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국내 포털 사업자 네이버(NAVER)에 노동조합이 생긴 후 노사 간 단체협약안 마련 등을 위한 교섭이 11차례나 진행됐지만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한 채 교섭 결렬 위기에 처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는 지난 5월 네이버 사원노조 ‘공동성명’(민주노총 화섬노조 네이버지회)과 첫 교섭에서 “새로운 노사문화가 만들어지는 데 좋은 시작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교섭이 진행되자 사측은 노조가 제시한 단협안과 관련해 비조합원이 포함된 별도 TF를 구성하자고 하는 등 노조와 마찰을 빚었다.

지난 18일 사측과 11차 교섭이 끝난 후 공동성명(지회장 오세윤)은 조합원들에게 사측과 ‘조건부 교섭 결렬’이 됐다고 알렸다. 공동성명은 “오는 25일까지 10가지 핵심 요구안에 대한 회사의 안을 제출할 것과 TF 구성 제안을 철회하고 복리후생과 관련한 단협 요구 사항을 교섭장에서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며 “회사가 이 두 가지를 수용하지 않으면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노동부의 중재를 신청하는 법적 절차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2일 국내 최대 포털 사업자인 네이버(NAVER)에도 노동조합이 출범했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2일 국내 최대 포털 사업자인 네이버(NAVER)에도 노동조합이 출범했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사진=연합뉴스
네이버 사측이 노조에 제안한 TF란 그동안 교섭 과정에서 노조가 요구한 회사의 복리후생안 대신 비조합원이 포함된 ‘복리후생안 논의를 위한 TF’를 구성해 논의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노조 측은 단협이 교섭대표 노조와의 합의 사항임에도 회사가 별도 TF를 만들자는 것은 노조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노조는 “우리가 ‘조건부 결렬’이라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회사가 교섭에 임할 의지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직원들의 의견이 들어오면 들어주겠다’는 회사의 말, 하지만 수년 간 수차례 간담회를 열면서도 어떤 변화도 없었던 회사, ‘회사의 틀 안에 있는 TF’라는 안을 거부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노조 관계자는 2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우리는 회사에 교섭 신청할 때 모든 절차를 거친 유일 교섭단체인데 단체교섭에 비조합원을 포함하자는 것은 조합 입장에선 받을 수 없는 요구”라며 “핵심 조항을 노사 교섭을 통해 풀자는데 회사가 안도 제출하지 않고 별도 TF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을 고수해서는 더는 교섭 진행이 힘들다. 이를 철회하고 10가지 조항에 대해 교섭에서 논의하겠다면 (교섭 결렬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네이버 그린팩토리 사옥. ⓒ 연합뉴스
▲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네이버 그린팩토리 사옥. ⓒ 연합뉴스
아울러 노조는 지난 4일 10차 교섭 과정에서 회사가 그동안 논의 중이던 124개 단협 조항에 7개 안을 추가로 제시하면서 노조활동을 방해하려는 퇴행적인 안까지 요구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노조는 “사측은 조합원일지라도 쟁의에 참여할 수 없는 ‘협정근로자’ 조항을 신설했고, 조합 가입 대상과 단협 적용 대상을 분리하는 안(적용 및 가입범위)까지 제시해 노동 3권을 부인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모든 직원들이 쟁의행위를 할 수 없는 조항을 들고 온 것은 조합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고, 조합 가입 대상자와 단협 적용 대상자를 분리하는 사측의 요구안 역시 수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노조 관계자는 “우리는 회사와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받고 대화하자는 건데 회사는 아직 노조를 사원협의회처럼 대하면서 ‘결정은 우리가 한다’는 식인 것 같아 좀 답답하고 교섭도 잘 풀리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네이버 사측은 노사 교섭 진행 상황과 관련해선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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