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 기업 포스코(POSCO)에서 자행된 특정 노동조합에 대한 사측의 노골적 탄압 공작이 내부고발로 연달아 드러나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임원들이 노동관계법 위반으로 고소당했다.

앞서 지난달 17일 포스코에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새노조)가 만들어진 후 사측이 추석 연휴에도 노무 담당자들을 모아 노조 무력화 방안 대책회의를 연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실제 사내전산망에 회사 인사노무 담당 직원들이 민주노총과 새노조를 비방·음해하는 글과 댓글을 아이디까지 바꿔가며 다수 게시했음이 추가로 드러났다.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포스코지회(새노조)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이정미(정의당)·송옥주(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포스코 현장상황 보고와 부당노동행위 고소’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 등을 폭로했다.

최근 노무협력실 노사문화그룹 노정섹션 소속 직원들이 사내 게시판에 올린 민주노총 비방 글과 댓글들. 사진=금속노조 제공
최근 노무협력실 노사문화그룹 노정섹션 소속 직원들이 사내 게시판에 올린 민주노총 비방 글과 댓글들. 사진=금속노조 제공
새노조에 따르면 포스코 노무협력실과 인사노무그룹 직원들은 이른바 ‘포스코 대나무숲’으로 회사 소식과 필수 정보, 다양한 임직원 이야기를 공유하는 포스코그룹 통합 소통채널 ‘포스코투데이’에 일반 직원으로 위장해 금속노조와 새노조에 대한 비방 글과 악성 댓글을 게시해 왔다.

노무협력실 노사문화그룹 노정섹션 소속의 한 직원은 아이디를 바꿔가면서 자신을 ‘어디 노조에도 가입하지 않은 직원’이라고 소개하며 새노조의 조합 활동을 불법 행위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당신 수준=당신이 속한 노조=왈왈왈왈왈왈왈”이라는 비난 댓글을 달기도 했다.

노무협력실 소속 또 다른 직원도 게시판에 “폭력 노조원들 민노 얼굴에 똥칠하네요”, “너 같은 놈이 진짜 매국노에 개XX다. 어디서 멍멍거리냐. 나가 X져라”와 같은 욕설 섞은 댓글을 단 것으로 확인됐다. 이 외에도 노무협력실 직원들이 작성한 글들을 보면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민주노총에 대한 혐오 표현 일색이거나 불법·폭력집단으로 매도하는 내용이었다.

새노조는 “해당 게시글과 댓글을 자바스크립트로 소스 추출해 직번을 확인했고, 직번으로 ‘포스코 사람찾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신원을 확인했다”며 “이 외에도 인사노무 담당 직원들의 댓글 공작은 다수 있으며, 사내 전산망뿐만 아니라 새노조 가입자들이 주로 활동하는 공개 단톡방에서도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음해· 비방하는 활동을 했다”고 밝혔다.

포스코 측은 최근 노무 담당 직원들이 민주노총 비방 여론·댓글 공작을 했음이 발각되자 사내 게시판을 폐쇄했다가 다시 열기도 했다. 게시판에서 게시자 직번을 확인하지 못하도록 시스템을 변경한 것이다.

지난달 14일 금속노조 포스코지회가 입수한 포스코 주임단 비상대책 1차 회의 자료. 사진=금속노조 제공
지난달 14일 금속노조 포스코지회가 입수한 포스코 주임단 비상대책 1차 회의 자료. 사진=금속노조 제공
게다가 포스코 사측은 사내에 노조 이슈가 확산하자 주임단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해 직원 노무관리 방법을 논의, 실천 계획을 세우면서 직원 성향을 ○(우호그룹), △(불만·가입의사), X(M[민주노총] 가입 의심·확인)로 파악해 직책자들이 밀착 관리토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14일 새노조가 입수한 주임단 비상대책 1차 회의 자료를 보면 2차 회의 토론주제로 △직원 성향별 개별 케어 방안 △관심(가입) 직원 일일 케어 방안(케어 주체 및 수행역할, 일일동향 파악) △불만 직원 대상 케어 방안 및 민씨(민주노총 가입 직원) 이해와 설득 방안 △공장장, 파트장, 주임의 노무관리 역할 분담(이슈 공유)이라고 안내돼 있었다.

아울러 ‘현 (새노조) 가입 공개자 협의 결과’를 보면 “3명 모두 강성이 아닌 것으로 주임 면담 결과 확인됐으며, 집중 관리해 타 작업자에게 전파되지 않도록 차단하며 주임, 파트장이 밀착 대응 Care해 탈퇴를 권유하도록 진행(지속적으로)”이라고 나와 있다.

새노조는 “단순 생산 및 품질관리에 해당하는 내용이 아니라 부당노동행위 내용을 사측이 주임과 파트장, 공장장 사이의 역할 분담으로 명확히 하고 공장장에게 체계적으로 보고하도록 했다”며 “면담을 통한 직원 성향 분류와 민주노총 가입자에 대한 밀착 관리, 민주노총 가입자 탈퇴 추진이 광범위하게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 지난 7월27일 취임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지난 7월27일 취임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지난달 25일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포스코 노무협력실에서 작성한 ‘포스코를 사랑하는 직원의 한사람으로서 드리는 호소문’을 공개했는데, 새노조는 실제 공개 카톡방에서 이 글과 거의 같은 논리의 글이 ‘포스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명의로 게시·유포됐다고 전했다. 호소문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와 가족들이 겪은 고통과 불행을 모두 민주노총 책임으로 돌리며 새노조 가입을 반대하는 내용이다.

[관련기사 : ‘포스코 사랑하는 직원’이 작성한 문건의 ‘잔인함’]

권영국 금속노조 법률자문단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들어 노동이 존중받고 부당노동행위는 엄벌하겠다는 공약에도 지금 대기업 포스코에서 노조를 와해하려고 관리자를 조직적·체계적으로 동원해 특정 노조 가입과 탈퇴를 협박하는 수준이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 매우 심각하다”며 “이들이 행한 노조 와해 시나리오에 따른 부당노동, 노조 파괴 행위는 삼성의 노조 와해 시나리오 전략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법률지원단은 이날 오후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비롯해 총 27명의 임원과 관리자들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권 변호사는 “검찰은 고소장에 따라 신속히 수사에 착수하고 노동부도 즉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더는 대기업에서 무노조 경영, 노조 와해와 방해 공작이 이 땅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해줄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 사측은 금속노조가 제기한 회사의 부당노동행위 의혹과 관련해 “회사는 부당노동행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사내 게시판 댓글도 회사가 조직적으로 지시한 게 아니라 직원 누구든 익명으로 쓸 수 있는 토론방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가 공개한 직원 성향 분류 문건 등과 관련해선 “현재 노무부서에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다만 회사 차원의 조직적 지시가 아닌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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