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의 비정규직 비하 발언에 분통을 터뜨린다. 한국당과 조선일보 등은 공공기관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친·인척 비율을 문제삼으며 ‘식당 찬모까지 정규직화 하느냐’거나 ‘걸을 줄만 알면 비정규직 입사된다’는 발언을 여과없이 쏟아냈다.

식당 조리원을 향한 ‘찬모’ 발언이 큰 공분을 산다.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구의역 사고 후 무기직의 정규직 전환이 추진됐는데 노사 합의에서 식당 찬모·미용사들까지 포함이 됐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용태 사무총장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식당 찬모 107명, 목욕탕 세신사 8명, 이용사 11명, 면도사 6명이 정규직 7급이 됐고 이들은 18년 근무하면 18호봉으로 인정받아 연봉 7000만원 가량 받는다”고 주장했다. 김 사무총장은 허위 주장을 한 데다 서울교통공사 목욕탕 시설관리직을 ‘세신사’로 호도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 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민중의소리
▲ 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민중의소리

찬모는 식당·조리장·부엌에서 일하는 여성을 낮잡아 부르는 단어다. ‘반찬 만드는 일을 맡아 하는 사람’이란 뜻이지만 과거 신분제 인식이 배어있는데다 여성차별적 비하로 분류돼 사용을 꺼리는 말이다.

21년차 서울교통공사 조리원 A씨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너무 분노가 치밀었다. 매일 새벽 6시에 나와 하루 평균 700인분을 만든다. 무릎·발목 인대가 나가면서까지 고된 노동을 하는데 우리가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천박한 인식이다. 유민봉 의원은 국회 조리원에게도 찬모라고 함부로 말하느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자유한국당 인식이 문제”라며 “진짜 서민을 위한다는 사람들이 맞느냐”고 물었다. ‘조리원·이용사·면도사까지 정규직화 해야 하냐’는 물음은 후생지원직을 미숙련일자리로 분류해 가치를 깎아내렸다는 지적이다.

보수언론도 자유한국당 관계자, 익명 취재원의 비하 발언을 여과없이 전달한다. 현장에서는 “걸을 수만 있으면 비정규직 된다”는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조선일보는 지난 19일 1면 기사에서 비정규직의 취업이 쉽다고 지적하며 “인천공항공사 협력업체는 채용 기준을 묻는 질문에 ‘걸을 수만 있으면 된다’고 답했다”고 적었다.

인천공항 보안경비직은 하루 15~20km를 걷는다. 한 달 환산하면 약 400km다. 족저근막염, 하지정맥, 교대제로 인한 수면장애 등은 보안경비원들이 흔히 갖는 질환이다. 1시간 휴식시간이 주어지지만 이동시간을 빼면 30~40분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휴게공간이 멀어 공항 벤치에서 쉴 때가 많다.

14년차 보안경비원 B씨는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걸 저렇게 차별적으로 모욕하는게 맞느냐. 공항엔 몸으로 일하는 3D 업종이 많다. 우리 업체에서만 지난 3개월 간 80명이 퇴사할 정도로 고된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유민봉 의원실 관계자는 “비하 발언은 오해다. 서울교통공사가 제출한 자료 중 일반업무직란에 ‘식당찬모’라고 적혀 있었고 이를 근거로 정규직 전환 대상에 대해 발언한 것이다. 비하의도는 전혀 없었고 ‘식당찬모’라는 용어를 공사에서 다른 용어로 사용했다면 당연히 그 용어를 사용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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