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과 노인요양시설, 특수학교 등에서 일하는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은밀하게 가해졌던 각종 비리와 폭력들이 하나둘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요양서비스노조는 22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회견을 열고 ‘노인요양 시설 원장들의 비리’를 폭로했다. 

경기 성남시 A요양원 대표는 벤츠 승용차를 리스해 보증금 5171만원과 월 328만원의 사용료를 시설 운영비로 냈다. 뿐만 아니라 1800만원의 시설 운영비를 나이트클럽 유흥비, 골프장 이용료, 개인 여행비로 사용했다. 수원의 B요양원 대표도 성형외과 진료비, 골프장 이용권 등에 요양시설 운영비 1400만원을 썼다.

어르신과 장애인, 어린이 들이 주로 이용하는 사회서비스 업종 대부분에 비리가 만연해 서비스 이용자와 거기서 일하는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 한겨레 5면
▲ 한겨레 5면

원장 쌈짓돈처럼 유흥비에 유용, 이용자와 노동자만 피해

한겨레신문은 이 같은 내용을 23일자 1면과 5면에 각각 실었다. 한겨레신문은 23일자 1면 머리에 ‘운영비로 골프·여행…유치원 뺨치는 민간 요양원 비리’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감사결과 경기도에서만 305억원의 회계부정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들 요양시설에서 일하던 요양서비스노조 위원장이 22일 삭발하고 농성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 한겨레 1면
▲ 한겨레 1면

서울신문도 23일 11면에 “유치원 뿐만 아니다… 요양시설·특수학교도 썩은 지 오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갑질의 타깃이 된 사회적 약자들이 잇따르는 교육·보호시설 비리를 폭로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전국 곳곳의 요양원 운영비가 원장의 ‘쌈짓돈’처럼 유흥비로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서울신문 11면
▲ 서울신문 11면

靑 민정수석 보도자료에 조선일보 ‘스캔들 피하려 선제대응’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보도자료를 내고 청와대 사칭 사기사건 6건을 소개했다. 사기 전과자인 A씨가 지방 유력 인사들에게 문 대통령 명의로 가짜 문자 메시지를 보내 수억원을 챙긴 사건과 임종석 비서실장, 현병도 정무수석비서관, 이정도 총무비서관을 팔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챙긴 사건들을 소개했다.

대부분의 언론이 이 보도자료 내용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소식을 매일경제신문은 23일자 2면에 ‘3천 주면 임실장 통해 사면…靑사칭 사기주의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한국일보도 이날 2면에 ‘대통령 명의로 문자 보내 수억 편취’라는 제목으로 보도했고, 한겨레신문도 4면에 ‘문 대통령 직접 청와대 사칭 주의보 발령’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동아일보도 10면에 ‘문 대통령 靑사칭 사기 알려라 지시’라는 제목으로, 세계일보도 6면에 ‘문 대통령도 깜짝 놀란 청와대 사칭 범죄’라는 제목으로 각각 보도했다.

▲ 조선일보 6면
▲ 조선일보 6면

그러나 조선일보는 23일자 6면에 이 소식을 전하면서 “文대통령이 나서 ‘靑인사 사칭 어처구니없다’…왜?”라는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다른 신문보다 ‘왜?’에 더 집중해 해설을 내놨다. 조선일보는 청와대 공직기강을 감시할 특별감찰관이 2년째 공석중인데다가 청와대가 ‘스캔들을 피하려 선제대응’했다고 분석했다.

특별감찰관이 25개월째 공석중인 이유는 다른데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국회에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요구했지만 여야가 추천권을 놓고 다투면서 흐지부지됐다.

역대 정권은 청와대발 ‘스캔들’로 정책집행에 엄청난 차질을 빚었고, 직전 대통령은 결국 스캔들이 대규모 비리 사건으로 비화돼 최초로 탄핵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조선일보는 청와대 비서실장이 ‘스캔들을 피하려고 선제대응’했다고 작은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기사 본문엔 ‘스캔들’로 비화할 내용이 하나도 없는데, 제목에 달린 ‘스캔들’은 역대 정권의 부정적 이미지와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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