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방 대기, CCTV 설치, 시말서 반복, 반성문 베껴쓰기. 한 뚜레쥬르 제빵기사가 임금체불을 진정하고 복직한 뒤 겪는 일이다.

업계 2위 뚜레쥬르 협력업체가 체불임금을 받아낸 제빵기사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가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뚜레쥬르 협력업체엔 임금체불이 만연해, 이를 지적한 직원을 ‘본보기’ 삼아 괴롭혔다는 지적도 나온다.

▲ 사진=민중의소리
▲ 사진=민중의소리

서울의 뚜레쥬르 지점에서 2년째 일해온 제빵기사 김아무개씨는 올초 ㅈ산업을 상대로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냈다. 정해진 노동시간은 아침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1시간 휴게시간을 빼면 8시간이다. 그러나 김씨는 새벽 5시30분에 출근했다. 주문이 늘면 점심시간도 거르기 일쑤였다. 퇴근시간 뒤에도 일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씨는 시간외 수당을 못 받았다. 아침 6시 전에 일하면 받은 야간노동수당도 못 받았다. 물론 휴일노동수당도 없었다.

회사는 체불을 인정했다. 올 봄 ㅈ산업은 1년 반치 체불임금 172만원을 김씨에게 줬다. 다만 김씨는 야간수당은 못 받았다. 퇴근시간을 미리 찍거나 애초에 찍지 않도록 해 증거 기록이 없어서다. 인턴사원일 때 받지 못한 중식비와 실습수당도 받지 않고 넘어갔다.

이후 김씨는 지난 7월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이유는 △사업장 내 질서 문란 △불성실 근무 △지시 불이행 등이었다. 매장 내 점주‧직원과 갈등을 빚었다는 게 대표 사유였다. 김씨는 “매장 직원과 트러블은 어디에나 있다. 다른 기사도 점주와 갈등으로 수차례 매장을 옮기지만 정직당하진 않는다”고 했다.

복직 이후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회사는 돌아온 김씨에게 매장이 아니라 ㅈ산업 본사 회의실로 대기발령했다. 김씨는 “앞으로의 태도나 회사에 대한 각오를 생각해서 쓴 뒤 제출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반성문 받아쓰기도 했다”고 말했다. “회사와 마찰로 시끄러웠던 점을 반성합니다. 앞으로는 회사를 존중하고 내부규칙에 따라 행동하고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같은 내용이었다. 지난 10일에는 김씨가 ‘대기’하는 방에 설치된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이 옮겨졌다. 김씨는 “CCTV가 이제는 (김씨를) 직접 비추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1월부터 한의원을 다녔는데, 공황장애와 멀미 증상으로 지난 1월부터 치료중”이며 “극심한 스트레스로 하혈을 하기도 했다”고 했다. 김씨는 “회사가 정말로 직원들에게 체불임금을 인정하고 지불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 왼쪽은 뚜레쥬르 협력업체 ㅈ산업 측이 불러줘 제빵기사 김씨가 작성한 반성문. 오른쪽은 김씨가 대기발령 받은 독방 사무실에 재설치된 CCTV. 사진=비상구 제공 보도자료 갈무리
▲ 왼쪽은 뚜레쥬르 협력업체 ㅈ산업 측이 불러줘 제빵기사 김씨가 작성한 반성문. 오른쪽은 김씨가 대기발령 받은 독방 사무실에 재설치된 CCTV. 사진=비상구 제공 보도자료 갈무리

뚜레쥬르 임금체불은 한 협력업체만의 일이 아니다. 정의당 ‘비상구’의 최강연 노무사는 “이번 건은 매장 하나의 일탈이나 용역업체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다른 협력업체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임금 체불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뚜레쥬르는 협력업체 6곳을 통해 전국 1100여개 매장에 1600여명의 제조기사(제빵·카페 및 지원기사 등)를 두고 있다.

‘비상구’는 각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에게 임금체불 관행을 확인했다. 부산‧울산‧경남지역을 맡은 협력업체 ㅇ산업은 ‘휴일수당’ 명목이 없다. 대신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특근수당’을 지급한다. 제빵기사들은 “담당자에게 특근수당 계산방법을 물어도 ‘잘 모른다’거나 ‘왜 궁금해하냐’며 타박한다”고 말한다. 최 노무사는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한 사례도 있다”고 했다.

최 노무사는 “다른 매장도 야간수당 못 받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며 “추정이지만, 사측이 임금 체불 관행을 공식 인정하는 순간, 그 업체 내 제빵기사들에게 수억원의 체불임금을 줘야 한다”고 했다. 일부나마 임금을 받아낸 김씨를 대상으로 ‘보여주기식 괴롭힘’을 행사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CJ푸드빌은 “임금체불은 고의가 아닌 시스템 오류”라는 입장이다. CJ푸드빌은 23일 “임금체불을 바로바로 시정하고 있다. 만약 고의적인 관행이라면 다른 제빵기사도 문제제기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협력업체가 김씨를 대기발령한 건 “노사갈등이 아닌 노노갈등 때문이다. 많은 제빵기사가 문제제기 했다면 심각하게 받아들였을 텐데 그렇지 않다”고 했다.

‘비상구’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뚜레쥬르에 근로감독을 촉구했다. 최 노무사는 “특히나 (김씨가 임금 체불을 인정받은 근거인) 모바일 근태기록도 오류가 있었다”며 “법적으로 다투면 인정받기가 어려워 제빵기사들이 무료노동에 무방비 노출돼 있다”고 강조했다. 강은미 정의당 부대표는 “즉시 독방 사무실 CCTV 감시와 반성문 작성 강요 등 괴롭힘을 중단해야 한다”며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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