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올해 초 계약이 만료된 전직 아나운서들을 복직시키라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서울지노위) 결정을 이행하는 대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다툼을 이어가기로 했다.

MBC 관계자는 22일 “쟁점이 됐던 부분에서 명확하지 않은 부분들이 있어서 중노위 판단까지 받아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MBC는 지난 19일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노위가 부당해고로 결정한 사건의 경우 사용자는 결정문을 받은 날로부터 30일 안에 노동자들을 복직시키는 등 구제명령을 이행하거나, 열흘 안에 중노위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지난달 전직 아나운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받아들인 서울지노위는 지난 12일 MBC에 결정문을 송달했다.

▲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지노위는 이번 사건의 쟁점을 크게 세 가지로 봤다. △아나운서들이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했는지 △근로계약의 갱신기대권이 존재하는지 △MBC의 계약 갱신 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등이다.

우선 아나운서들의 근로계약과 관련해서 지노위는 MBC가 정규직과 계약직 근로자의 취업규칙을 별도로 갖고 있고, 취업규칙은 계약직 근로자의 개별 근로계약기간이 종료됐을 때 근로관계가 종료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근로계약서상 계약기간이 1년으로 돼 있는 등 근로계약 자체는 기간의 정함이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지노위는 근로계약을 갱신할 기대권은 존재한다고 봤다. 우선 MBC 전임 경영진이 아나운서들을 채용할 때 공고문에 근로계약기간 연장과 고용형태 변경가능성을 기재했고, 계약직으로 입사한 아나운서들의 채용 절차, 업무, 급여가 같은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 직원들과 동일한 수준이었던 게 고려됐다.

실제 2016년 입사한 일부 아나운서는 지난해 별도의 절차 없이 근로계약이 갱신됐고, 부서 책임자인 아나운서국장은 당사자들에게 정규직 전환이 보장된다고 밝혔다. 이러한 점에 비춰 지노위는 전직 아나운서들이 근로계약기간이 지나더라도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계약 갱신이 가능하다고 믿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노위는 그런 만큼 MBC의 계약 갱신 거절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MBC는 올해 초 지난 2016~2017년도에 입사한 아나운서를 비롯해 일부 계약직에게 정규직 공개채용에 응시할 것을 권했지만, 아나운서 11명 가운데 합격자는 1명에 그쳤다. 이후 MBC는 불합격자들에게 계약 만료를 통보했고, 이들 아나운서 가운데 9명이 지난 6월 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지노위는 MBC의 채용 절차와 관련해 신규채용과 동일한 절차로 특별채용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 아나운서들의 근무성적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채용이 선발인원을 미리 제한하는 상대평가 방식으로 진행돼 평가의 객관성과 합리성을 상실했고, 이 같은 사실을 당사자는 물론 당시 부서 최고책임자인 아나운서국장에게 알리지 않은 것도 문제로 봤다.

또한 지노위는 MBC가 특별채용 과정의 정당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으며, 이를 입증할 자료나 사정도 충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채용 과정에서 평가가 객관성이나 합리성을 갖췄는지, 평가 결과를 계약 갱신이나 정규직 전환의 판단 자료로 활용할 만했는지 등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편 전직 아나운서들은 지난달 28일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상균, 방문진)를 직접 방문해 이사진에게 편지를 전달했다. 이들은 “16, 17 아나운서들의 문제는 그동안의 노사 갈등, 현재 진행형인 노노 갈등까지 지난한 MBC 문제의 축소판이다. 내부적으로는 단번에 해결책을 모색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며 “MBC 정상화를 위해 가장 치열한 혈투가 벌어진 방문진만은 우리 문제를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글을 올린다”고 호소했다. 

아나운서들은 지난 17일 일부 기자들에게 이 편지를 공개하며 “부당해고 인정을 받은 직후 최승호 사장에게 한 번이라도 면담을 해 달라는 요청을 담아 문자와 메일을 드리기도 했다. 그러나 한달 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최 사장은 메일을 읽어보지 않았다”며 “우리가 바라는 것은 회사와 대화를 통해 원만한 방법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이었다”고 전한 바 있다.

아나운서들을 대리하고 있는 안현경 노무사(노무법인 참터)는 22일 미디어오늘에 “부당한 해고를 겪었던 최승호 사장 체제의 MBC가 지노위 결정에 불복해 재심을 신청한 부분은 아쉽다”며 “지난주 국정감사에서 방문진 김상균 이사장이 ‘결정은 존중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했고, 구제명령(원직복직 및 임금상당액 지급) 이행기한은 남아 있으니, 재심을 신청했더라도 구제명령은 성실히 이행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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