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이 공기업 정규직화 대상에 기존 정규직 친·인척이 포함되자 ‘민주노총의 채용비리’이자 ‘실패한 정규직화’라 몰아가는 가운데, 민주노총은 “팩트를 가지고 말하라. 우리는 이전부터 전수 감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정규직화를 향한 ‘일자리 도둑질’ 공격에 “노동자를 진짜 힘들게 하는 건 한국당”이라 반박했다.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는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짜 뉴스’로 비정규직‧노동조합 죽이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 가로막아 청년 죽이는 자유한국당과 조선일보는 즉각 사죄하라”고 주장했다.

▲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는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사 앞에서 '허위주장‧왜곡비방으로 정규직화 발목잡는 자유한국당‧조선일보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는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사 앞에서 '허위주장‧왜곡비방으로 정규직화 발목잡는 자유한국당‧조선일보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① 친·인척 직원 존재→ ? → “노조 때문”→ ?

조선·중앙·동아일보 등은 지난 17일부터 친·인척 정규직 전환자 비율을 채용비리라 정하고 채용비리는 노조(민주노총) 때문이라 보도했다. 노조가 가족들에게 ‘정규직 지원하라’고 독려했다는 등 내부 소문이나 익명 증언이 근거다.

노조는 “지난해부터 정규직·비정규직 가리지 말고 전수조사해 채용비리를 밝히자 요구했다”고 밝혔다. 정규직화를 둘러싼 채용비리 논란은 정규직화가 시작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됐다. 서울교통공사와 인천공항공사가 대표적이다. 양 공사는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정규직만의 독립 노조가 만들어지는 등 내부 진통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노조 게시판엔 ‘노조가 채용 비리를 꾀한다’는 글들이 꾸준히 올라왔고 일부 의혹제기는 언론보도도 탔다.

인천공항 비정규직지부는 지난 6월 인천공항공사 정규직노조가 하청업체 채용비리 의혹을 공개하며 정규직화를 비판한 것에 대해 “의혹만 제기해 정규직 전환을 훼손하고, 인천공항 노동자 이름에 먹칠하지 말고 불법이 있었다면 고발하라”며 “채용비리는 오히려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보다 고임금 정규직 노동자가 심할지 모르니 가리지 말고 전수조사하자”고 입장을 냈다.

서울교통공사도 “채용비리라면 왜 노조 때문인지 근거를 대라”고 요구했다. 자유한국당이 공개한 통계를 보면, 정규직 전환자 1285명 중 74명(5.8%)이 구의역 참사 이후 무기계약직이 된 친·인척 직원이다. 이 수치가 노조 때문이라면 노조의 영향력이 확인돼야 한다. 노조는 인사권자가 아니다. 자유한국당 논리는 서울교통공사에 노조가 친·인척 명단을 넘겨줬다는 셈인데, 근거가 없다. 대립했던 노·사 관계를 비춰봐도 노조가 사측에 인사청탁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 10월20일 조선일보 2면 사과문
▲ 10월20일 조선일보 2면 사과문

이 과정에서 정당하게 정규직 전환된 사례도 채용비리로 바뀌었다. 서울교통공사의 ‘인사처장 아내’ 사례가 대표적이다. 인사처장의 아내 A씨는 2001년 ○○사업소 기간제 매점 운영직으로 입사했고 매점이 폐쇄되며 기간제 식당 조리원으로 전환배치됐다. 3년 이상 계속 근무한 공공부문 기간제 비정규직은 2007년 대부분 무기계약직으로 고용됐고 A씨도 마찬가지였다. 이후 A씨 직렬은 2017년 7월 서울시 방침에 따라 전원 정규직 전환됐다.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은 이를 ‘가족 채용 비리’ 사례로 활용했다.

② 정규직화=좋은 일자리 창출

노조는 “청년 실업이 왜 심각한가? 단순 일자리 부족 때문이 아니다. 양질의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라며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보수 세력의 행태야 말로 청년실업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일자리 테러’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은 정규직 전환자 친·인척 비율을 두고 공공부문 정규직화 실패 문제로 돌렸다. 정규직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사실밖에 없는데도 그 과정에 원인을 돌린 셈이다. ‘공채 정규직만큼 어려운 시험을 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채용비리는 시험수준과 관련이 없다. 강원랜드, 우리은행 등 금융권 채용비리가 단적인 예다.

▲ 공공운수노조는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좋은 일자리 창출 정책이라고 밝혔다. 사진=공공운수노조 보도자료
▲ 공공운수노조는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좋은 일자리 창출 정책이라고 밝혔다. 사진=공공운수노조 보도자료

노조는 “좋은 일자리 창출하는 정규직화에 대한 악의적 공격을 멈추라”고 경고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집권 9년 동안 비정규직 남용과 무분별한 외주화로 공공부문의 기형적 고용구조를 만든 장본인이 바로 자유한국당이고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은 정부 기관지로서 이를 정당화 해줬다”며 “이로 인해 나쁜 일자리만 늘어 청년 실업이 심각해졌다. 보수세력의 과거 잘못을 바로 잡고 정상으로 돌려놓자는데, 반성은커녕 청년팔이하며 훼방만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③ 오보 속출

김연환 전 노조위원장(서울지하철노조)은 지난 19일 조선일보 3면 기사(“박원순 취임 후… 해고된 서울교통공사 민노총 간부 30명 복직”)를 상대로 명예훼손 고소 및 손해배상 소송을 넣을 예정이다. 조선일보는 노조 간부를 지낸 김 전 위원장의 아들이 교통공사에 특혜 취업한 의혹이 있다며 ‘채용비리’ 사례로 들었다. 오보였다.

노조는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은 일단 내지르고 본다”며 오보에 대해 강력한 법적 대응 의지를 밝혔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의 “앞으로 30년 간 추가 예산만 1조3400억원” 주장은 야당 억측 중 하나다. 김 의원은 전환 전 비정규직의 연봉을 최저임금도 안되는 1517만원으로 잡고 30년 소요 예산을 계산했고 언론은 받아썼다. 정규직화 예산 부담을 과장한 억측이다.

22일 중앙일보는 단독보도 “고용세습에 날아간 청년 일자리 1029개”에서 ‘서울교통공사가 2020년까지 공채 인원 1029명을 줄일 계획을 세웠다. 친·인척을 정규직화하느라 공채 인원을 줄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인원 감축은 서울메트로(1~4호선)·서울도시철도(5~8호선) 통합 때문에 결정됐다.

노조는 “이 기사는 가짜뉴스다. 사실관계를 비틀어 악의적인 주장에 갖다 붙이는 일이 유독 조선, 중앙, 동아일보를 포함한 보수지에서 횡행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근거없는 의혹제기 보도 중 악의성 짙은 보도를 대상으로 언론중재위 제소와 명예훼손 고소를 준비 중이다.

▲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는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사 앞에서 '허위주장‧왜곡비방으로 정규직화 발목잡는 자유한국당‧조선일보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는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사 앞에서 '허위주장‧왜곡비방으로 정규직화 발목잡는 자유한국당‧조선일보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④ 남는 문제 ‘가족채용’… 조사 통해 밝혀내야

‘채용비리’는 비리 정황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친 프레임이다. 가족 채용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서울교통공사 조사에 따르면 정규직 전환자(비정규직)를 제외한 공채 출신 1만4천여명만 봐도 친·인척 관계가 있는 직원은 1800여명 가량이었다. 공채 정규직들 사이에서도 친·인척 관계 비율이 높게 나왔다.

한 공사 관계자는 “인사처장 아내처럼 10~20년 전에 비정규직으로 들어와 무기계약직이 된 이들도 많고 부부 직원도 많다. 1~4호선과 5~8호선이 통합되면서 늘어난 관계도 있다. IMF 당시 구조조정 해고자가 있었고 이때 가족이 입사하게 된 경우도 있다”며 “개별적인 이유로 가족 직원이 있을 수 있는데 그 자체를 채용비리라 하는 건 지나치다. 조사를 통해 밝힐 일”이라고 했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우리는 누구라도 입사과정에 문제있는 사람은 불관용 원칙으로 단호하게 면직 등의 처분이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감사 등을 통해 드러나는 문제가 있으면 반드시 일벌백계로 엄벌에 처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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