰' 편. 사진=방송동영상 갈무리
이 서기관은 “방송 이후 민원인의 협찬 문제제기가 있어 SBS 측으로부터 경위서와 해명을 받았다”며 “당시 내용상 큰 무리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경찰이 내사하고 있다니 지켜보려고 한다. 언론에 나오고 국회의원이 지적하면 심층조사를 해야 할 것”고 밝혔다. 그는 “백종원 골목식당의 경우 미묘한 부분이 있다. 장르가 애매한 예능이기 때문이다. 시사보도와 같은 복합적 성격이 있다. 시사보도는 협찬을 받을 수 없지만 이 방송은 협찬을 막고 있지는 않다. 방송법엔 협찬 고지에 관한 기준만 있고, 협찬 내용에 대한 것이 없다. 개선안을 마련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SBS측은 협찬이 적법하게 집행됐다면서 골목식당 대상 선정과 협찬 문제를 신중하게 결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SBS 관계자는 23일 저녁 “예능 프로그램이라 협찬받을 수 있다. 이 프로그램도 그 일환에서 똑같이 받은 것이며, 적법하게 처리돼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며 “청년몰이 국가사업이다 보니 사업 홍보할 방안을 골목식당에 제안해 많은 고심하고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제작비 전액을 낸 협찬주의 사업홍보용으로 제작돼 ‘대가성 방송, 전파 사유화’라는 비판에 이 관계자는 “그렇게 들어가면 방송사 전체 문제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우리만 비판받는 것은 억울하다. 골목식당 자체가 예능으로 시작했다가 받아들이는 시각이 독립적으로 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니 그 잣대에 갇혀 버린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공재인 지상파의 사용은 외부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에 “충분히 공감이 간다. 하지만 인천 중구청의 경우 국가사업이어서 제작지원을 받았지, 개인 가게를 가진 사람의 협찬은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방송 이후 시청자들의 반응을 두고 “청년몰 쪽을 하면 앞으로 긍정적 효과가 있으면 지자체 골목을 토대로 새로운 방향 제시하리라고 생각했는데, 시청자 기준치가 높았다. 골목식당을 예능이 아닌 시사나 교양으로 보고, 협찬을 받아선 안된다고 보는 것 같다. 그래서 그 뒤로는 지자체의 제안을 계속 받았지만 거절했다. 시청자들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엄격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겠다는 것이 제작진의 생각이다. 제작방침이나 골목 선정에서 엄격하게 하지 않으면 다시 논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지난 8월10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인천신포시장 청년몰' 편. 사진=방송동영상 갈무리
▲ 지난 8월10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인천신포시장 청년몰' 편. 사진=방송동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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