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3일 국무회의를 통해 9월 남북 평양공동선언과 4·27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를 심의해 의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의 발전과 군사적 긴장 완화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더 쉽게 만들어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비준 의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길일 뿐 아니라 한반도 위기 요인을 없애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동안 불이익을 받아왔던 접경 지역 주민들에게 가장 먼저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증진시키는 길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심의 비준되는 합의서들이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각 부처가 힘을 모아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지 않는 상태에서 정부가 비준 의결하면서 공방이 예상된다. 청와대는 이번 비준 의결에 대해 선언적인 합의라서 의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기자와 만나 “과거에도 원칙과 선언적 합의에 대해 (국회 비준 동의) 받은 건 없었다. 구체적 합의들을 갖고 나중에 새로운 남북의 부문, 부분 합의들이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만들 때는 그때 국회에 해당하는 것이지 원칙과 방향, 합의, 선언적 합의에 대해서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이미 법제처 판단도 받았다. 판문점선언도 국민적 합의와 안정성을 위해서 우리가 추진을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정반대 입장을 내놨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평양공동선언은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부속합의서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판문점선언’에 대한 국회의 비준논의가 마무리된 후 국회의 비준절차를 밟아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평양공동선언’에 담긴 철도와 도로연결 착공과 경제분야 지원을 이행하기 위해선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며, 특히, 군사분야 합의서는 북핵 위협은 그대로인데 우리의 군사 방어 능력만 해체시켜 놓은 결과를 낳았다”고 비난했다.

공동선언 비준 의결에 법제처는 판문점 선언이 이미 국회비준동의 절차를 밟고 있어 평양공동선언은 국회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고, 군사분야 합의서도 국민에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거나 입법사항이 필요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기에 가능하다는 법 해석을 내놨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남북관계발전법 제21조를 들어 “중대한 재정적 부담 또는 입법사항과 관련된 남북합의서는 국회 비준 동의를 거쳐 발효한다”고 돼 있어 법제적의 해석은 “자의적인 법률 해석 남발”이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안보를 위해 공조해야 할 동맹국인 미국도 남북군사합의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확인되었다”고도 주장했다. 비준 의결에 대한 미국 측 반응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윤 수석대변인은 “문재인 정부가 굴종적인 대북 정책에 경도돼 국회와 협치마저 포기하고 불통과 독선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을 개탄하며 향후 이에 따른 모든 책임은 현 정부가 져야 한다는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반면, 김정현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일각에서 절차적 하자를 제기하고 있으니 차일피일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을 미루고 있는 입장에서 본말이 전도된 궁색한 변명에 불가하다”며 사실상 자유한국당을 겨냥했다.

박경미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선언으로만 끝났던 그간의 남북간계를 보다 공고히 하고 한반도에 불러오는 평화의 바람을 결코 다시는 되돌리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국회의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를 언제까지고 기다릴 수만은 없는 고육지책으로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정부의 의지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정부가 비준을 의결하면서 법률 해석 공방과 함께 국회에서도 비준안 동의 문제를 본격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자유한국당은 일방적인 국정운영이라는 프레임을 강화하면서 대정부 비난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성태 원내대표는 22일 비상대책회의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 손아귀에 대한민국 언론이 다 잡혀 있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이 주도적으로 문제제기했던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해 언론 보도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언론을 싸잡아 정권과 결탁했다는 뉘앙스의 비난을 펼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비준 의결한 것은 자유한국당의 반발에 여론이 크게 요동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자유한국당이 국회 차원에서 비준안 동의 절차를 밟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 기다릴 수만은 없다고 하는 명분을 쌓았고 법률 해석까지 받아놓은 마당에 비준 의결을 미룰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유럽 순방 이후 채 일주일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비준 의결을 한 것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북제재 완화에 대한 단일한 목소리를 이끌어내진 못했지만 공동선언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만큼은 확고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공동선언 비준 의결은 국제사회를 향해 남북관계를 개선시켜 한반도 평화체제를 완성시키겠다는 우리 정부의 강한 의지 표명이자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을 에둘러 강조한 것으로도 분석된다.

문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와 영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을 방문하거나 개별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 발전 방안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폭넓은 지지를 확보 할 수 있었다”며 “국제사회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뜻을 같이 하고 있는 만큼 당사자인 우리의 역할과 책무가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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