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음주운전 사건을 계기로 청와대가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부산 해운대 음주운전 사건은 지난 9월 25일에 발생했다. 부산 해운대구 마포 오거리에서 술에 취한 운전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서 있었던 휴가 중인 군인과 친구를 덮쳤다. 가해자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34%였다.

피해자 군인의 친구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음주운전에 살인죄를 적용해 처벌하도록 하고 음준운전 처벌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에 닷새 만에 국민청원 의무 답변 기준인 20만명이 동의했다. 21일 현재 37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피해자 이름을 따 ‘윤창호법’ 제정도 추진 중이다.

이에 청와대는 21일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대신해 음주운전 처벌 기준 강화 요청에 대해 답했다. 박 장관은 “상습 음주운전이나 음주운전 사망·중상 사고 시 현행범으로 체포 후 원칙적으로 구속수사, 양형기준 내에서 최고형 구형 등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한 박 장관은 “습관적 음주운전자의 차량 압수, 3번 이상 음주운전의 경우 징역형을 구형하는 하는 ‘3진아웃제’ 등을 더욱 철저히 시행하고 향후 상습음주운전으로 사망·중상 사고를 낸 사람은 가석방을 제한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사실상 음주운전 처벌 기준 강화 국민청원글에 대한 답을 내놨다. 음주운전 초범의 경우도 처벌 기준을 강화시키는 방안이다. 지난 1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음주운전 사고는 실수가 아니라 살인행위가 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이제는 음주운전을 실수로 인식하는 문화를 끝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동승자에 대한 적극적 형사처벌, 상습 음주운전자 차량 압수와 처벌강화, 단속기준을 현행 혈중알코올농도 0.05%에서 0.03%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이것만으로 실효성 잇는 대책이 될 수 있을지 되짚어봐야겠다“며 강도높은 처벌 방안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재범 가능성이 높은 음주운전 특성상 초범이라고 할지라도 처벌을 강화하고 사후 교육시간을 늘리는 등 재범 방지를 위한 대책을 더욱 강화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상기 장관도 ‘엄벌주의’를 언급하며 강도 높은 처벌로 음주운전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를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통 범죄를 저지르면 교화를 통해 사회 복귀를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추지만 엄벌주의는 강력 처벌을 내세운다. 박 장관이 제시한 방안 중 상습음주운전으로 사망·중상 사고를 낸 사람은 가석방을 제한하는 내용은 엄벌주의에 해당한다.

청와대는 이날 처벌 기준 강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음주운전의 심각성과 높은 재범율을 강조했다. 음주운전 처벌 기준 강화 방안이 지나치다는 반발 여론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운전 적발건수는 한해 18만 1708건으로 나왔다. 하루 평균 500건이다. 일반범죄 영장 기각률은 18%지만 음주운전 영장 기각률은 25%다. 박 장관은 “음주운전 사망사고의 경우 대부분 징역 8개월에서 2년 정도의 형이 선고되지만 합의 등을 사유로 77%가 집행유예로 석방되고, 상해사고의 경우는 95%가 집행유예로 풀려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경찰 단속 기준 재범률이 45%나 되는 만큼 습관적인 음주운전자는 운전대를 잡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청와대는 ‘윤창호법’에 대해 “음주운전 두 번까지 초범으로 보는 현재 기준을 한 차례로 바꾸고, 처벌 기준 음주 수치도 낮추고, 음주운전 사망사고 시 살인죄 적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윤창호법을 소개한 것은 음주운전 처벌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서 하루빨리 논의해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 음주운전 처벌 기준을 강화해달라는 국민청원글.
▲ 음주운전 처벌 기준을 강화해달라는 국민청원글.

박 장관은 ‘리벤지 포르노’ 행위에 대해서도 “검찰에 법정최고형 구형을 지시했고, 엄정한 법 집행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올라온 국민청원글을 보면 “리벤지포르노 징역이라고 네이버에 치면 제일 먼저 뜨는 기사가 뭔줄 아느냐? ‘리벤지포르노 유포한 대학생 징역 6개월 집행유예’”라며 “리벤지포르노 라는 범죄가 세상에 나온지 몇 십년이 지나는 시간 동안, 가해자들은 그 누구도 감옥가지 않았다”고 처벌 강화를 요구했고 21일 기준 25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우선, 박 장관은 ‘리벤지 포르노’라는 말을 불법 영상물 촬영 유포 행위라고 표현하겠다고 밝혔다. ‘리벤지 포르노’는 복수를 뜻하는 리벤지라는 붙어 피해자가 원인을 제공해 보복을 당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법촬영이라는 말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언론에서도 용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는데 법무부장관이 이에 대한 여론에 응답한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이미 국회에 불법 촬영물 유포 시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는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개정안, 사이트 운영자가 불법 촬영물을 유포해 얻은 수익을 환수하는 ‘범죄수익처벌법’ 등 관련 법안들이 발의되어 있다”며 “이러한 법안들이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불법 촬영물 유포 협박의 경우 법정 최고형을 구형해 일반 협박죄나 공갈죄보다 더 엄하게 다루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혜승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이 “2013년 이후 5년간 법정최고형인 5년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5명뿐”이라며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의 67%가 집행유예로 풀려나, 실제 실형을 사는 사람은 7.2%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서도 박 장관은 “최근 법원도 부인과 이혼한 후 과거 촬영한 영상을 유포한 남성에게 법정 최고형인 징역 3년을 선고하는 등 법원의 선고도 변화가 있다”면서 “앞으로 검찰의 구형보다 낮은 형이 선고될 경우 적극적으로 항소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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