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국내 주식 대여의 신규거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23일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연금 국정감사에서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은 “22일부터 국민연금 주식 대여 중 신규거래를 중지하기로 했다”며 “기존 대여 주식은 계약관계를 고려해서 연말까지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은 기금 운용방법 중 하나로 ‘증권의 대여’를 규정하는데, 이른바 ‘공매도’를 활용하는 투자기업에 의해 투기적 성격으로 활용된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공매도란 유가증권의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될 때 해당 유가증권을 다른 소유자로부터 대여해 매도하고, 일정기간이 지난 후 낮아진 가격으로 재매수, 상환해 시세차익을 얻는 기법이다. 공매도 수법은 개인 투자자의 손해를 야기할 수 있고 해당 증권을 보유한 국민연금기금의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미 청와대 청원 등에서 ‘국민연금의 주식대차를 폐지하라’는 서명이 호응(23일 기준 참여인원 9만7640명)을 얻기도 했다.

▲ 국민연금공단 관련 이미지. 사진=노컷뉴스.
▲ 국민연금공단 관련 이미지. 사진=노컷뉴스.
23일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 질의에서 “국민연금 주식대여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합법이지만 주식대여로 인해 공매도 세력에게 주식 빌려줘서 지수 하락 이어지고 연금 자체 손실이 크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며 “국민연금 주식 대여를 위해서 국민연금이 보유한 종목에 대한 손해를 계산한 적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이사장은 “몇몇 연구결과는 있지만 주식 대여와 공매도가 연관 있다는 연구결과는 확인된 바 없다”고 답했다.

김상희 의원이 “국민연금은 2000년대부터 주식대여를 해왔는데 아직까지도 연구결과가 없이 관성적으로 한 것은 문제”라며 “국내 주요 연기금인 공무원 연금이나 군인연금은 대여사업에 참여하지 않는데 국민연금의 신뢰회복을 위해 주식 대여를 제한하는 것은 어떠냐”고 물었다.

이에 국민연금 공단이 신규거래 중지 결정을 밝히고, 기존 대여 건에는 재개여부를 다시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국민연금공단의 이러한 답변이 나오기 직전 조사에 참여한 국민 76%가 국민연금 주식대여를 금지하는데 동의한다는 설문조사도 나왔다. 23일 오전 발표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희망나눔주주연대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국민연금 주식대여 금지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찬성’(매우 찬성 47.7%, 찬성하는 편 28.4%) 응답이 76.1%로 집계됐다. ‘반대’(매우 반대 3.1%, 반대하는 편 10.0%) 응답은 13.1%에 불과했다. ‘모름/무응답’은 10.8%이었다. (10월22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1만644명 대상으로 1042명이 응답 완료, 9.8% 응답률, 더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

▲ 국민연금 주식대여 관련 리얼미터 설문조사. 출처=리얼미터 홈페이지.
▲ 국민연금 주식대여 관련 리얼미터 설문조사. 출처=리얼미터 홈페이지.
해당 설문을 살펴보면 주식시장에 관심이 높은 층, 주식투자 경험자, 공매도 제도 인지자에서 찬성 여론이 85% 전후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특히 주식시장에 관심이 높은 층에서는 찬성 응답이 90%대에 근접했다. 주식시장에 관심이 낮은 층과 주식투자 미경험자, 공매도 제도 미인지자들도 찬성 여론이 절반 이상으로 나타났는데, 이들 역시 국민들의 안정적 노후를 대비하는 국민연금의 손실에 대하여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고 리얼미터는 밝혔다.

국민연금공단의 이러한 결정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환영 논평을 내고 “주식대여 금지를 명확히 하도록 관련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킬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하고 나아가 공매도 제도 자체에 대해서도 조속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경실련 측은 △주식 대차시 용도 신고 △선고 입고 후 공매도 원칙 준수 △주요 주주의 주식대여 금지 △공매도 대차 잔량 있을 시 주식 매수 금지 △불법 무차입 공매도 등에 대한 징벌 배상제 도입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미 국회에는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돼있다. 해당 법안은 국민연금기금의 운용방법 중 “증권의 대여”를 삭제하여 투기적인 공매도에 활용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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