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체육회(회장 박원순, 이하 서울시체육회)가 지난 8월 고아무개 스포츠서울 기자와 성아무개 전 중앙일보 기자를 서울시체육회 이사로 선임했다. 김아무개 경향신문 기자는 2016년부터 서울시체육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서울시체육회 등 체육계를 감시·견제해야 할 위치에 있던 스포츠 분야 전·현직 기자들이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2013년 출간한 ‘대한민국 승부사들-우리시대 최고 감독 10인의 불꽃 리더십’이란 책의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이 책에선 전명규 한국체육대학교(한체대) 교수를 ‘한국 쇼트트랙의 살아있는 전설’로 표현했다.

성아무개 전 중앙일보 기자는 지난 2014년 3월 안현수 선수 귀화 사태 때 자신의 SNS에 전 교수를 이순신 장군에 비유했다. 그는 “오늘 빙상연맹은 전명규를 칼로 베었다. 평창올림픽이 4년 남았는데, 임진왜란 때 이순신을 옥에 가둔 꼴이라고 해야 할까. 전명규는 한국 빙상계에서 학부형의 촌지를 없앤 지도자다. 누구보다도 깨끗하게 지도자 생활을 했고 실력있는 제자를 키우기 위해 열정을 불태운 인물이다. 그런데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됐다”고 썼다. 

▲ 전명규 한국체육대학교 교수,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 사진=노컷뉴스
▲ 전명규 한국체육대학교 교수,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 사진=노컷뉴스

전 교수는 자신이 대한빙상경기연맹(빙상연맹)에서 ‘전횡’을 벌였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를 박근혜 정권의 탄압 프레임으로 전환시켰던 인물이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국면에서 자신이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차관에게 탄압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일부 스포츠 기자도 이 논리를 재생산했다.

고아무개 스포츠서울 기자는 지난 2월 칼럼에서 “‘숨은 그림자’의 조종으로 반 집행부 세력들은 ‘안현수가 귀화한 건 전명규 때문이다’는 허위사실을 퍼뜨렸고 이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까지 가세하면서 감히 손을 댈 수 없는 하명사건으로 비화됐다”며 “대통령의 하명사건은 당시 김종 문체부 제2차관이 중심이 된 체육개혁에서 전명규를 적폐세력으로 규정한 결정적 배경”이라고 썼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가세했던 전명규 찍어내기는 이후 더욱 속도를 냈다”며 “김 전 차관을 앞세워 한체대 교수자리마저 빼앗으려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숨은 그림자’와 보이지 않는 진실…빙상 문제는 최순실 사태의 연장선”(지난 2월24일), “확증편향이 낳은 뿔 달린 사람 …빙상 갈등의 진실과 편견에 대해”(지난 3월20일) 등 칼럼에서 전 교수를 박근혜 정권의 피해자로 만들고, 빙상연맹 사태의 원인이 파벌싸움이라고 주장했다.

사실관계를 왜곡해 전 교수를 문제없는 인사처럼 묘사한 기사도 있다.

김아무개 경향신문 기자는 2016년 11월9일 “박대통령 안현수 귀화 발언에도 최순실 그림자, ‘문체부 보고는 묵살돼’ 빙상계 장악 노리고 전명규 부회장 등 걸림돌 찍어내기 정황”이란 기사에서 김종 차관 주도로 문체부가 전 교수를 표적으로 빙상연맹을 강도 높게 감사했다고 전했다. 김 기자는 “김종 차관이 주도한 스포츠4대악센터가 빙상연맹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벌였지만 어떤 흠집도 잡아내지 못했다”고 썼다.

하지만 당시 문체부는 빙상연맹을 감사하지 않았다. 문체부 측은 ‘스포츠4대악신고센터에 들어온 신고를 중심으로 감사보다 낮은 수준인 조사를 벌였고 전 교수 관련 내용은 조사하지 않았다’고 일요신문에 밝혔다.

김 기자는 이외에도 지난 2007년 전 교수의 성공담 등을 다룬 인터뷰 기사, 지난 2월 동계올림픽 당시엔 팀추월 사건 등의 원인을 전 교수와 반대파의 파벌싸움으로 보는 기사 등을 작성했다. 김 기자는 지난 2014년 한체대에 입학해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스포츠 기자들이 우호적으로 보도했던 인물은 전 교수 뿐만이 아니다. 주원홍 서울시체육회 부회장(전 대한테니스협회장)도 있다.

고 기자는 지난해 11월 정현 선수가 남자 프로테니스 투어 정상에 오르자 “정현이 고비마다 장애물을 뛰어넘고 좌절의 순간 오히려 한 발짝 전진할 수 있었던 데는 이 분의 공을 빼놓고서는 도무지 설명할 길이 없다”며 “한국 테니스의 패러다임을 바꾼 선구자인 주원홍 전 대한테니스협회장”이라고 썼다. 지난 1월에는 삼성과 주 부회장이 한국 테니스에 큰 기여를 했다는 칼럼을 쓰기도 했다. 

▲ 주원홍 서울시체육회 부회장(맨 왼쪽)과 스포츠서울 고아무개 기자(왼쪽에서 세번째)가 지난 4월 미국의 한 테니스대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주원홍 서울시체육회 부회장(맨 왼쪽)과 스포츠서울 고아무개 기자(왼쪽에서 세번째)가 지난 4월 미국의 한 테니스대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서울특별시체육회 로고
▲ 서울특별시체육회 로고

서울시체육회 측은 미디어오늘에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체육의 가치와 역할을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인사(언론인 포함)를 임원으로 선임하고 있다”며 “과거에도 다수 언론인이 서울시체육회 임원으로 활동했다”고 답했다.

서울시체육회 측은 지난 8월 임명한 이사 선정 이유도 밝혔다. 성 전 기자의 경우 “과거 언론인 경력이 아닌 현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대변인 등 수차례 올림픽에 참가한 경력과 다수 국제대회 경험을 통해 서울시 체육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고 기자의 경우 “한국체육계에 대한 객관적 시각에서 한국체육 발전을 위한 문제의식을 보이는 등 체육 언론 발전에 기여했다”며 “특히 2019년 서울에서 개최되는 제100회 전국체육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언론 홍보·자문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전 교수와 주 부회장 등 체육계 인사와 기자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 서울시체육회 측은 “임원선임과정에서 전 교수 및 주 부회장과의 친분여부는 알지 못하는 사항”이라며 “체육계 인사를 옹호한 뒤 이사로 선임됐다는 지적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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