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공사 정규직화 과정에서 노조가 채용비리를 꾀했다”는 조선일보·TV조선 의혹보도는 대부분 왜곡됐거나 허위였다. 4일 넘게 사실관계 확인도 않고 의혹만 내놓은 점에 비춰 노조는 “무책임하게 의혹만 던지고 정규직화 의미를 훼손하려는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가 보도한 인천공항 채용비리 의혹제기 내용은 크게 4가지다. ①노조 지부장 아내가 정규직화 과정에 입사했다는 보도 ②노조 간부 아내가 초고속 승진했다는 보도 ③노조 전 간부 아내가 입사 탈락 후 채용방식을 바꿔 합격했다는 보도 ④노조가 ‘우리 조합원 서류만보고 통과시키라’ 압박했다는 보도다.

①은 틀렸고 ②, ③은 구체적 사실관계 파악없이 보도해 진위를 왜곡했다. ④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존중하는 정규직화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사용자 관점의 보도다.

① TV조선 “민노총 지부장 아내 입사”→ 없음

TV조선은 지난 18일 “‘정규직 전환’ 약속받은 인천공항 협력업체, ‘고용세습’ 의혹”(김미선 기자) 단독 보도에서 “또 다른 공항 협력업체에서는 남편이 민노총(민주노총) 지부장으로 있을 때 부인이 입사한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 10월18일 TV조선 갈무리
▲ 10월18일 TV조선 갈무리
▲ 리포트 내용 중 지회장 부분은 원래 '지부장'이었다. 보도가 나간 후 반론취재 해 수정조치됐다.
▲ 리포트 내용 중 지회장 부분은 원래 '지부장'이었다. 보도가 나간 후 반론취재 해 수정조치됐다.

기사가 말하는 지부장은 지난 2014년 12월 당선돼 연임한 박대성 지부장이다. 지부는 인천공항 비정규직 조합원이 4500명 가량인 ‘인천공항지역지부’로 공항공사·입시법인 등 협력업체 16개 지회와 5개 분회가 모여있다. 지부는 다시 공공운수노조의 하부조직, 공공운수노조는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다.

박대성 지부장 아내는 공항·항공과 관련없는 다른 업계 종사자다. 박 지부장 전의 조성덕 전 지부장은 해고자 신분이었던데다 당시엔 인천공항 정규직화 논의가 나오지도 않았다. 전·현직 지부장 아내 모두 인천공항 하청업체나 자회사에서 일한 적 없다.

보도 핵심 팩트는 한 협력업체 현장소장이 ’2017년 8월 아들 2명과 조카 5명을 입사시킨’ 사실이다. 협력업체 소장과 비정규직 노조는 갈등관계다. 보도는 협력업체 부정을 지적하면서 노조 부정 의혹을 두 문장 추가했다. 둘 중 하나가 박 지부장 관련이고 거짓이다. 보도 전 반론취재는 없었다.

나머지 하나는 ‘노조 간부 아내의 초고속 승진’ 의혹이다. 이 내용은 지난 20일 조선일보가 받아 “인성검사 떨어진 민노총 前간부 아내, 채용방식 바꿔 합격”(곽창렬·최원우·원우식 기자) 제목의 기사에서 기정사실처럼 다뤘다. 미디어오늘 확인 결과 왜곡 정황이 있었다.

② “노조 간부 아내 초고속 승진”→ 통상 승진에 ‘초고속’ 붙임

‘초고속 승진’은 남보다 훨씬 승진이 빨라 이례적이거나 통상 절차를 밟지 않아 특혜가 의심된다는 뜻이다. 조선일보는 20일 기사에서 “공항 운영업무 담당 협력업체도 민노총 간부의 아내를 초고속 승진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아내 B씨는 지난 2010년 이 업체에 입사했는데 입사 당시 직급 '사원4'에서 '사원1'로 함께 들어온 동료보다 9년 빨리 승진했다”고 보도했다.

▲ 10월18일 TV조선과 10월20일 조선일보가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조 간부 아내가 초고속 승진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 10월18일 TV조선과 10월20일 조선일보가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조 간부 아내가 초고속 승진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통상 승진 절차를 알아보지도 않고 B씨가 ‘초고속 승진했다’고 했다. 보도 근거는 익명 증언이다. 인천공항의 한 관계자가 “정규직 전환할 때 직급이 높으면 급여가 높아지기 때문에 이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배후에는 민노총이 있다고 의심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B씨는 박아무개 현 탑승교지회장 아내다. 당시 B씨 업체 직급은 ‘소장-팀장-부팀장-대리-사원1·2·3’ 7단계 체제였다. 2010년 입사한 B씨는 말단 ‘사원3’으로 들어와 2015년 ‘사원2’로 한 급수 올랐다. 관리자와 직원 간 다면 평가를 통한 결과였고 함께 승진한 직원은 20여 명이 더 있다.

이후 B씨는 ‘사원1’이 됐다. 다른 업체로 경력 이직하며 한 급수 올랐다. 탑승교는 공항특화 업무다. 새 용역업체는 경력사원을, 경력사원은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다. 올해 2터미널이 생기며 새 탑승교 용역업체가 들어왔고 B씨를 포함한 경력직들이 새 업체로 이직했다. 같이 넘어간 경력 중 3명은 팀장으로 승진했고 9명은 부팀장으로 승진했고 소장으로 승진한 동료도 있다. B씨는 그 와중 ‘사원1’로 승진했다.

B씨는 악의성 민원으로 이미 홍역을 치뤘다. 정규직화를 둘러싸고 일부 인천공항 정규직의 반발이 거셌을 때다. 승진 비리로 민원이 접수돼 회사·공사가 조사를 했고 작년 가을 무혐의났다. 조선일보는 이 사안을 다시 ‘비리 의혹’으로 보도했다.

③ “노조 간부 아내 탈락 후 채용방식 바꿔 합격”→ 왜곡

‘노조 전 간부 아내가 채용 방식을 바꿔 입사했다’는 기사는 ②와 같은 왜곡이다. 충분한 사실 취재 없이 독단으로 “채용 방식이 아내에게 유리했다”거나 “민노총 밥그릇 챙기기”라고 의혹 제기했다.

▲ 10월20일 조선일보 보도
▲ 10월20일 조선일보 보도

탑승교지회 전 간부 아내 A씨는 탑승교 운영 업무를 맡은 ‘인천공항운영관리’와 ‘45일 단기 고용계약’을 맺고 들어왔다. 회사는 육아휴직에 들어간 직원 때문에 공석이 생겨 계약직을 뽑았다. A씨는 지난 주부터 일을 시작했다.

조선일보 20일자 기사는 “전 간부 아내 A씨가 처음엔 불합격했으나 회사가 이후 인성검사 없이 채용할 수 있도록 절차를 바꿨고 A씨가 합격했다”며 ‘민주노총 밥그릇 챙기기 아니냐’고 지적했다. 근거는 익명 제보다. 조선은 “인천공항 직원 일부가 ‘채용 방식 변경과 A씨 입사 배경에 민노총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고 적었다.

A씨는 회사가 지원 부탁을 해서 재지원했다. 회사는 당시 3개월 계약직을 뽑지 못하고 있었다. A씨가 처음 인적성 시험에서 탈락한 자리엔 신입사원이 채용됐다. 이 사원은 일 시작 직후 그만뒀다. 회사는 또 다른 직원을 채용했으나 이 직원도 이틀 후 퇴사했다. 인력은 당장 필요한데 이미 3달 중 1달이 지나는 때였다. 탑승교 현장은 인력이 108명에서 86명으로 22명이 대폭 줄어 노동강도가 세진 상황이라 불만이 팽배했다. 회사는 퇴사한 경력직을 알아보다 A씨를 채용했다. A씨 고용 기간은 그래서 45일이다.

노조가 이 보도를 악의적이라 보는 이유는 ‘정규직 전환’이 거론됐기 때문이다. A씨가 정규직 대상이 아닌 사실은 문서로 확인된다. 계약 기간이 45일이다. 노·사 모두 이견이 없고 당사자 A씨도 기대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익명 증언을 이용해 “회사는 ‘A씨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정확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 10월23일 조선일보 1면 보도
▲ 10월23일 조선일보 1면 보도

④ “민주노총 '조합원만 챙겨'”→ 왜곡·전형적 사용자 관점

인천공항 보안경비 직원 C씨는 2년 터울로 용역업체만 바꿔가며 10년 넘게 한 자리에서 일했다. 공항을 순찰하고 상주직원 통로 보안검색을 맡았다. 인천공항이 상시·지속 필요로 하는 업무다. 업무는 그대로지만 일자리가 외주화됐기 때문에 C씨는 쭉 비정규직이었다. 이런 선·후배, 동료 비정규직만 1만 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다. 1만개 일자리만 정규직화 하고 1만명 노동자는 걸러내야 할까. 노동존중 가치를 기준삼으면 실제 일해온 노동자가 같이 승계돼야 한다. 인천공항 뿐 아니라 많은 공공기관 비정규직과 이들에 연대하는 정규직들이 주장하는 내용이다. 정부 가이드라인도 이 방향을 따른다.

조선일보는 비정규직 노조 입장을 “우리 조합원, 서류만 보고 정규직 시켜라”는 주장으로 호도하고 “민주노총의 막무가내 압박”이라 적었다. 근거는 용역·파견노동자 정규직화를 논의하는 노·사·전문가 협의체 회의록 일부다.

비정규직 노조(인천공항지역지부)는 “채용 검증 절차를 최소화해야 해고와 고용불안이 없고 정규직화 취지에 맞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전체 1만명의 근로처우를 협상하지, 조합원인지 비조합원인지, 한국노총 산하 노조인지 아닌지 여부는 협의체 논의 대상이 아니다. 조선일보는 이를 특정 노조 이기주의로 호도했다.

10~20년차 비정규직이 수두룩한데 정규직으로 고용형태만 바뀐다고 근속년수가 전체 혹은 절반이 깎인다. 정당성을 다루는 언론이라면 ‘비정규직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라 고려하는게 상식이다. 조선은 “근속 100% 인정하라”는 비정규직 요구까지 ‘막무가내’로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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