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일정 중 대한적십자 감사에서는 박경서 대한적십자 회장의 성희롱 발언과 이른바 ‘황제 의전’ 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왔다. 앞서 박 회장은 지난 6월9일 적십자사 취임 후 첫 팀장급 간담회에서 “여성 3명이 모인 것을 두 글자로 뭐라고 하는지 아느냐”며 “육X”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여성의 가슴 부위를 노골적으로 지칭하는 표현이었다. 이후 박 회장은 공식 사과했다.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은 “대한민국 초대 인권대사를 지내신 분이 취임 후 첫 팀장급 회의에서 성희롱 발언을 하셨는데 이후 직원대상 성희롱 예방특별 교육을 하고 서약서를 제출하고, 양성평등 컨설팅 추진했다는데 적반하장”이라며 “성희롱은 회장이 했는데 교육은 밑에 직원이 받느냐”고 지적했다.

▲ 박경서 적십자사 회장. 사진=민중의소리
▲ 박경서 적십자사 회장. 사진=민중의소리.
또한 김순례 의원은 “성희롱 발언으로 9월21일 전북지사 소속 3급 A직원과 6월 충북지사의 7급직원 B씨가 징계를 받고 감봉 3개월 처분을 받고, 올해 2명이 해임되었는데 회장은 사과만 하시면 다냐”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박 회장이 성희롱 발언 이후 사과문자를 보내고, 사과문자에 답을 하지않은 팀장들을 따로 불러 언론 제보자를 색출하려고 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에 박 회장은 “어느 경우를 막론하고 그 발언이 누구에게든지 한사람이라도 상처를 줬으면 공인으로서 즉각 사죄를 해야하고, 내가 소통을 위해서 한 언어가 성차별 일 수 있다고 생각해서 바로 즉각 진정성 있는 사죄를 드렸다”라며 “또한 이후 제 자신이 직접 참석해서 기관장 50여 명과 8시간에 걸쳐서 성차별과 성희롱 특별교육을 받고 교육 기구에 제가 서약서를 썼으며 성평등 테스크포스(TF)를 만들었고 교육은 앞으로 정규적으로 갈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박 회장은 답변 과정에서 “그게 성희롱에 관한 하여간 ‘희롱’이라고 하면 또 복잡하니까, 여하튼 무조건 유감을 표한다”라고 말했다. 이후에도 박 회장은 ‘성희롱’이라는 단어를 ‘성차별’이라는 단어로 바꿔가면서 답변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다시 성희롱 발언에 사과를 요구하자 “그런 의도는 없었지만 상대방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에 진정으로 사과를 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은 “성희롱 발언에 자꾸 전제를 붙여서 사과를 한다”고 지적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박 회장의 사과 문구에 “박 회장은 인권대사를 지내신 분이고, 인권은 가해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피해자 관점에서 다루는 것이 인권적 관점”이라며 “‘의도와 상관없이’라는 토를 달아서 진정성을 의심을 받는다”며 박 회장의 사과가 충분치 않다고 설명했다. 남 의원은 “이러한 문구 때문에 진정으로 사과하지 않는다고 느껴지고 의원들의 질책에 대해 엄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박 회장이 성희롱 문제뿐 아니라 업무추진비와 활동비 명목으로 1년에 1억3000만원 가까이 지급받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해 전용차량을 ‘제네시스’에서 ‘EQ900’으로 바꾸면서 추가금을 내고 있다는 것도 사실로 확인돼 ‘황제 의전’이라는 말도 나왔다.

김순례 의원은 박 회장이 지난해 9월부터 업무추진비 외에 매월 720만원의 활동비를 추가로 받아왔다고 공개했다. 박 회장은 “근거 없는 잘못된 뉴스”라며 “저는 제 봉급이라며 은행으로 582만원을 받는 것 외에는 전혀 돈을 받은 게 없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제네시스 G80을 리스로 구입했다가 사무총장 등에게 ‘의전에 맞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9개월 만에 위약금 300만원을 물고 1억 원이 넘는 EQ900으로 차량을 바꿨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회장은 ”그게(EQ900) 뭔지도 모른다“고 답했고 적십자사 사무총장은 박 회장의 차량이 EQ900임을 확인하면서 ”회장이 직접 차량에 대해 지시한 적은 없다“며 ”다만 남북정상회담 등 의전 시 필요에 의해 차량을 바꿨다“고 답했다. 이에 김순례 의원은 ”회장은 모르는데 사무처장의 과잉충성이냐“라며 ”적십자사에 부여된 건 예산이지 개인이 사용하라고 한 건 아니다“라며 박 회장의 사퇴를 계속해서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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